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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거짓투성이 ‘검수완박’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검찰을 없애겠다고 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왜 고쳐 쓰겠다고 그 야단법석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국회에 법안 두 개가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13명이 발의했다. 하나는 검찰청법 폐지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공소청 설치 법안이다. 검찰 존재의 근거가 되는 법을 없애고, 검찰을 공소(기소)만 맡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법안이 의결되면 검사는 수사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넘겨주는 자료를 보고 공소장을 쓰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검찰총장은 차관급인 고등공소청장이 된다. 이것을 그들은 ‘검수완박’이라고 부른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선진국 검사는 수사권 없다고?
미국·일본·프랑스 등에 다 있어
차라리 검찰을 없애고 싶다 하라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언론 개혁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취재와 기사 작성의 분리를 강제하는 법을 만든다. 기자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기사 작성자가 취재 내용을 스크린하게 되니 오보나 함량 미달 기사가 걸러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이야기가 된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작성자는 건네받은 자료와 취재 기록을 보고 글을 써야 한다. 취재 담당은 듣고 본 것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적어야만 한다. 둘의 소통이 원활치 않거나 관점이 다르면 엉뚱한 기사가 탄생한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취재 부실인가, 작성 미숙인가.
 
취재는 기사 작성을 위한 것이다. 기사 쓸 생각은 없으면서 상대의 약점을 잡으려고 벌이는 취재는 사이비 기자가 하는 짓이다. 마찬가지로 수사는 기소를 위한 것이다. 수사 중에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됐거나 혐의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수사를 접어야 한다.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수사하는 것은 인권 침해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수사는 무모하거나 위험하다.
 
수사·기소 분리가 가능한 것이냐는 물음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게 선진 각국 형사사법 체계의 스탠더드”라고 말했다(17일 YTN 인터뷰). 명백한 거짓이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 프랑스에는 정경 유착 부패를 파헤쳐 ‘국민 검사’로 불리다가 수년 전에 퇴임한 몽골피에라는 인물이 있고,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역할을 한 피에트로 전 검사가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벚꽃 모임’ 사건에 연루된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조사했다. ‘선진 각국’은 대관절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영국이 좀 특이하긴 하다. 기소청(CPS)이라는 기구가 별도로 있다. 그곳 검사들이 수사기관이 추적한 사건의 기소를 담당한다. 그런데 그 나라엔 중대범죄수사청(SFO)이라는 조직이 있다. 규모가 큰 부패 범죄(뇌물·횡령·시장 교란 등)를 색출해내기 위해 30여 년 전에 설립됐다. 그곳의 요원들은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한다. 검사라 불리지는 않지만 하는 일은 다른 나라 검사와 똑같다.
 
‘검수완박’에 걸림돌이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6개 분야(부패·선거·대형 참사 등) 수사를 어디로 넘기느냐의 문제가 있다. 경찰로 보내면 ‘경찰 공화국 만드느냐’는 말이 나올 게 뻔하니 영국에 있는 것 같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겠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이 조만간 법안을 낸다고 한다. 검찰을 없애면서 새 이름의 검찰청을 하나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검찰 해체는 현 정권 출범 때는 없던 계획이다. ‘거역하는’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불발에 그쳐 당분간 검찰 ‘우리 편’ 만들기가 불가능해지자 등장한 방탄 기법이다. 검사에게 주어진 수사권이 위험천만하다는 것도 지어낸 명분일 뿐이다. 그렇게 몹쓸 수사권을 임은정 검사에겐 콕 짚어 선사하지 않았나. 거짓말도 앞뒤가 맞게 해야 속아 줄 마음이 생긴다. 사실은 그저 밉고, 싫고, 무서운 것 아닌가.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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