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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 내쉬며 "딸아 사랑해"···이 전화 뒤 확진 노모는 숨졌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간호협회 제공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간호협회 제공

"딸아 나도…많이 사랑해, 사랑해."

간호협회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 수기집 감동 스토리

지난해 4월 영남대병원에서 노모는 휴대폰으로 딸에게 매우 힘겹게 이말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였다. 환자를 지킨 이 병원의 신혜민 간호사는 대한간호협회에 제출한 수기에서 당시 슬픈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음은 수기의 일부.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상태가 악화했다. 의료진의 긴장도가 올랐다. 마침 딸의 전화가 울렸다. 의료진이 어머니의 상태를 설명했다. 
딸의 슬픈 목소리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엄마, 미안해. 그동안 바쁘다며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해. 퇴원하면 내가 모시고 살게. 그때는 우리 같이 바다도 보고, 엄마 좋아하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자. 내가 엄마 그동안 엄마 너무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는 누구보다 강하니까, 병을 곧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엄마, 사랑해.” 
휴대폰의 스피커폰에서 딸의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할머니는 간신히 의식을 찾았고, 두 눈이 초승달처럼 웃었다. 그 순간 내가(신 간호사) 할머니 귀에 대고 “할머니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가쁜 숨을 쉬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큰 소리로 말했다. “딸아 나도 많이 사랑해, 사랑해” 
엄마의 말에 딸은 더 큰 울음을 쏟아냈다. (내가 쓴) 고글 속으로 눈물이 차올랐지만 침착하려고 애썼다. 딸은 의료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리는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딸은 우리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신 간호사의 수기 제목은 '새내기 간호사의 코로나 분투기,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이다. 신 간호사는 "봄꽃이 한창이던 날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면서 이렇게 회고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4일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 수기집을 발간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 현장을 지킨 간호사의 살아있는 현장 스토리를 담았다. 27편의 수기와 33점의 사진이 담겨있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 수기집. 간호협회 제공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 수기집. 간호협회 제공

 
한장의 손 사진이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의 너덜너덜한 손이다. 온종일 쉴새 없이 환자를 보면서 두겹, 세겹 장갑을 끼고 땀과 범벅이 되면서 부르튼 손이다. 

 

약속 못 지켜 지금도 가슴 아파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 곁을 지킨 간호사 스토리가 또 있다.
안영길 동국대 경주병원 간호사는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아직도 가슴 아파한다. "여기가 어디냐, 나를 제발 집에 보내줘"라며 밥상을 엎었던 할머니에게 "밥도 약도 잘 드시면 나으실 수 있어요"라고 어르고 달랬다. 하지만 닷새째 되는 날 할머니는 먼길을 떠났다.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지금이 가슴이 아릴 때가 적지 않다.
 

"잘 키워줘 고마워, 엄마 고생했어" 

이주리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의 경험도 가슴 아프다. 다음은 수기의 일부.
95세 여자 환자가 임종실로 옮겨졌다. 이름을 부르면 겨우 눈을 뜨는 정도였다. 난청으로 긴 대화가 어려웠다. 5남매를 둔 환자는 매일같이 딸과 손자, 손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난청이 있지만 큰 소리로 얘기하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뒤 우리는 매일 편지를 읽어드렸다. 큰소리로 읽어야 하는데, 자주 목이 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 고마워, 사랑하고 편안히 치료 잘 받고, 퇴원하면 온천도 가고 꽃도 보러 가자.'
'할머니 나야, 할머니 보고 싶어. 다시 꼭 만나요.'
그리움이 가득한 편지를 읽다 보면 얼굴이 땀과 눈물로 뒤덮였다. 어느 날 보호자가 임종 전 면회를 했다. 오십 대 후반의 딸이 방호복을 입고 임종실로 들어왔다. 딸은 대성통곡하며 엄마를 외쳤다. 노모는 겨우 눈을 떴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딸은 "우리 형제들 잘 키워줘서 고마워. 엄마 고생했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할머니는 편안한 모습으로 숨졌다. 환자와 정이 든 간호사들은 눈물을 훔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슬픔을 삼켰다. 간호사라는 이유로 죽음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실로 고통스러웠다. 
 
신경림 대한간호사협회장. 김경빈 기자

신경림 대한간호사협회장. 김경빈 기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 분투기는 간호사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사랑과 간호사로서 사명감이었고, 이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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