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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없었던일로’ 보조제…나의 다이어트 쇼핑 흑역사

기자
한재동 사진 한재동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2)

명절 연휴가 끝나갈 즈음 출근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두려운 마음도 크다. 덮어놓고 먹다 보면 2, 3kg 순식간에 찌는 것 같다. 찌는 것은 정말 순식간인데, 그걸 빼는 것은 열 배 이상의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언젠가 다이어트 알약을 먹는 걸 본 선배가 “네 뱃속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그걸 빼려고 또 돈을 쓰고 있냐”며 뼈를 때리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저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다이어트는 현대사회 풍요의 상징이자, ‘원하는 게 무엇이든, 돈이 필요하다’라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보건데, 뱃속에 무엇인가를 넣을 때도 돈을 상당히 쓰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돈을 아끼지 않게 된다.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과 ‘외모’를 위한 욕망, 두 마리 토끼가 모두 충족되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과 ‘외모’를 위한 욕망, 두 마리 토끼가 모두 충족되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과 ‘외모’를 위한 욕망, 두 마리 토끼가 모두 충족되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했다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지는.” 나 역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는 늘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다이어트 도전은 솔직히 요요의 역사에 가깝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20년째인데, 살을 빼기도 했고 얼마간 유지도 했지만 결국 오늘도 나는 새로운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있다.
 
의외로 다양한 지식을 자랑하는 다이어트 박사들은 다이어트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내가 바로 그랬다. 수많은 책과 영상을 통해 이론은 빠삭하다. 그러나 실천에 어려움이 있다. 바로 이 부분에 ‘다이어트 쇼핑’이 파고든다. 자극하는 포인트는 다양하다. 사람의 의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살을 빼준다거나, 배고픔을 약을 통해 극복하자거나, 최신 연구로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살 빠지는 슈퍼푸드를 발견했다거나, 역시 운동이 최고라거나, 역시 운동보다는 식단이라거나 등등. 너무나 다양해 심지어 서로 모순되는 주장도 많다.
 
공통으로 그들은 우선 나약한 의지를 탓하지 말라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힐링 멘트와 함께 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근데 이건 의지가 약해도 정말 빠지게 해줄 거야, 마지막 기회야.’ 이런 식으로 나의 재가를 유도한다. 지금까지 100% 확률로 넘어간 수법이다. 물론 다이어트는 거의 100% 실패였다.
 
다이어트 칠전팔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많은 시도 중에 가장 극단적이었던 것은 ‘디톡스 주스’로 인기를 끌었던 유기농 주스만 먹는 다이어트였다. 일주일을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만 만들어진 주스로 연명하는 다이어트였는데, 무슨 스위스에서 만든 명품 주스라며 상당히 비쌌다. 스위스가 유기농 채소로 유명하다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다이어트 쇼핑에 결정적 구매 포인트인 ‘지인이 이걸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에 넘어가 버렸다.
 
일주일을 주스만 마시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맛도 없는 주스와 배고픔에 지쳐갈 때마다 고가의 주스 가격을 생각하며 버텼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정말 몇 킬로 정도가 빠지긴 했다. 그러나 빠진 몸무게가 돌아오기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끝나기만 해봐라 돈가스에 짜장면부터 해치워 주리라’라고 버텨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결국 돈만 잔뜩 쓰고 일주일간 고생만 한 꼴이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뭐라도 살걸.
 
다이어트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자 가장 힘들다.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늘 실패한 것은 그걸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 옥션]

다이어트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자 가장 힘들다.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늘 실패한 것은 그걸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 옥션]

 
‘나캇타코토니’라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한 적도 있는데, 흰 강낭콩 추출물 어쩌고 하는 다이어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었다고 해서 먹었다. 꾸준히 먹지 않아서 인지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저 약 이름의 뜻이 ‘없었던 일로’라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배가 고플 때는 오직 먹을 생각만 했지만, 먹고 나서 배가 차면 이성이 돌아오고 후회를 한다.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니, 많은 다이어터의 마음을 읽은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동요대회에서 은상을 타 화제가 된 2세의 귀여운 꼬마는 인생의 4분의 1일을 노래 연습에 쏟았다는데, 나는 불혹 가까운 나이에 인생의 반을 다이어트에 쏟았다. 돌이켜 보면 바보 같은 다이어트만 한 것은 아니다. 꾸준한 운동습관을 위해 헬스장 PT도 하고 매일 밤 조깅을 하기도 했다. 저탄고지, 키토제닉, 방탄커피, 새싹보리, 유행했던 거의 모든 식이요법과 다이어트 보조식품을 먹은 것 같다.
 
그런데도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나의 다이어트 쇼핑 흑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얼굴의 근육을 강화해 V라인을 만들어 준다는 운동기구인데, 처음에는 ‘이런 걸 누가 사?’라는 생각으로 봤다가 결국에는 넘어가 사버렸다. 지금은 국민 비호감인 축구선수 호날두가 모델로 홍보한 제품인데, 사실 그에게도 이 운동기구 CF는 흑역사였다. 입에 실리콘 봉 같은 것을 물고 흔들어야 하는데 그 모양이 영 민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넘어가 버린 포인트는 하루에 30초 정도만 하면 두 달 안에 얼굴이 갸름해지는 효과를 본다는 광고 때문이었다. ‘30초 정도면 매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늘 매일 한다는 꾸준함을 우습게 알다가 실패했다. 사실 다이어트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자 가장 힘든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내가) 늘 실패한 것은 그걸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과학기술이 어서 발전해, 꾸준하지 않아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그 날만을 기다린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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