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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유튜버와 아나운서…中김치도발에 그들은 왜 끼었나

중국은 왜 가만 있는 김치를 건드릴까.

중국은 왜 가만 있는 김치를 건드릴까.

 
중국의 문화 도발은 해가 갈수록 선을 넘고 있다. 이번엔 김치다. '김치'라는 식품은 이미 20년 전 국제무대에서 한국 고유의 요리법으로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한국의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인정한 것으로 정리된 사안이다. 하지만 중국이 무리한 도발을 감행하는 건 고도의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발의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보자.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환구시보는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김치 (무역) 적자국으로 수입 김치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이 기사는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절임 채소 요리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표준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작성됐다. 그런데 여기에 김치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실상은 ISO 표준 인증 문서에도 파오차이 인증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라고 적혀 있다.
 
한눈에 봐도 파오차이는 김치보다 피클에 가까운 절임 음식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한눈에 봐도 파오차이는 김치보다 피클에 가까운 절임 음식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를 시작으로 중국의 김치 흔들기가 이어졌다. 장쥔(張軍) 중국 UN 대사가 트위터에 김치를 담그는 사진을 올렸다. 이어 중국 1000만 유튜버 리쯔치(李子柒)가 김장하는 영상을 올리고는 설명란에 ‘중국 요리(Chinese Cuisin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방송국 아나운서 주샤(朱霞)가 김치를 “격식에 안 맞는 떨거지 음식”이라고 비하하면서 김치를 중국 55개 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음식으로 중국에 속한 문화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유튜버 리즈치가 배추김치를 버무리는 모습. 유튜브 캡처

중국의 유튜버 리즈치가 배추김치를 버무리는 모습. 유튜브 캡처

 
중국 공산당도 나섰다.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는 “(한국은) 김치도 한국 것, 곶감도 한국 것, 단오도 한국 것이라고 한다. 결국 사사건건 따지는 건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온갖 피해망상이 생긴다”고 힐난했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발효식품으로 일부 몇 개 나라와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파오차이라고 부르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김치라고 부른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치 갈등에 대해 "한중은 수천 년의 유구한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많은 요소가 진화해 각국 문화의 유전자 속에 녹아들었다. 예컨대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엔 조선족도 있다. (김치 종주국을) 따질 게 아니라, 양국 유대의 요소로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 속엔 한민족이 중국을 이루는 민족 중 하나라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한국의 문화 역시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시각이 엿보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식 차원에서 ‘파오차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익하고도 우호적인 교류가 진행되는 것을 지지한다. 반대로 이 사안에 편견을 이입시키지 말아야 하고 대립을 조장하며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식 차원에서 ‘파오차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익하고도 우호적인 교류가 진행되는 것을 지지한다. 반대로 이 사안에 편견을 이입시키지 말아야 하고 대립을 조장하며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치 도발에 나선 중국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리쯔치는 유튜브를 막아놓은 중국이 거의 유일하게 허용하는 중국 문화 유튜브 채널이다. 공산당 묵인 없이는 힘든 일이다. 중국 UN 대사,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 외교부 대변인은 두말할 것 없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다. 이들이 김치를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에둘러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중국 음식 파오차이가 국제 표준 인증을 받은 시점 이후 집중적으로 김치 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북공정, 한복 등 다른 문화적 논란과 달리 김치 논란의 배경엔 경제적인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의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1억4451만 달러다. 코로나19로 무역에 큰 차질이 있었지만, 전년 대비 38%나 늘었다. BTS를 위시해 이어지고 있는 한류 붐, 김치의 면역강화 기능의 홍보 효과 덕이다. 대부분의 식품 수출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치는 역주행에 성공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김치 수출은 성장에 성공했다. 사진은 1998년 당시 두산 '종가집 김치' 공장.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김치 수출은 성장에 성공했다. 사진은 1998년 당시 두산 '종가집 김치' 공장.

 
이번 도발은 김치가 국제적인 음식의 지위를 갖추자 중국이 김치 시장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부 윤상영 부장은 “김치 산업은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어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종균을 개발하고 기능성 연구를 계속해 품질 면에서 중국산 김치와 차별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또 다른 노림수는 파오차이의 세계화다. 이번 파오차이 국제 표준 인증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은 쓰촨의 파오차이를 세계에 알리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파오차이는 중국에서 ‘동포 피클(Dongpo Pickle)’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엔 소동파로 잘 알려진 중국 송나라 대문호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동파육의 유래와 비슷하다.) 그만큼 중국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선 인지도 면에서 김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파오차이를 알리기 위해 쓰촨에서 중국피클식품국제박람회를 10년 넘게 열고 있다. 쓰촨은 전체가 파오차이 단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각종 파오차이 관련 기관이 들어서 있다. 국립파오차이품질검사센터, 파오차이기술연구원, 파오차이박물관이 모두 쓰촨에 만들어졌다. 박람회에도 세계적인 식품업체와 바이어를 초대해서 열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은 “중국은 파오차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산업화의 첫 단계는 표준을 제정하는 것인데, 그게 지난해 말 성공을 거뒀고 이를 알리기 위해 국가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김치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해 중국이 파오차이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다는 것이다. 조정은 본부장은 “파오차이를 알리려는 중국의 조급증이 무리한 마케팅으로 표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전통음식 바클라바. 사진=Sakaman

터키의 전통음식 바클라바. 사진=Sakaman

 
실제로 2000년대 터키와 그리스 간에 벌어진 '바클라바' 원조 논란 덕분에 터키 바클라바의 수출량을 크게 늘어난 사례가 있다. 바클라바는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에 견과류 등을 입힌 디저트로 지중해 연안 국가와 아랍 국가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다. 터키 바클라바 제조업자들은 그리스 업체가 바클라바를 산업화하려고 하자 시위에 나섰다. 터키 언론도 2012년 그리스 독립기념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바클라바를 먹자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스-터키 간 '바클라바' 원조 논쟁은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문명 아시리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격화되기도 했다. 논란 덕분에 터키의 바클라바 수출액은 2001년 11만 달러에서 2016년 580만 달러로 50배 넘게 성장했다.
 
우리나라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1억5240만 달러로 바클라바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 시장분석기관 마켓 리포트 월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김치 시장 규모는 2025년 42억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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