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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백신왕' 보유국 인도, 올해 코로나 백신 25억 회분 이상 공급한다

 인도산 코로나 백신이 세계를 구할 것이다-니케이 아시아

인도의 백신 대량 생산은 전 세계가 따라야 할 모델-월스트리트저널

글로벌 제약계는 인도 없이는 백신 경쟁을 할 수 없다-CNBC

인도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백신을 생산할 것-딜로이트 컨설팅 보고서

인도혈청연구소(SII)는 전 세계 어느 업체보다 더 많은 코로나 백신을 만든다-가디언

우리는 백신 생산 능력을 연간 15억 회분에서 25억 회분으로 늘렸다-SII의 아다르 푸나왈라 CEO, AP통신 인터뷰에서 

시크 교도의 상징인 터번을 쓴 인도 경찰관이 지난 2월 14일 인도 아미차르의 백신 저장고에서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인도는 지난 1월 16일 백신 접종에 들어갔으며 이웃한 가난한 나라에 백신 3000만 회분을 기증했다. EPA+연합뉴스

시크 교도의 상징인 터번을 쓴 인도 경찰관이 지난 2월 14일 인도 아미차르의 백신 저장고에서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인도는 지난 1월 16일 백신 접종에 들어갔으며 이웃한 가난한 나라에 백신 3000만 회분을 기증했다. EPA+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생산 능력을 평가하는 전 세계 주요 언론의 보도다. 인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접종된 백신의 60%를 공급했다. 인도는 이미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능력을 이제 코로나바이러스를 누르고 인류를 팬데믹에서 구하는 데 발휘하고 있다.  

인도 세계 1위 백신 공급업체 SII 두각
아스트라 이어 노바백스 백신도 위탁생산
생산량 연 15억 회분에서 25억 회분으로
물량부족 코로나 백신 시장에 단비 뿌려
이미 개도국에 3000만 회분…북한도 대상
임상시험용 4000만 회분 투자한 대가로
아스트라로부터 위탁생산권 확보
1억2000만 달러 넘는 고위험 투자 성공
55년 전 창업 푸나왈라 회장 기업가 정신
사회 위한 기업 운영과 과감한 도전 눈길
신앙 지키려 이주 조로아스터 신자 후예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에서 직원들이 지난 1월 21일 위탁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장하고 있다. SII는 올해 25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에서 직원들이 지난 1월 21일 위탁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장하고 있다. SII는 올해 25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인도 백신 업체 중에서도 인도혈청연구소(SII)다. 연구소 이름 같지만 민간 기업이다. 상장 회사도 아니고 개인 소유의 백신 제조업체다. 다르 푸나왈라 CEO가 AP 통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SII는 백신 연간 생산 능력이 올해 25억 회분에 이를 전망이다. 백신 생산 물량이 단일 기업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SII는 엄청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공급 대란’에 빠진 글로벌 백신 시장을 구원할 구세주로 등장하고 있다.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SII라는 제조사 마크가 선명하게 보인다. 인도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지에서 ㅗ실드라는 브랜드로 공급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SII라는 제조사 마크가 선명하게 보인다. 인도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지에서 ㅗ실드라는 브랜드로 공급된다. 로이터=연합뉴스

 

SII,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 생산

SII는 현재 스웨덴과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공 개발한 백신을 위탁 생산한다. 인도와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공급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II가 생산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올 6월부터는 미국 제약업체인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백신의 생산도 맡을 예정이다. 한 업체가 2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제조를 동시에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생산 능력과 품질관리에서 인정받는다는 증거다.  
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 1월 16일 인도에서 접종에 들어간 것은 물론, 1월 하순에는 인도가 백신을 무상 공급한 이웃 나라인 네팔·부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미얀마·몰디브·세이셸 등지에도 2000만 회분이 공급됐다. 국경을 맞댄 미얀마에도 지난 2월 1일 군사쿠데타 직전인 1월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 회분을 무상 제공했다.  
지난 2월 4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마을에 북한기가 휘날리고 있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지난 2월 3일 올해 상반기 안에 북한을 대상으로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약 200만 회분을 전달할 예쩡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해왔지만, 코백스에 백신은 신청했다. 북한은 선진국 지원금을 바탕으로 90여 개 가난한 나라에 코로바 백신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 사진=뉴스1

지난 2월 4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마을에 북한기가 휘날리고 있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지난 2월 3일 올해 상반기 안에 북한을 대상으로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약 200만 회분을 전달할 예쩡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해왔지만, 코백스에 백신은 신청했다. 북한은 선진국 지원금을 바탕으로 90여 개 가난한 나라에 코로바 백신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 사진=뉴스1

 

SII의 아스트라 백신, 북한에도 공급 예정

SII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코백스 퍼실리티(줄여서 코백스)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북한에도 199만2000회분 이상이 잠정 공급될 예정이라고 지난 2월 3일 코백스가 화상 브리핑에서 밝혔다. 북한은 선진국이 내놓은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인 ‘코백스 선구매 공약 매커니즘(COVAX AMC)’의 공급 대상인 92개 저소득 국가 중 하나다.  
SII의 로고. 사진=SII 홈페이지

SII의 로고. 사진=SII 홈페이지

코백스의 상반기 공급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억3600만 회분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급이 달리는 화이자 백신은 1분기에 120만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코백스의 이번 잠정 공급 계획안에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9만 6800회분 이상과 화이자 백신 11만7000회분 이상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티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백신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티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백신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가난한 나라의 백신 예방접종 증진을 목표로 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그리고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가 주도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프로젝트다. 코백스는 올해 안에 20억 회분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중진국과 개도국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화상회의를 연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코백스에 모두 7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중 40억 달러는 미국이 내기로 했다. 코백스 지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 돌아온 신호탄 구실을 하고 있다.  
SII의 백신 생산 과정. 사진=SII 홈페이지

SII의 백신 생산 과정. 사진=SII 홈페이지

임상시험 4000만 회분 제공, 위탁생산권  

그렇다면 SII는 어떻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 생산을 맡았을까? 엄청난 생산 능력을 보고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찾아와서 위탁 생산을 의뢰한 것일까? SII의 홈페이지를 보면 놀랍게도 이 인도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와 이 백신을 함께 ‘개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과학적 이름인 ChAdOX1를 개발하는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기여했다는 것이다.  
사연을 살펴보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다르면 SII는 지난해 4월 승부수를 던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인 ChAdOX1의 개발에 지원과 투자를 하기로 했다. 지금은 3상 임상시험까지 완료되고 지난해 12월 30일 영국에서, 다음날은 인도에서, 그리고 지난 2월 15일 WHO의 긴급 사용승인을 각각 받은 ‘백신’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백신 후보물질의 하나였을 뿐이고 안전성이나 유효성은 미지수인 상태였다.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아 인체에 접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이 백신의 바이오 기술은 일반적인 백신 제조기술과도 달랐다.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주인 사이더스 푸나왈라 회장은 과학기술의 힘을 믿었다. 그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SII의 지주회사인 사이더스 푸나왈라 그룹의 회장이다. SII의 아다르 푸나왈라 CEO는 그의 아들이다.  
SII의 백신 품질 검사 과정. 사진=SII 홈페이지

SII의 백신 품질 검사 과정. 사진=SII 홈페이지

1억2000만 달러 투입 임상시험 지원

푸나왈라 회장은 2020년 9월까지 이 후보물질 4000만 회분을 생산해 임상시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후보물질을 생산해서 유리병에 담아야 인간에게 주사하고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1회분에 지금 백신 가격인 3달러만 쳐도 1억2000만 달러가 들어가는 엄청난 투자다. 초기 생산 설비와 품질검사 투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투자는 더 많을 수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푸나왈라 회장의 개인 재산이 115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 정도 과감한 투자는 쉽지 않다. 백신 개발에 실패라도 하면 회사와 개인에 돌아오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업인의 신뢰 추락도 문제다.  
하지만 푸나왈라 회장은 과감하게 투자와 지원을 결정했다. 그 결과 옥스퍼드대의 기술력,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즈니스 감각에 SII의 생산력이 시너지를 만들어 백신 개발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SII는 리스크를 무릅쓴 과감한 공동투자로 이 백신의 인도·개도국 위탁 생산권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괜히 SII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위탁생산권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준 게 아니다.  
1966년 SII를 창업한 사이더스 푸나왈라 회장. 사진=SII 홈페이지

1966년 SII를 창업한 사이더스 푸나왈라 회장. 사진=SII 홈페이지

 

중세 인도 이주 조로아스터 신자 후예

푸나왈라 회장은 인도에서 ‘백신왕’으로 불리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존경 받는다. 1941년 인도 중부 마하라슈트라 주의 대도시 푸네에서 말을 사육하는 ‘파르시’ 집안에서 태어났다. 파르시는 페르시아인이라는 의미로, 인도에선 기원 7세기 사산조 페르시아(224~651년) 제국이 이슬람 세력에 무너지고 이란 고원의 이슬람화가 시작되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주한 조로아스터 교도와 그 후손을 가리킨다. 인도에 정착한 파르시들은 언어·복장 등에서 인도에 동화됐지만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며 별도의 공동체를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인도 특유의 카스트 제도나 힌두-무슬림-시크 간 종교 대립, 민족주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집단이다.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외국인과 잘 협력해왔다는 평가다.  
총리를 지낸 인다라 간디(1917~84년)의 남편으로 언론인·정치인인 페로즈 간디(1942~60년), 타타 그룹의 창업자인 잠세트지 타타(1839~1904), 세계적 록스타인 그룹 ‘퀸’이 프레디 머큐리(어려서 이름 파로크 불사라·1946~91년), 인도 독립운동 단체이자 정당인 국민회의의 공동 설립자인 페로제샤 메흐타(1845~1915년) 등이 파르시다.  
아다르 푸나왈라 SII 최고 경영자(CEO). 사진=SII 홈페이지

아다르 푸나왈라 SII 최고 경영자(CEO). 사진=SII 홈페이지

 

고대 페르시아 제국 키루스 대왕 이름 따

파르시 중 일부는 거주 지역에 ‘왈라’를 붙여 성으로 삼는데, 푸나왈라는 푸나 출신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푸나왈라 회장의 본거지인 푸네의 옛 이름이 푸나다. 그의 이름인 사이러스는 기원전 6세기 아케메네스 왕조를 창시하고 페르시아(그 전에는 메디아)라는 나라 이름을 처음 붙인 키루스 대왕의 영어식 표기다. 구약성서 에스라서와 이사야서, 다니엘서 등에 신바빌로니아 왕국을 멸망시키고 당시 바빌론에 끌려와 살던 유대인을 해방해 고향으로 돌려보냈으며, 유대인들이 예루살렘 제2 성전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기록된 ‘바사(페르시아) 왕 고레스’가 바로 그다.  
 
네팔에 무상 공여된 SII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냉장 용기에서 보관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팔에 무상 공여된 SII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냉장 용기에서 보관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말 사육 집안…말혈청 납품하다 백신사업  

인디아TV뉴스에 따르면 푸나왈라의 아버지는 경마에 필요한 말을 키우는 사육사로 말 농장을 운영했다. 푸네 대학에서 상업을 전공한 푸나왈라는 인도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마는 더는 미래가 없다고 보고 다른 일을 찾기로 했다. 그는 소수의 엘리트보다 다수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처음에 혈청으로 백신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말을 팔다가 곧 스스로 백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말은 19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 생리학자 에밀 베링이 개발한 항혈청(antiserum) 생산을 위해 많이 활용됐다. 항혈청은 특정 항원에 대항하는 특이 항체가 있는 혈청(Serum: 혈액에서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을 제거한 액체 성분)으로 면역요법에 사용된다.  
푸나왈라는 1966년 인도혈청연구소(SII)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하고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파상풍을 치료하는 혈청을 제조했으며, 곧 파상풍 예방 백신을 내놨다.  
는 현재 용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백신 제조 회사로 발전했다. 그는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푸나왈라 회장의 재산은 2020년 10월 기준으로 115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지난 1월 22일 이웃 미얀마의 양공 공항에 도착했다. 퐝에 인도 국기와 SII의 이름이 보인다. 인도는 미얀마에 150만 회분의 아스ㅡ라제네카 백신을 무상 제공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지난 1월 22일 이웃 미얀마의 양공 공항에 도착했다. 퐝에 인도 국기와 SII의 이름이 보인다. 인도는 미얀마에 150만 회분의 아스ㅡ라제네카 백신을 무상 제공했다. AP=연합뉴스

170개국에 백신 수출 인도의 효자 기업

SII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생산량과 글로벌 판매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백신 제조업체다. 연간 15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한다. 무려 15억 회분이라는 물량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SII는 이러한 생산 능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다량으로 공급할 기반을 갖춘 셈이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백신은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간염, BCG, B형 헤모필루스 바이러스, 홍역 백신  등 다양하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어린이의 65%는 자사가 생산한 백신을 최소한 한 번은 접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회사가 제조한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정을 받아 전 세계 170개 나라에 수출된다. SII는 자사가 제조한 백신이 개별 국가의 백신 프로그램을 통해 접종되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SII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 과정. AP=연합뉴스

SII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 과정. AP=연합뉴스

창업으로 가난한 인도 어린이 살려 

창업 당시 인도는 기술도, 경제력도 부족했다. 당시 인도에서 백신은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에 가까웠다. 공급 물량이 태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수입품은 가격이 비싸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고 다량으로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인도 시장에 공급했다. 가장 먼저 손댄 것이 파상풍을 치료하는 항독소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이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파상풍은 흙이나 동물 분변 등에 있는 파상풍균이 피부를 통해 사람 몸에 들어가 독소를 생성해 생기는 병으로 신경 이상을 일으켜 호흡 마비나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동물에 물리거나 곤충에 쏘였을 때, 오염된 못이나 도구에 피부가 손상될 때 흔히 감염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출산 직후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도구로 탯줄을 잘랐을 때 발생하는 신생아 파상풍이다. 이 병은 사망률이 90%를 넘어 개발도상국의 영아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질환이다.      
1974년에는 어린이에게 필수적으로 접종하는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개발했다. 신생아에게 필수적인 예방접종의 하나다. 1984년에는 뱀에 물린 사람을 치료하는 뱀독 항혈청을 개발했다. 1989년에는 홍역 백신을 개발해 M-Vac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의료기관에 팔았다. 이어 소아마비 백신과 어린이를 위한 또 하나의 필수 백신인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도 내놨다. B형 간염 백신은 수많은 제3세계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구했다.  
1966년 백신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를 창업한 사이더스 푸나왈라 회장(오른쪽)이 2019년 11월 인도의학연구위원회의 평생 공로상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부터 받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빌앤드멜린다 재단을 세워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백신과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SII 홈페이지]

1966년 백신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를 창업한 사이더스 푸나왈라 회장(오른쪽)이 2019년 11월 인도의학연구위원회의 평생 공로상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부터 받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빌앤드멜린다 재단을 세워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백신과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SII 홈페이지]

 

인도 백신 자급자족과 보건 향상 기여

SII의 백신 개발과 공급에 힘입어 인도는 1980년대에 백신 자급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 특히 영유아들이 예방접종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인도의 보건 환경은 눈부시게 개선됐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보건 지표가 출생 순간의 기대여명(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통계적 분석=기대수명)이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세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인도의 기대여명은 푸나왈라 회장이 SII를 창업한 1966년 44.84세였다. 그 뒤 10년 주기로 변동을 보면 1976년 51.25세, 1986년 55.98세였으며, 1996년 처음으로 60세를 넘어 60.53세를 기록했다. 2006년 64.72세, 2016년 68.67세에 이르렀다. 올해 2021년에는 69.96세이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2년 처음으로 70세를 넘어 70.19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수명은 식량·식품안전·위생·의료 등 다양한 요인에 작용한다. 기대수명의 상승은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유아사망률을 크게 낮춘 백신 공급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21일 SII 본사가 자리 잡은 인도 서부 푸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1일 SII 본사가 자리 잡은 인도 서부 푸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른 생각·말·행동, 조로아스터 기업정신

같은 기간 영아사망률도 크게 떨어졌다. 영아사망률은 출생 후 1년 이내에 숨진 영아의 숫자를 그해 태어난 모든 신생아로 나눈 비율로 보통 1000명 중 사망자로 나타낸다. 미국 데이터 업체인 ‘Knoema’에 따르면 인도의 영아사망률은 1966년 148.36이었으나 1976년 125.64을 거쳐 1985년 99.15로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1986년 96.70, 1996년 74.50, 2006년 53.50까지 낮아졌다. 2016년 33.78이었으며 2020년 29.02를 기록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2.7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9보다는 높지만 지난 50여년간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SII가 개발하고 공급한 백신의 공적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SII는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의 품질 인증을 받아 전 세계에 백신을 수출하게 됐으며, 유엔아동기금(UNICEF)과 미주보건기구(PAH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도 백신을 납품한다.  
푸나왈라는 생명을 구하는 면역·바이오 제품을 생산해 백신이 필요한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감염 질환에서 구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창업의 이유였다. 인도 굴지의 성공한 기업인이 된 지금, 코로나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백신 개발에 위험을 무릅쓰고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생산을 쥐락펴락하는 ‘코로나 백신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백신 유통 제2차 범정부 통합 모의훈련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일 훈련은 도서지역에 대한 민간 항공수송이 제한될 경우 군 항공기에 백신 수송차량을 탑재해 수송하는 훈련이다. 한국에서도 곧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접종이 시작된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백신 유통 제2차 범정부 통합 모의훈련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일 훈련은 도서지역에 대한 민간 항공수송이 제한될 경우 군 항공기에 백신 수송차량을 탑재해 수송하는 훈련이다. 한국에서도 곧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접종이 시작된다. [사진공동취재단]

그의 백신 사업은 조로아스터교에서 강조하는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영국 록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조로아스터교 신자인 머큐리의 아버지가 저녁에 외출을 나가는 아들에게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이는 조로아스터 신자들의 삶의 방식이다. 푸나왈라 회장 조로아스터 정신을 비즈니스에서 실천한 셈이다. SII를 창업한 푸나왈라 회장은 뚜렷한 사업목표, 과학에 대한 믿음과 연구개발 투자, 과감한 도전정신에, 글로벌 공동선을 추구하는 기업 정신이 돋보인다. 그런 그가 공존·공영을 고민해야 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경제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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