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속도조절 뜻 밝혀”
김태년 “안했다” 운영위서 공방
당 중진도 검찰개혁 속도조절 반발
유, 논란 일자 “그런 표현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여권 인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23일 인터뷰에서 “(속도조절론을) 공식, 비공식으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 데 이어 24일 “박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들었다는 ‘제도의 안착’이 검찰개혁 시즌2의 속도 조절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중수청 법안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도 “문 대통령의 말이 속도 조절에 관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검찰이나 보수 언론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해석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밖 인사도 가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제 와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면 (형사소송법 제정 뒤)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 버린다”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추 전 장관 글을 공유하며 “온 국민이 검찰의 폭주를 목도한 이후 국회가 주도해 (수사-기소) 분리 과제를 실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다.
야당 “대통령 말까지 거부하는 여권 인사들 안쓰러워”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속도조절론 입장이 있더라도 검찰개혁은 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한 말씀 하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돼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속도 조절’ 말말말
하지만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에서 분란은 더 커졌다. 운영위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 당부를 했다”며 “팩트는 임명장을 주는 날 대통령이 차 한잔 하면서 당부할 때 이야기가 나온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 하라’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하자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 못 하지만 그런 뜻이었다”고 말했다. 재차 김 위원장이 “그렇게 답변하면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 워딩을 쓰신 게 된다”고 지적하자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속도 조절하라)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 실장이 회의 막바지에 발언 기회를 얻어 “정회했을 때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여권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자 “청와대 장악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겉으로는 중수청 설치 등을 두고 진통을 겪는 듯하지만, 그 이면엔 “더 이상 대통령한테 줄 설 필요 있나”라는 여당 내 기류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과거라면 대통령 발언을 두고 ‘통보받지 못했다’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었겠나”며 “전형적인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속도조절론까지 거부하는 여권 인사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걱정스럽다”고 했다.
송승환·성지원·남수현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