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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구 자연 감소 시작, 국가 존립 위기 신호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구학)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구학)

전문가들이 오래전에 예견한 대로 지구에 사는 한국인의 수가 지난해 처음 감소하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부 기준 인구가 전년도보다 2만838명이 줄어 5182만 9023명에 그쳤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제 한국은 인구의 자연 증가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인구 축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사회 유지 시스템 작동 어려워져
인구 정책을 최우선 과제 삼아야

이러한 인구 축소는 그동안 끝 모르게 추락한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연장이 가져온 결과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여 명으로 사상 처음 20만 명대로 감소했다.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일본보다 더 가파르다. 추세에 비춰보면 향후 인구 축소가 인구 확대로 전환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인구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
 
총인구 감소는 인구 구조의 왜곡과 더불어 미래 한국이 당면하게 될 인구 문제의 핵심이다.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으로 보면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더 큰 문제다. 최근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65년 한국인 중위연령은 62.2세가 되고, 총부양비는 117.8이 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부양부담이 가장 무거운 국가가 된다.
 
이처럼 높은 부양비는 대규모 전쟁이나 큰 재해가 아니라면 평화 시기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전대미문의 이런 현상이 머지않아 한국에서 일어날 예정이다. 부양비가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국민연금보험·건강보험·사회보험은 물론 정부 재정 등에 과부하가 걸린다. 사회 유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지속가능성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외국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 인구문제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런 경고를 진지하게 귀담아들은 것 같지 않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은 한 세대 후에 정상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다. 오늘 당장 출산력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한 세대가 지나간 후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은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당면한 인구문제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매우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이 문제가 우리나라 정책 과제의 최우선에 자리해야 한다.
 
정책의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인구 감소를 초래한 문제의 원인 중에 경중을 따져 핵심과제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15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과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다 밝혀져 있다. 좋은 일자리, 신혼부부 주거, 일과 가정의 양립, 양성평등, 돌봄 인프라, 사교육비 절감이다. 이중 어떤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서 당장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고 복잡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갖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또 정책 집행에서도 주요한 정책 수단의 효과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걸림돌을 제거해 전반적인 정책효과를 높여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젊은 세대에 미래의 희망을 회복시켜주는 일이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다는 밝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제로 이를 조금씩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바로 이 일이 부모세대가 자녀세대를 위해 마땅히 짊어져야 할 기본적인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구학)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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