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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하이브리드 소형 로켓으로 '한국의 일론 머스크' 꿈꾼다

국내 최초 고체연료와 액체연료의 장점을 모두 합친 하이브리드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민간기업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가 충남 금산군 로켓엔진 성 능시험장에서 추력 5톤급 하리브리드 로켓엔진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최초 고체연료와 액체연료의 장점을 모두 합친 하이브리드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민간기업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가 충남 금산군 로켓엔진 성 능시험장에서 추력 5톤급 하리브리드 로켓엔진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국ㆍ소련 간 냉전이 지속하던 1957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콜우드의 한 탄광마을.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과 하늘, 그리고 숲과 석탄 더미가 전부인 마을에 사는 소년 호머에게 인생의 전기가 찾아온다.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스푸트니크)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는 뉴스였다. 이날 밤 소년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로켓 개발자가 되는 꿈을 꾼다. 탄부의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꿈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를 이어 탄광을 지키길 바랐다. 그 속에서 아버지 몰래 만들어온 로켓은 사고뭉치였다. 갖은 고난이 이어졌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호머는 친구들과 함께 개발한 로켓으로 전미 과학경진대회 1등의 영예를 안게 된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줄거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로켓 과학자를 지낸 호머 히컴의 실제 인생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
시력 나빠져 파일럿의 꿈 접고
하늘 나는 비행체 만드는 길로
액화산소에 고체연료 파라핀 써
하이브리드 로켓 이카루스 개발

21세기. 화성 유인 탐사에 도전하는 스페이스 X, 달에 유인기지와 우주정거장을 세우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가능한 건 미국 땅에 이런 수많은 ‘옥토버 스카이’들이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충남 금산군 부리면 예미리. 금강 지류 적벽강을 낀 야트막한 깃대산 골짜기에도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의 열매가 여물어 가고 있다. 2017년 창업한 로켓 개발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45) 대표가 바로 그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민간 하이브리드 우주로켓 개발 기업이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이미 나로호에 이어 올해 10월 첫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지만,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이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하이브리드 로켓에 쓰이는 파라핀 계열 고체연료를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하이브리드 로켓에 쓰이는 파라핀 계열 고체연료를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앙일보가 이노스페이스의 금산 연소시험장을 찾아갔다. 금산 예미리 승재마을에서 개울을 지나 산기슭 쪽으로 2㎞를 올라갔다. 인삼밭 옆으로 난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길게 이어졌다. 야산 줄기가 갈래를 뻗은 사이로 단층 건물이 나타났다. 앞쪽엔 통제실 등 사무실이 있고, 뒤쪽 골짜기 방향으로 연소시험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난달 27일, 그간 개발해온 5t 로켓엔진이 처음으로 불을 뿜었다. 30초간 진행된 연소시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연소시험 현장을 참관한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국토관측ㆍ재난대비 초소형 위성 개발 등 우주분야 공공수요가 크게 창출되고 있다”며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 과감히 도전하도록 우주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우주산업 촉진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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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이 우주로켓을 개발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나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하는 건 소형 우주로켓 '이카루스'다. 항우연 누리호의 미션이 추력 300t (75t 로켓 4개 클러스터링)의 액체로켓으로 무게 1.5t 가량의 탑재체를 쏘아올리는 것이라면, 이카루스는 추력 15t의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50㎏ 이하 소형 위성 발사체를 우주에 쏘아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500㎏까지 발사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발사위성의 80%가 소형위성이다. 이노스페이스 이카루스 로켓은 이런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시장을 노린다.   
 
미국·일본 등 주요 우주 선진국엔 이미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는 소형 우주로켓이 적지 않은데.  
이노스페이스의 로켓의 차별화 포인트는 하이브리드 로켓이란 점이다. 군사용 미사일이 고체로켓이라면, 대부분의 우주발사체는 액체로켓을 쓴다. 고체로켓의 장점은 구조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데다 보관성도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발사가 되고 나면 추력 조절을 할 수 없다. 고체로켓이 주로 군사용으로 쓰이는 이유다. 반면 액체로켓은 엔진 구조가 복잡하고, 발사 직전에야 연료를 주입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액체 산화제와 액체 연료를 쓰기 때문에 추력 조절이 가능하다. 이노스페이스의 이카루스는 고체와 액체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액화산소를 산화제로 쓰는 건 액체로켓과 같지만, 연료는 고체 ‘파라핀’을 쓴다. 덕분에 주엔진의 구조가 고체처럼 단순하지만, 액화산소를 쓰기 때문에 추력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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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이브리드 로켓을 생각하게 됐나.
학생 시절 지도교수의 권유로 폭발 위험성이 없고 구조가 안전한 하이브리드 엔진 연구를 한게 계기가 됐다. 당시엔 고체보단 구조가 복잡하고, 액체로켓을 대신하기엔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연구를 계속했다.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소형 위성 위주의 뉴스페이스 시대가 활짝 열려 사업성도 있고, 기술적 한계도 극복했다. 이카루스는 대표적 소형 액체로켓을 만들고 발사 서비스를 하는 미국 로켓랩의 발사 비용보다 더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최근 들어 우리처럼 하이브리드형 소형 로켓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2017년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연구ㆍ개발(R&D)에 몰두하느라 지난해까지 매출도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창업 1년 만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금까지 누적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임직원도 간단치않다. 전체 39명 중 항공우주공학 박사인 김 대표를 비롯해 박사 6명, 석사 16명 등 22명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5년간 추진기관 성능시험을 담당했던 오정록 수석기술원도 핵심 인력이다.      
 
향후 계획은.  
이노스페이스의 다음 목표는 올해 말까지 추력 15t 엔진을 개발해, 1단형 발사체 고도 260㎞까지 쏘아올리는 것이다. 발사 장소는 브라질의 알칸타라 발사센터. 전남 고흥의 항우연 나로우주센터가 아직 민간에 발사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에는 고도 500㎞의 태양동기 궤도에 50㎏ 규모의 나노위성 발사체를 쏘아올릴 것이다. 이게 계획대로 성공하면 이후론 마이크로위성과 미니위성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위성 발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항공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애초에 꿈은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었다. 하지만 크면서 눈이 많이 나빠져 꿈을 접어야 했다. 대신, 직접 날진 못해도 하늘을 나는 ‘비행체’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대학이 항공대다. 학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고,  석·박사 과정땐 항공우주공학을 연구했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로켓은 학부 때부터 싹이 텄다. 4학년 졸업과제로 교실 창문에 초소형 하이브리드 로켓을 걸어두고 연소실험을 했다. 박사과정 땐 추력 1t에 고도 20㎞까지 올라가는 과학로켓을 개발 완료하고도 발사장을 찾지 못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국내 유일 로켓 발사장인 전남 고흥의 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는 당시 나로호 발사 시험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해외에서라도 발사를 해보고 싶었지만, 최소 비용만 10억원이 넘었다.    
 
박사 학위 이후에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로켓은 방산기술이라 어느 나라든 외국인에게 공동 연구개발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테크니온공대만이 유일하게 김 대표의 연구 참여를 허락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 창업 전까지 ㈜한화의 방산부문에서 미사일 개발 연구원으로 경력을 이어왔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쑥스러운 듯 대답을 한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 개발을 막 시작할 때부터 그를 지켜봐 왔습니다. 기술력 차이도, 국력의 차이도 크지만 이노스페이스를 ‘한국의 스페이스X’로 키우는 게 꿈입니다.”    
 
금산=최준호 논설위원,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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