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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이유 병역거부, 대체복무 첫 인정…“징병제 무너질 우려”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허용한 첫 사례가 나오면서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초저출산 여파로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범위를 확대할 경우 징병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0명대다.
 

종교 아닌 평화단체 활동 받아들여
‘개인적 신념’ 자의적 판단 논란
병역거부 늘면 병력 부족 가능성

24일 병무청에 따르면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전원회의를 열고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요청한 A씨(30)에 대해 대체역 편입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시민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에서 활동해왔다.
 
심사위는 결정 과정에서 A씨가 꾸준히 관련 활동을 했고,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A씨가 속했던 단체는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 속 군사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이라며 현재 병역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고 대체역 복무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A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나왔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생긴 뒤 나온 첫 사례”라면서 “A씨 이외에 현재 재판 계류 중인 인원이 8명 더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결정이 현재 심의 중인 다른 안건이나 향후 제기될 신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병역 의무의 공평성과 병역자원 수급 문제다.
 
개인의 신념을 현역 입영 거부의 명분으로 확대할 경우 어디까지가 ‘인정받는 신념’이고, 어디까지가 ‘인정받지 못하는 신념’인지를 놓고 자의적 판단 논란을 부른다. 또 신념만으로 현역 입영을 거부할 명분을 인정할 경우 병역의 의무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보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군 복무를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행위”라면서 “이런 모호한 기준으로 병역거부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징병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3만명이었던 20세 남성 인구는 향후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32년부터는 연간 필요한 현역 인원이 20만 명인데, (병역자원은) 18만 명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병무청은 병역판정 기준을 낮춰 현역 판정률을 끌어올리는 등 안간힘을 쓰는 실정이다. 일례로 올해부턴 ‘조폭형 문신’을 몸에 새긴 사람도 현역 입영 대상이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법원 판결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대법원은 A씨처럼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례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종교적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람에 대해 “정당한 사유”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 대체역 심사위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 대체역을 신청한 B씨의 신청도 받아들였다. 그는 예비군 6년 차까지 매년 3박 4일간 교도소에서 대체역과 동일하게 급식, 물품 보급, 보건위생 등의 보조 업무를 맡게 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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