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무엇이 문제인가 ②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검찰은 기존의 6대 범죄 등 주요범죄 관련 직접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고 기소와 공소만을 유지하게 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왼쪽부터 장경태·김승원·민형배·황운하 민주당 의원. 뉴스1
하지만 높은 기소율은 곧 중대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검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6대 범죄의 경우 유관기관의 고발이나 이첩 등을 통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검찰이 ‘기소를 위한 수사’를 한다는 주장 자체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세·공정거래 관련 경제범죄의 경우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을 때만 검찰이 기소하는 ‘고발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선거범죄도 선거관리위원회의 1차 조사를 거친다.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갖춘 상태에서 검찰에 사건이 넘어온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선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황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공수처 역시 수사권 남용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여권은 공수처 설치를 이른바 ‘검찰개혁’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한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문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건 경찰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여권이 신설하려고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청장은 수사총감, 차장은 수사정감은 사법경찰관 신분으로 사실상 경찰 조직이다. 연합뉴스
반면 법조계에서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는 반응이 나온다. 영국 SFO의 경우 경제범죄를 보다 촘촘히 걸러내기 위해 범죄 인지·수사·기소를 통합해 출범시킨 기구로,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국내 방첩기구로 출범한 FBI가 연방 범죄의 수사권만 가진 건 맞지만, 미 법무부 소속 2000~3000명의 검사도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사건 등 직접 수사를 한다. 각 주(州) 검찰청 일부도 직접 수사를 한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현직 시절부터 부동산 사업 관련 비리 혐의를, 조지아주 풀턴 검찰청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수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에 대해 "법 개정의 목적인 '검찰 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반발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청사 앞 정문 모습. 연합뉴스
③수사 희망 검사는 중대청 가면 된다?=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권력기관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기존 검찰청 안에서 수사 희망 인력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시키면 되기에 수사 총량의 공백은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공수처-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자치경찰’이라는 분립과 상호견제 구조를 정말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1월 14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편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당시 조 수석은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 수사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중대청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7월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제도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2018년까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완료하고, 정권 후반부에는 새 제도의 안착에 주력하는 것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제범죄, 지능범죄 등은 초동 수사에 실패하면 범죄자들이 활개 칠 수 있게끔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무조건 검찰을 악(惡)으로 몰아 수사권부터 박탈해버리면 권력기관 사이 틈새를 파고든 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