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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2층에서 뛰어내리고…술 마시던 미군들, 활극 불사했던 이유

"보기 드문 집단 탈주극이었다. 관할 지역 내 미군들을 많이 상대하면서도 이런 일은 처음"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오산기지 인근 한 주택가에서 미군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취재진에 내뱉은 말입니다.



상황을 더 파악해보니 충분히 그럴 만했습니다. 현장을 관리하는 데 지구대 경찰 5명으로는 부족해 관할 서에서 8명의 인원이 더 투입됐고 미군 헌병대의 지원도 이뤄졌습니다.

 
지난 8일 수십명의 미군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경기 평택시의 한 가정집.지난 8일 수십명의 미군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경기 평택시의 한 가정집.
 


◇2층에서 뛰어내리고 '각자도생'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건 새벽 1시30분쯤이었습니다. "미군으로 보이는 외국인 수십명이 3개층으로 이뤄진 가정집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데 견딜 수 없이 시끄럽다. 방역위반 아니냐"는 주민 신고가 5건 정도 들어왔다고 합니다.



경찰이 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방역지침 위반이라면 과태료 부과 건에 불과한데 무작정 가정집 문을 뜯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결국 미군 헌병대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그런데 미군 헌병대가 오고 있는 와중에 집 뒤쪽에서 사람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났습니다. 미군들이 2층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고 있었던 겁니다.



상당수가 탈주에 성공하고 잡힌 인원은 미 여군 2명을 포함해 3명에 그쳤습니다. 방금 전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미군들은 발이 느린 전우들을 버려둔 채 자기 살기에 급급했던 겁니다.



미군 헌병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간 경찰은 결과적으로 모두 15명을 붙잡고 이들의 신분을 확인했습니다. 6명이 현역 미군, 1명이 한국인, 나머지는 민간인 외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술판' 참석자가 최소 50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군들의 도주극은 성공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지난 8일 수십명의 미군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경기 평택시의 한 가정집. 1층과 2층 사이 유리 가림막이 미군들이 뛰어내린 충격으로 깨져있다.지난 8일 수십명의 미군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경기 평택시의 한 가정집. 1층과 2층 사이 유리 가림막이 미군들이 뛰어내린 충격으로 깨져있다.


◇"걸리면 끝, 안 걸리면 그만"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이들이 활극을 방불케하는 도주극을 펼쳤던 이유로 엄격한 상벌 체계를 우선 꼽습니다. 직업군인으로서 미군이 이 시국에 방역지침을 위반한 게 드러나면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는 해석입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코로나 상황 초기 본보기를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지난 4월 경기 송탄에 있는 술집을 방문한 A 중사와 동두천 술집에서 술을 마신 B병장과 C·D 일병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A 중사는 2개월간 2473달러의 봉급을, B 병장과 C·D 일병은 2개월간 866달러의 봉급을 각각 몰수당했고 병사 3명은 모두 훈련병으로 계급이 강등됐습니다. 미 국방부의 공중 보건 방호태세(HPCON)를 어긴 대가였습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안 잡히면 그만'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실제 도주에 성공한 미군들은 주한미군 측에서 적극적으로 색출하지 않는 이상 방역당국이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주한미군 측도 취재가 시작되자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을 뿐 구체적인 정보 제공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미군들 스트레스 극에 달해"



미군들이 이런 위험부담에도 불구 굳이 술판을 벌인 이유는 뭘까요. 기지 안팎에선 장기간 거리두기 생활로 미 장병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난 13일 오산기지 한 미군이 인스타그램에서 친구 맺기를 한 사람들과 사교 파티를 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사건도 이런 스트레스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기지 관계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던 미군들에겐 이런 억압된 생활이 더 힘들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취재 중 만난 오산기지 인근 주민은 "한동안 조용하다가 올해 들어 술에 취한 미군들 종종 보이더니 그날(지난 8일)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말 심했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들의 일탈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군들의 스트레스 관리하는 데 더욱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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