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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심은 '아스트라 불신'···"대통령 먼저 맞아라" 부메랑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 참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 참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학수고대하던 백신 접종이 목전에 닥쳤지만 문재인 대통령 AZ백신 1호 접종 논란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정성 훼손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백신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여야, 문 대통령 1호 접종 놓고 공방
청와대 “국민 불신 있다면 맞겠다”
정은경 “순서 맞춰 공정하게 진행”
이스라엘선 네타냐후 총리 첫 접종

정부가 20일 요양원·요양병원 종사자,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의료진의 90% 이상이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6~7%는 동의하지 않았다. 동의한 사람도 26~28일 다 접종할지는 미지수다. 
 
일반 국민의 불편한 시각이 여전하다.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1020명을 조사했더니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이 45.8%였다.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자가 45.7%, '맞지 않겠다'가 5.1%였다. 백신 도입과 접종 준비 체계에 대한 정부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5.8%가 '신뢰한다'고 했고, 41.1%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19일 한국갤럽 조사에 비하면 상황이 악화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71%가 '접종 의향이 있다'였고, '의향이 없다'는 답은 19%였다. 
 
AZ 불신은 정부가 씨를 뿌렸고, 정치권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8일 이후 AZ백신 인허가와 접종대상 선정 과정에서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했다. 
 
이를 받아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불신 해소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AZ 백신의 첫 번째 접종을 하라"고 촉구하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국가 원수가 실험대상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조은희 서울시장 예비후보(서초구청장)와 국민의힘 전략실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맞받아쳤다. 
 
22일에는 민주당 신동근·양향자 최고위원, 김경협 의원이 "야당이 백신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안 그래도 효과 논란에 휩싸인 AZ백신의 상처가 덧나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정부가 허락한다면, 정치인이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AZ 백신을 맞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차 백신 접종 대상자는 아니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조기 확보를 등한시한 마당에 AZ백신 접종률마저 떨어진다면 11월 집단면역 확보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본다. AZ백신은 26일부터 75만명분을 접종하고 상반기에 국제백신구매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130만명분을 추가로 받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정쟁을 자제하고 AZ백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사회지도층이 조기 접종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중앙예방접종센터장)는 "지금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민 신뢰를 받는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맞아야 한다. 굳이 1호 접종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사회지도층이 먼저 맞는다고 공정성을 헤친다고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 여러가지를 판단해서 결정하겠지만, 지금은 백신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나서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접종 필요성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는 "정치인뿐 아니라 신뢰받는 연예인·체육인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지금은 백신 부족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하루에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 한계가 있고 면역이 생기는 데 2주 이상 걸린다. 얼마나 빨리 접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65세 이상이 AZ백신을 맞아도 문제가 없다는 학술적 근거가 분명히 있다. 비가 들이치는데, 큰 우산만 찾으면 어떡하느냐"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질병청이 65세 이상은 AZ백신 접종을 보류했는데, 문 대통령(68세)이 맞으면 질병청 지침을 부정한다는 논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도 "국민의 백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지도층이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65세 이상이 AZ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본다. 3월말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사회지도층이 미리 맞아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맞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맞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정은경 청장이 먼저 맞으면 좋겠다는 권고론도 나온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어떡하든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하고, 일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니까 책임있는 의료진이 먼저 맞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은경 청장이나 의사협회 회장도 맞으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한의학회가 의료계에서 신망받는 단체이니 그런 단체 의료인이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 접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 교수는 "백신을 왜 솔선수범해서 맞아야 하나. 그렇게 안 하면 위험한 건인가"라고 반문했다. 기 교수는 "문 대통령이 맞아야 믿을 수 있느냐. 백신의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야지 유명인이 맞으면 믿고 그렇지 않으면 안 믿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정치인이 먼저 맞는 국가는 국민 합의로 그리했다. 우리는 우선순위에 정치인은 들어가 있지 않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자기 순서 왔을 때 제일 먼저 맞는 게 바람직하지 우선순위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이거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거나 이런 분들이 더 영향을 줄 것 같다"며 "일반 국민이 접종할 때 대통령이 먼저 맞고, 언론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잠시 기다려주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순서에 맞춰서 공정하게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문 대통령 1호 접종’ 주장에 반대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크고, 또 우려가 많이 제기돼서 누군가 사회 저명인사 또는 보건의료계의 대표들이 국민 불안감을 좀 더 완화해주기 위해서 접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고 접종 동의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서 공정하게 예방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된 허가를 받은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접종을 누가 맞든 실험대상이 아니다.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께서 그런 제안을 하신 것은 듣지 못했는데, 현재 저희가 접종 우선순위를 정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접종대상자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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