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민정수석들이 본 신현수 사의 파문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퇴 파문과 관련해 “역사와 국민을 무섭게 아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고정애 논설위원이 간다]
‘문재인 민정수석’ 천거한 김성재
“수석 패싱은 직무유기이자 농단
박범계 해임, 신현수 사표 수리해야”
곽상도 “대통령도 패싱, 선례 있나”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문이 불거지고 김 상임이사를 떠올렸다. 세 차례 대화했는데 두 번은 신 수석이 업무로 복귀하기 전, 한 번은 복귀한 후다. 마지막 대화였던 23일 여권에선 “봉합됐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김 원장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봉한다고 본질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검찰개혁이 정권의 부정·비리를 막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도 안 된다. 박범계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신 수석의 사표는 수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본인이 약속한 소득주도성장, 청년 일자리 창출, 부동산 집값 안정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어떤 성과를 둘러대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데 그런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란다.”
#1. 가장 신임해야 할 민정수석 무력화는 이해 안 돼
첫 대화였던 19일 통화에서 김 상임이사는 “정상이 아니다. 민정수석을 무력화한 거니까 법무장관이 우선 잘못했고 그걸 용납한 대통령도 잘못한 것 같다”고 했다. 22일 오전, 신 수석이 휴가에서 돌아왔으나 업무복귀 발표가 나기 전에 김 상임이사를 만났다. 서울 마포의 김대중도서관에서였다.
그는 먼저 A4 용지 2장의 문건을 내밀었다. ‘민정수석 업무’란 제목이었다. ▶권력 남용 등의 문제 때문에 DJ 정부 출범 때 폐지했다가 16개월 만인 1999년 부활시켰고 ▶민심과 민생을 살펴 국정에 반영하는 업무(civil affairs)를 담당해 대통령에게 직보·직언하며 ▶인사와 공직기강을 담당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김 상임이사는 그러면서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수석이어야 한다”며 “그런 민정수석을 무력화했다는 건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민정수석 때문에 국정의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 이번 일을 두고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 “민정수석을 제외하고 검찰 인사를 법무장관이 할 수 있다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고 인사 발표를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직무유기고 농단이다. 이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김 상임이사는 2018년 말에도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경고했었다. 그는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비판한다고 (문 대통령이) 섭섭해할까”라면서도 “동지의식으로 조 수석을 감싸지 말고 빨리 바꾸라”고 조언했었다.
- ‘신현수 패싱’에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다. ‘조국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다.
- “민정수석이 과거 사람에 의해 패싱 당할 수 있다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광철 비서관이 뭐 했다는데, 신 수석으로선 무력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했으면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밑에 과거 사람을 둬 수석을 컨트롤하려면 안 되는 것이다.”
- 월성 원전, 울산시장 선거 사건 등에서 이 비서관을 포함, 논란이 되는 인사들이 아직도 청와대에 남아있다.
- “대통령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가기도 한다. 대통령을 위한다는 이들이 얼마나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는가를 알아야 하는데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보위한다는 명분 하에 자기네들의 이익과 안전을 꾀하려고 하는, 부도덕하고 불의한 행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봐야겠지만 이들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다 알겠나. 대통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이익을 추구하면서 잘못된 건데 대통령이 자기가 신뢰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착한 문재인’이기에 그대로 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정권 재창출하면 그간 문제들이 덮인다고 보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 “권력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정권 재창출은 당연히 꿈꿀 수 있고, 추구할 수 있다. 가능하냐는 둘째 문제다. 이들은 거리의 투사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만들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들 내부에서 정권연장이냐, 정권 재창출이냐 논란이 있다. 지금 중심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자는 거다. 정권연장적 의미다. 이게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게 아니라 자기 세력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 검찰·법원 인사가 지금처럼 뒤틀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 “그렇다. 사법부와 검찰을 이렇게 농단한 적이 없다. 사법부와 검찰을 장악해 정권안보를 꾀하려 한다면 검찰개혁 명분도 사라지고 민주주의와 국가 근간을 무너뜨리고 결국엔 자기들에게 폐해가 돌아갈 것이다.”
#2.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들
김 상임이사는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소위 촛불혁명 세력에 얹혀있는 것’이란 표현도 썼다. 정치권에선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 법조계에선 민변, 시민사회에선 참여연대·민주노총이다.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문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는데 문 대통령이 그 중심을 잡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거나 “이들 ‘촛불세력’의 각기 요구가 많아지고 인사 등 이해관계가 충돌되면서 불법적이고 부정과 비리 같은 게 나타나기도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교사로 DJ가 별다른 인연이 없던 과거 노태우 정부의 정무수석(김중권)을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걸 예로 들었다. 50년 만의 정권교체라 국정 경험 있는 인사가 필요한 점도 있었지만 과거 자신의 동지들과 재야인사들이 청와대에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김 상임이사는 “4년 내내 촛불혁명의 정부라고 이렇게 끌고 오면 대통령이 자기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신 수석에게 한 약속(검찰과의 안정적 관계)을 못 지킨 셈이란 지적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보면 앞에서 좋은 말 하고 뒷감당을 못 하는 용두사미 언행에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친해도 공적으로 엄할 때 엄해야 하는데…. 이걸 아는 사람들이 더 이용한다. 그 사람들이 훨씬 더 노련하니까. 더 엄하게 경계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3.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곽상도
“대통령이 패싱 당했다는 건 문자 그대로 레임덕인데, 이게 과연 처음이었나가 사실 궁금하다. 1년여를 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에서 보이듯, 대통령이 결정을 안 하니 박범계 법무장관 등이 선례를 보고 치고 나갔을 수 있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익명을 요청한 보수 정권의 민정수석 출신 법조인은 “4월 보선을 앞둔 현 정권에 너무 부담되니까 일시적 봉합한 것”이라며 “신 수석으로서도 의사표시는 충분히 했고 현 정권과 척지기가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보단 자리를 지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고정애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