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최대 규모 폭증 기록에
정규직 전환율, 고작 10%에 그쳐
공공부문에서 강제로 성과냈지만
민간은 외면…"시장 무시한 결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전 통계청장)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 최대 규모 증가 [자료=유경준 의원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2/23/f1686eaa-5009-4432-9631-d8236dd02f18.jpg)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 최대 규모 증가 [자료=유경준 의원실]
그렇다면 양측의 주장에 근거는 있는 것일까. 정부는 '근로자의 착각' 때문이란 논리를 고수 중이다. 한데 이 논리를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나 근거 자료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근로자의 심리적 변화와 관련되는 문제여서 제대로 체크할 수 없다는 투다.
유 의원은 관점을 틀었다. 역대 정부의 정규직 전환율을 들여다봤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원자료로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0.7%에 그쳤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를 합한 평균치다. 이명박(MB) 정부에선 정규직 전환율이 16.3%였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13.1%였다. 지난 정부의 실적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두 정부에서 500만~600만명대에 머물던 비정규직 규모가 현 정부 들어 700만명대로 치솟은 까닭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742만명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신이 일하던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이 역시 MB 정부의 6.7%, 박근혜 정부의 5.5%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역대 정권별 정규직 전환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공공부문에 초점을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다. 이른바 '1호 지시'다. 노사는 모두 걱정했다.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조목조목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3단 경고를 하며 그를 맹비난했다. 결국 부회장직을 내려놨다.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던 김주영 의원(민주당)은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노사의 우려와 아랑곳없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거침이 없었다. "취임 3년 만에 18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율이 90%에 달한다"며 자화자찬했다.(고용부 지난해 8월 27일 보도자료) 이 과정에서 인국공 사태가 터지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공정성 훼손 논란과 일자리 진입 장벽의 공고화에 청년들이 분개했다. 멀쩡하게 인국공 자회사에서 일하던 정규직 직원이 직고용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대량 실직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일부 공공기관에선 노사·노노 갈등이 일상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을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공부문 성과를 강조했지만 정작 나라 전체의 정규직화 현황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악화했다. 2006년 20%에 달하던 정규직 전환율이 현 정부 들어 2017년과 2018년 10.7%, 2019년 10.4%, 지난해 11.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직장 내 정규직 전환율은 2017년 4.1%, 2018년 4.6%, 2019년 4.4%, 2020년 5.6%에 불과하다. 이 통계가 시사하는 노동시장의 상황은 명확하다. 정부 주장대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율이 90%라면 민간부문에선 정규직 전환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유 의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처우 차이가 크면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된다. 격차를 줄여야 한다. 한데 정부는 격차 해소보다 신분제로 접근해 '비정규직=악(惡)'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노동시장에 적용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을 자랑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강제로 한 것 아닌가. 돌려 말하면 시장을 무시했다. 민간기업에는 시장기능이 작동한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과 반대로 간 이유다. 정부 정책의 반(反)시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