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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짐 정리하러 간 것…사퇴 의사 굳혔다"

지난 7일 검사장급 검찰 인사 발표에서 '패싱' 당한 뒤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63·사법연수원 16기)이 결국 사퇴 의사를 굳혔다고 18일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신 수석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휴가원을 낸 뒤 청와대를 떠났다. 여권 관계자는 "오늘은 신 수석이 자리를 정리하러 간 것"이라며 "청와대도 후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22일 이후 후임자 발표와 함께 사표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윤석열과 인사 협의해온 신 수석
이광철이 올린 한쪽짜리 인사안
문 대통령 재가하자 사퇴 결심”

여권 “청와대, 후임 찾고 있는 듯”
신 수석 지인 “사퇴 번복 없다 해”

"신현수, 휴가 낸 건 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뉴스1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뉴스1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 수석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사퇴를 번복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고 한다. 이날 휴가를 낸 것도 대통령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완곡히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신 수석의 깔끔한 인품에 본인 사의로 논란이 큰 상황에서 휴가를 낸 건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도 현재 후임자를 찾고 있고 후임자가 정해지는 대로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04년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사직 사표를 내고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뒤 "청와대에 근무한 사람이 어떻게 검찰로 돌아가겠느냐"며 복귀하지 않은 걸 예로 들기도 했다. 관행이던 검찰 복귀를 스스로 포기한 건 신 수석 전·후로 유례 없는 일이다.
 
신 수석과 친분이 오랜 다른 인사는 "누구보다 말과 행동이 무겁고 두말 않는 성격"이라며 "단순히 인사 패싱으로 화가 난다고 대통령 앞에서 쇼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퇴 결정적 계기는 "직속 부하 이광철 직보와 文의 재가"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수석이 사퇴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조율이 안 끝난 상황에서 직속 부하인 이광철 민정비서관(51·연수원 36기)이 올린 한쪽짜리 검사장급 인사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한 때문"이라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이광철 비서관은 전임 감사원 출신 김조원·김종호 수석 때도 직접 추미애 전 장관과 '검찰 학살 인사안'을 조율했다고 한다.

 
신 수석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평검사 인사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안을 놓고 협의를 거쳤다. 이후 검사장급을 두고도 총장 징계에 가담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부장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안'을 마련해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던 지난 7일 박 장관의 일요일 기습 인사 발표 후에 이광철 비서관이 자신을 우회해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걸 알게 됐고 "나더러 그만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곧바로 이튿날 8일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그 자리에서 "알았다. 후임자를 찾아보자"며 수용할 뜻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9일 다시 신 수석을 불러 만류했지만, 신 수석은 설 연휴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정식으로 사표를 냈다고 한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검찰 인사는 통상 민정수석이 장관·총장과 조율이 끝나면 대통령에게 확정안을 보고해 재가받거나, 장관이 재가받는 자리에 배석하는 방식으로 한다"며 "정상적 시스템에 익숙한 신 수석으로선 비서관이 몰래 직보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어 수석을 패싱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신현수 "정도 벗어나 무리하면 결국 대통령에 큰 누 끼친다"  

신 수석은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에 발탁된 뒤 검찰개혁에 대해 일종의 '레드팀(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번번이 묵살되는 상황이 누적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 업무인 검찰 인사에서도 '패싱' 당하자 사의를 굳혔다는 것이다.
 
신 수석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에 반대했고 문재인 정부 내내 공석인 특별감찰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현 상태로 가면 안 된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신 수석은 특히 "소위 측근이란 사람들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정도를 벗어나 무리하면 결국 대통령에게 큰 누를 끼칠 수 있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이명박 정부 사찰 문건 공개 등 이른바 여권의 '4·7 보궐선거 플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셈이다.
 

얼마든지 만나겠다는 박범계…"보여주기식 제스처"

사태를 촉발한 다른 당사자인 박범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들이 '신 수석에게 사과하러 따로 연락했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별도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후 "신 수석과 앞서 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만났다"며 "(추후)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 수석 주변 인사들 사이에선 "사퇴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면서 뒤늦게 '만날 용의'를 언급한 건 박 장관 특유의 보여주기식 화해 제스처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광우·정유진·김민중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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