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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뉴욕의 잘 나가는 매장에는 '3S'가 있다

EDITOR'S NOTE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쏘아올린 질문에 지식 플랫폼 폴인과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가 머리를 맞댔습니다.정답은 없지만, 2021년 위드코로나 시대 오프라인의 미래를 찾기 위한 고민의 여정을 〈오프라인 비즈니스, 상상력이 미래를 바꾼다〉스토리북에 담았습니다.(무료 공개) 그 중 6화의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진화는 여전히 '공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온라인과의 유기적인 연계로 공간의 구성과 효율을 바꾼 거죠. 반면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화가 되는 현상은 오프라인 매장의 중심축을 바꿨습니다. 공간에서 '시간'으로요. 정보를 얻건, 재미를 느끼건 미디어의 속성은 사람들의 눈길을 모아 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니까요. 오프라인 매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니 수익 모델, 핵심 역량, 운영 방식 등 여러 요소가 달라집니다.
 

#1. 수익 모델 - 스토어에서 스폰서(Sponsor)로

미디어라면 광고비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닐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오프라인 매장의 본질적 속성이 바뀐다면, 수익 모델도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가 구독료나 광고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니까, 오프라인 매장도 그럴 수 있다는 거죠. D2C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이야 자기 브랜드를 광고하려는 목적으로 운영해 다른 브랜드 광고를 노출하는 데 관심이 없겠지만,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는 광고 모델을 도입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파리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백화점에 갔을 때 목격한 흥미로운 시도가 떠올랐습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2019년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파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리에 연 이 백화점은 간판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백화점 이름을 파격적인 폰트로 입구에 걸어 놓았죠. 폰트를 통해 백화점의 개성과 이미지를 표현한 정도인 줄 알았는데, 백화점에 들어서니 폰트가 이 백화점 전체를 관통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였습니다. 백화점 내 안내판에 이 폰트를 활용한 건 기본이고,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도 각 브랜드 고유의 폰트와 로고를 사용해서 간판을 거는 것이 아니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폰트로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걸어 놓았습니다. 낯선 풍경이었죠.
어느 정도였냐면, 명품 브랜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콧대가 높다고 소문난 브랜드들도 이 백화점에 입점하려면 로고나 폰트로 표현한 그들의 정체성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브랜딩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결과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입점 브랜드의 간판이 통일되니 개별 브랜드가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백화점이 하나의 거대한 편집숍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선별하고 제안하는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백화점의 정체성이 살아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가 있었습니다. 스폰서로 입점해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이 브랜드만큼은 브랜드 이름을 걸 때 고유의 폰트를 사용할 수 있었죠. 퇴사준비생 이모씨가 방문했을 때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가 들어와 있었는데,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방식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메인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팝업 매장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상층부를 둘러싸고 있는 스카이박스 형태의 공간을 모조리 로저 비비에에 내주었죠. 어디를 둘러봐도 로저 비비에가 보였습니다.
스카이박스 바깥에 로고만 걸어준 게 아니라 스카이박스 공간 모두를 로저 비비에가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쇼룸처럼 진열할 수 있게 내주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려는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판매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많은 스카이박스 모두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폰트로 구성된 공간에 로저 비비에만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온전히 사용하니 브랜드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스폰서로서의 광고 효과가 뚜렷한 셈이죠.
 
물론 이러한 수익 모델이 기존에 없던 모델은 아닙니다. 야구장에서 스폰서에게 스타디움의 명명권을 팔거나, 스타디움 내 전광판 혹은 펜스에 스폰서의 광고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의 모델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눈길을 수익화하는 거죠. 그렇지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시도가, 이미 물건을 파는 수익 모델을 가진 매장에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화점뿐만 아닙니다. 마트 등의 유통 업체도 스폰서를 유치하는 광고 모델을 진지하게 수익 모델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매장에서 P&G, 유니레버 등의 광고를 해온 월마트가, 광고 에이전시에게 외주를 주던 이 광고 영역을 2019년부터 내재화해서 하나의 수익 모델로 만든 걸 보면요. 스폰서를 유치하는 광고 모델이 수익 모델로 자리잡는 건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미디어화되는 현상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 핵심 역량 - 스토어에서 스토리(Story)로

광고 수익 모델은 대형 유통 업체에게만 가능한 일 아닐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매장 내에서 광고를 하려면 트래픽이 많아야 하니까요.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해 있고, 월마트도 미국 전역에서 연간 3억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합니다. 스폰서가 광고비를 집행할 유인이 분명하죠. 그렇다면 태생이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트래픽을 유도하는 곳이 아니라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수익 모델로 광고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트래픽이 없다면, 트래픽을 창출하면 되니까요. 뉴욕의 편집매장 '스토리(Story)'처럼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스토리를 처음 만난 건 뉴욕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스토리가 가진 스토리에 매료되었던 곳이죠. 스토리는 잡지같은 매장입니다. 공간을 매거진화한 거죠. 잡지가 그 호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를 글로 엮어내듯, 스토리는 하나의 테마를 정해 제각각인 제품들을 스토리 안에 입체적으로 녹여냅니다. 그래서 매장 입구엔 '편집장의 말'처럼 테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컬러', '메이드 인 아메리카', '연휴의 집', '뉴욕 이야기' 등 하나의 테마 하에 제품을 진열하니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맥락이 살아나죠.
잡지 같은 매장을 지향하는 스토리는 두 달마다 50평 남짓한 매장을 갈아엎습니다. 테마에 맞춰 인테리어, 제품, 소품 등을 싹 바꿔 주기적으로 완전히 다른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거죠. 예를 들어 '컬러'를 테마로 정했을 때는 유리창 전면을 색색깔의 셀로판지를 입히고, 색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해 바닥이나 쇼케이스에 해당 색을 부여하며, 각 색에 맞춰 색감이 돋보이는 제품을 엄선해 진열합니다. 기존의 카테고리를 무너뜨리고, 색으로 제품을 구분하니 제품 구성도 다채로워집니다. 여기에다가 주황색 헤어 드라이기, 노란색 무선 스피커, 초록색 립스틱 등 평소에 보기 어려운 색의 제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생기죠. 하지만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자주 매장을 새롭게 하면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는 이 문제를 광고 수익 모델로 해결했습니다. 잡지에 광고주가 있는 것처럼, 스토리에도 메인 스폰서가 있습니다. 인텔, 타깃, GE, 리바이스, 펩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맥 등 스폰서의 클래스가 쟁쟁할 뿐만 아니라 협찬 금액도 짱짱합니다. 적게는 7만 5000달러(약 8300만원)에서 많게는 75만 달러(약 8억 3000만원)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두 달에 한 번 매장을 갈아 엎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죠. 협찬을 한다고 해서 스폰서의 제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폰서의 제품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스폰서들이 거금을 주고 스폰서를 자처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스폰서는 스토리에서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광고비를 내는 게 아닙니다. 매장이 아니라 미디어인 스토리가 끌어 모으는 고객의 발길과 눈길을 사는 것입니다. 제품 판매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브랜딩과 노출을 위해 기업들이 잡지 등의 미디어 광고 스팟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는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법이 없다는 걸 증명했을 뿐이죠.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에 잡지 등의 미디어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테마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차별적 경쟁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험사 '시그나(Cigna)'가 스폰서한 'Feel good' 테마가 대표적입니다. 보험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후 보상이 아니라 사전 예방인 만큼, 명상, 영양, 운동 등 일상을 건강하게 하는 제품들로 매장을 꾸몄습니다. 특히 VR 명상을 할 수 있는 의자를 체험하게 하거나, 그룹으로 트램펄린 운동 세션을 열기도 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특성을 살렸습니다. 또한 GE가 스폰서로 참여한 'Making things' 테마에서는 공간의 25%만 제품 판매 공간으로 할애했습니다. 나머지는 GE의 레이저 커터, 3D 프린터 등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한 거죠. 단위 면적당 '매출'이 아닌 단위 면적당 '경험'을 핵심 지표로 삼는 스토리답습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려 가던 스토리는 2018년에 '메이시스(Macy's)' 백화점에 인수됩니다. 인수된 후, 스토리는 하나의 매장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메이시스 백화점 중 30개가 넘는 매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스토리를 펼쳐냅니다. 미디어로서의 발신력이 더 강해진 셈입니다.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잡지처럼 감각적인 스토리의 매장을 경험하면서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습니다. 오프라인이 미디어가 되기 위해선, 결국 오프라인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야 콘텐츠 없이도 단순 노출 효과만으로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트래픽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발걸음을 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미디어의 한 채널일 뿐, 그 안에서 보여줄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이 그 채널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이 미디어가 되면 콘텐츠화 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는 거죠.
 

#3. 운영 방식 - 스토어에서 스킨십(Skinship)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로 채우는 또다른 방법은 없을까?

 
(후략)
 
※이 콘텐츠는 폴인의 스토리북 〈오프라인 비즈니스, 상상력이 비즈니스를 바꾼다〉의 6화입니다. 연재 기간 중에만 무료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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