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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따·떼카·와이파이 셔틀…‘SNS 감옥’ 탈출구가 없다

사이버로 번진 학폭

사이버로 번진 학폭 그래픽

사이버로 번진 학폭 그래픽

#경기도 남양주의 한 중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최 모양은 지난 1년 동안 카카오톡 계정만 4번 삭제를 반복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 5월 아예 없앤 후 아직 새로 생성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탓에 소셜미디어(SNS) 이용이 잦아지면서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인스타에서 나대는 아이’로 찍혔기 때문이다. 집콕 생활이 계속되면서 예쁘게 꾸민 방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허세 쩐다”란 댓글이 달렸다. 처음엔 ‘질투겠거니’ 생각했지만 댓글과 대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하루 만에 20개 안팎의 비하와 조롱 글이 이어졌다. 게시물을 삭제한 직후 최양은 7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소환됐다. "허세샷 왜 지웠냐”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집단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심지어 이모티콘 상납을 강요받기도 했다. 최양은 "카톡 테러에서 벗어나려고 계정도 삭제했지만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학교, 학원 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달 만에 카톡 계정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며 "처음엔 맞대응하며 싸워보기도 했지만 (가해 학생들이) 떼로 공격하니 지금은 체념한 상태”라고 했다. 최양은 최근 주 1회씩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면 시대 ‘사이버불링’ 급증
학교폭력 피해 중 12%나 차지
시·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가해

교사·피해자 가족 알아채지 못해
사이버 학폭 처벌 규정도 없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학폭)이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폭력’ 대신 ‘사이버 폭력’ 형태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유명 스포츠 선수의 학폭 논란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정부와 체육계는 ‘학폭 근절’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비대면의 일상화’로 변화하는 교육현장과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온라인 폭력에 대한 예방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화방 폐쇄적, 3자 인지 어려워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도 불리는 사이버 학폭은 메신저나 SNS를 이용해 피해학생에 대해 집단으로 언어폭력과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다. 지난달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유형 가운데 사이버 폭력의 비중은 12.3%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에 비해 3.4%p 증가한 것으로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학폭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 비율은 0.9%로 2013년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등교제한 등 대면 수업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학내 사이버 폭력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카카오톡 왕따(카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단체 대화방에 피해학생을 초대해 집단으로 욕설을 퍼붓거나(떼카), 단체 대화방에 피해학생만 혼자 남겨두고 모두 방을 나가버리는 경우(방폭)가 대표적이다. 피해학생이 단체 대화방을 먼저 나갈 경우 가해학생이 끊임없이 대화방으로 초대해 괴롭히기도 한다(카톡감옥). 또 피해학생의 무선데이터를 테더링해 사용하는 형태로 갈취하는 ‘와이파이 셔틀’, 게임 아이템을 상납하도록 강요하는 ‘게임 아이템 셔틀’도 사이버 학폭에 속한다.
 
문제는 사이버 학폭이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어 피해학생의 고통이 물리적 학폭을 당하는 것 못지않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행 등 물리적 괴롭힘보다 당하는 고통이 더 심할 때도 있다. 온라인을 통한 욕설·협박 등 사이버 폭력은 사실상 24시간 동안 가능하기 때문이다. 피해학생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거나 심지어 먼 곳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시달림 정도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지능정보윤리팀 연구위원은 "기존 학폭은 학교 안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학생 입장에서 최소한 ‘집만큼은 안전하다’란 인식이 컸다. 하지만 사이버 폭력은 가해 학생과 물리적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기 방 안에서도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외부 감시도 쉽지 않다. 또래 친구들끼리만 접속해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거나 SNS 친구를 맺기 때문에 교사나 피해학생의 가족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또 제3자의 개입이 있을 경우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2012년 수사당국은 SNS 게시물과 단체 대화방 모니터링 강화를 발표했다. 당시 대구의 한 중학생이 지속적인 사이버 폭력에 견디질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하자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온라인 검열’ 논란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은 "SNS 게시물은 수시로 삭제가 이뤄지고 단체 대화방에서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인이 간섭하더라도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거나 특정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학폭의 경우 피해학생이 교사나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향도 크다. 자칫 SNS 이용 금지나 휴대폰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또 사이버 폭력을 단순히 ‘온라인에서 떠드는 말’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주변 분위기도 피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게 만든다.
  
이사 가더라도 사이버 폭력 계속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은 2012년 4월 개정을 통해 ‘사이버 따돌림’을 학폭의 유형 중 한 가지로 포함했다. 하지만 학폭에 대한 기본 정의에 사이버 폭력을 추가만 한 것일 뿐 사이버 학폭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과 처벌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학교폭력예방법 17조에 따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가장 낮은 수위인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조치 1호)’부터 최대 ‘퇴학 처분(조치 9호)’까지 이뤄질 수 있다.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심리 상담과 임시 보호 및 학급 교체를 가능하도록 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현행법은 분쟁 조정 기구인 학폭위(학교폭력대책위원회) 설치부터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이 여전히 같은 학교 내 물리적 폭력과 물리적 분리에 근거하고 있다”며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서 현행법만으로는 사이버 폭력에 대응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예방법과 별도로 사이버 학폭에 대한 형사 처벌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행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해자의 연령에 따라 처벌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학폭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소년법 개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이버 모욕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이버 학폭에 대한 형사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 현장에 발생하는 일인 만큼 ‘선도’의 영역과 ‘처벌’의 영역을 구별해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하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학폭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제2 ‘디지털교도소’ 우려
“#나도 학교폭력 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른바 ‘학폭 미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직 프로 스포츠 스타에 대한 학폭 사례뿐만 아니라 가수·배우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학폭과 더불어 항공사 승무원 등 일반인의 과거 학폭까지 공개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을 통한 폭로 방식이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공개와 ‘사적 응징’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유명 커뮤니티와 대학생, 직장인이 즐겨 쓰는 모임 앱에서 “학폭 가해자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글에 찬성 댓글 등 호응도가 높은 게 대표적이다. 극단적으로는 “학폭교도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학폭교도소는 지난해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된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의 ‘학폭 버전’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말이다.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과거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한 경우는 여러 청소년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 폭력에 있어서 피해-가해 경험의 발전(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학폭 가해자의 44%가 과거 학폭 피해 경험이 있었으며 학폭 피해자의 54%가 학폭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 폭력은 ‘익명’을 이용해 얼마든지 또 다른 가해 행위 이어질 수 있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은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경우 비슷한 성향이 모이는 경향이 크고 집단 간 갈등이 혐오로 쉽게 변할 수 있다”며 “자칫 피해자들끼리 모여 극단적 메시지를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폭 피해자의 주장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디지털교도소 사례와 달리 직접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어 비방 목적보다는 공익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피해자들은 디지털교도소와 달리 ‘처벌’보다는 ‘호소’에 맞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양상이 흐를지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피해자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너도나도 피해 사실을 알린다는 건 본질적으로 함께 연대한다는 메시지”라며 “이는 성범죄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과 유사한 움직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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