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통령에 거취 일임” 업무 복귀
법무부 초안엔 윤석열측 핀셋 인사
신 수석 사의와 윤 반발로 뒤집혀
김학의 출금·원전수사팀 등 유임
“법무부, 신현수와 주말 인사 조율”
중간 간부 18명 소폭 인사에 그쳐
법무부 산하엔 검찰개혁 TF 신설
법무부는 당초 변 부장 등을 ‘핀셋 인사’로 교체하고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간부들은 요직으로 보내는 내용의 초안을 마련했다. 또 한 번의 ‘윤석열 패싱’ 및 보복성 ‘핀셋 찍어내기’ 인사 단행 직전에 인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타는 신 수석 사의 표명 사태였다. 이 이슈가 부각되면서 지난 7일의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제기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들도 함께 부각되기 시작했다. 신 수석을 ‘패싱’하고 검사장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는 사실, 발표 이후에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후 재가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 ‘패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감찰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박 장관도 더 이상 검찰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수석의 휴가 기간 그와 박 장관의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결과 인사가 180도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휴가 중에도 신 수석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한 협의도 했고, 검토도 (법무부와) 함께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신 수석과 소통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러 차례 만나고 통화했다. 제 판단으론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성윤에 반기’ 변필건 유임, 위원 6명 중 4명 핀셋인사 반대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검찰 인사 ‘절차’ 문제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오종택 기자
이번 인사가 윤 총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종결되면서 당분간 박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법조계 인사는 “월성 원전 및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등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인사에서 윤 총장 징계 사태 때 사의를 표한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후임으로는 나병훈(28기) 차장검사가 선임됐다. 서울남부지검과 광주지검에서 인권감독관을 지낸 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에 파견돼 근무했던 나 차장검사는 앞으로 이 지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됐다. 청주지검 차장검사에는 박재억(29기)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이, 안양지청 차장검사엔 권기대(30기) 안양지청 인권감독관이 전보 조처됐다. 법무부는 또 검찰 개혁 가속화를 위해 산하에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성식(32기) 성남지청 형사2부장과 김태훈(35기) 부산지검 부부장검사를 배치했다.
한편 신 수석은 이날 나흘간의 휴가를 마친 뒤 복귀해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고 22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신 수석이 출근해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날 오전 티타임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신 수석 사의 표명 배경 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인사 과정을 소상히 말씀드리지 못한다. 청와대 발표로 갈음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제 머릿속에 대통령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건 개념조차 없다”며 대통령 패싱 의혹을 사실상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민정수석 패싱, 대통령 패싱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데 법무부 장관은 ‘말할 수 없다’고만 한다.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이 대통령 재가 없이 인사 발표를 했다는 의혹과 신 수석이 박 장관 감찰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날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청와대 발표로 갈음한다는 답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박 장관을 옹호했다.
김수민·김민중·강태화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