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교육부는 17일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해 마이스터고에 학점제를 우선 도입한데 이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일선 고교에 부분적으로 학점제를 적용한 뒤 2025년부터 모든 고교에 전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마다 달라지는 시간표, 공통과목 빼고 모두 선택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인천 명신여고에 설치된 학생 복합 생활공간. 선택과목 이동 수업을 하면서 쉬는 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교육부
현재 고교 교과목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심화과목으로 나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과목을 정하고 학생 선택은 제한적이었다. 심화과목은 주로 특목고에만 개설됐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공통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모두 학생이 선택하게 된다.

고교 과목구조 어떻게 달라지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학교는 수요 조사와 과목 설명회를 통해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은 수강신청으로 시간표를 짠다. 학교에 따라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국제경제'나 '빅데이터'와 같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교육부는 1학년때 공통과목을 배우며 진로를 탐색하고 2학년부터 본격적인 과목 선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간 192학점 이수해야 졸업, 미이수 과목은 '보충'해야
각 과목은 학업 성취율이 40% 미만이면 미이수(Incomplete)를 의미하는 I학점을 받는다. 시험과 수행평가 등을 합친 성적이 100점 만점에 40점을 넘지 못하면 낙제라는 의미다. I학점으로 미이수한 과목이 많아 3년간 192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졸업이 늦춰질 수 있다.

성적 낮으면 졸업 유예 도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학은 낙제(F학점)를 받을 경우 다음 학기에 해당 과목을 재이수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서 재이수를 당장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미이수자들은 방과후나 방학 중에 별도 과제나 보충수업을 하는 ‘보충이수’를 통해 학점을 딸 수 있다. 함영기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미이수제는 학생을 책임지고 지도하자는 취지”라며 “3년안에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나올 수 있지만 온오프라인 보충이수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3년간 균형있게 수업을 받도록 한 학기당 최소 28학점 이상을 이수하도록 정할 계획이다.
소수 과목 활성화위해 '내신 절대평가' 확대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상대평가 하에서는 소수 학생만 선택하는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 학생들이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교 내신성적 산출 방식 달라져(보통교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교 체제가 크게 바뀜에 따라 고교학점제 첫 대상인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입시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8학년도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교육계에서는 현재의 수시·정시 체제가 사라진다거나 '서술형 수능'의 도입 등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진로와 적성을 존중하고 미래 교육 방향에 부합하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교원자격증 없는 외부 전문가도 교단 선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전남 능주고의 온오프라인 블렌드 수업 모습. 교육부
교육부는 다양한 소수 과목을 운영할 방안으로 가까운 고교끼리 함께 과목을 개설하는 '공동교육과정'을 제시했다. 또 교사 한 명이 여러 학교를 가르치는 '순회교사제'도 확대할 방침이다.
'드론 조종'이나 '마케팅과 광고' 등 교원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 과목 개설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시간제·기간제 교사로 채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