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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는…소득 줄어 대출, 집값 뛰어 주식 투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윤모(43)씨의 청약 가점은 59점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수차례 청약을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초 생애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강일동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당첨 최저 가점(64점)을 확인한 뒤다. 치솟는 집값에 매매는 언감생심인 데다 청약 당첨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해 당첨될 때까지 2억원의 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해서다.  
 

하나은행, 1000명에게 물어보니
저금리에 증시로 머니무브 본격화
10명 중 8명은 주식과 펀드 투자
‘저축→내 집 마련’의 고리 끊긴 탓

윤씨는 “현재는 상장지수펀드(ETF)에만 소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주가가 조정되면 언제든지 투자 규모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눈 뜬 40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식 투자에 눈 뜬 40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한민국 40대는 치솟는 집값에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줄어든 소득을 메우기 위해 대출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서울과 지방 4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에 거주하는 40대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설문을 한 내용이다.
 
40대의 총자산은 평균 4억1000만원이다. 3억원 미만(51.6%)이 가장 많았지만, 10억원 이상(11.8%), 5억~10억원(18.3%) 등이 평균을 끌어올렸다. 총대출을 제외하면 40대의 순자산은 평균 3억3000만원이었다. 평균 금융자산은 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예·적금(57.7%)이 가장 많았고 주식(15.6%)과 기타금융투자(6.5%), 채권(1.5%) 등 금융투자 상품은 23.6%를 차지했다.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40대 소득자 10명 중 8명 가량(78.2%)은 이미 주식과 펀드 등을 보유한 금융투자자였다. 이들 중 절반 이상(57.4%)은 앞으로 주식 등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40대 대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0대 대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한 해 동안 14조4000억원이 줄었다. 지난달에도 4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증시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올해 1월 평균 68조952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원) 늘었다.
 
이런 머니 무브 현상의 배경에는 저금리로 인해 ‘저축→내 집 마련’의 고리가 끊긴 데 주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설문에 답한 40대는 금융 투자를 늘린 이유(복수응답)로 ‘저금리’(53.9%)와 ‘투자를 안 하면 목돈 마련이 어렵다’(47.2%), 주택 가격 상승(21.9%)라고 밝혔다. 특히 40~44세의 경우 30%는 주택 가격 상승을 금융투자의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는 연 0.9%로 집계됐다. 2018년 말(2.05%)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년간 1억원을 넣어도 이자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반면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종합 기준 집값 상승률은 5.36%로 2011년(6.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종시의 경우 한 해 집값 상승률이 37%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따라잡을 만한 자산은 주식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주식 등 금융자산의 비율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령 100년 행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40대 초반의 경우 40대 후반보다 무주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최근 집값 상승을 보는 견해도 다를 뿐 아니라, 금융투자 여력 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저금리 속 줄어드는 투자 기회도 40대를 더욱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성향이 바뀐 금융투자자(38%)의 경우, 공격적으로 바뀐 경우가 26%였고 보수적으로 바뀐 건 12%였다. 지난 한해 코스피 상승률이 28.3%를 기록하는 등 대세 상승장 속에서 이익을 거두며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40대의 경우 지난해 금융자산 투자도 늘렸지만 빚도 늘었다. 10가구 중 7가구는 대출 잔액이 남아있었다. 평균 대출 잔액은 8000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주거 관련 대출은 평균 9400만원씩 가지고 있었다. 신용대출의 평균 잔액은 5900만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빚을 진 대출자 중 37.5%는 코로나19로 빚이 더 늘었다고 응답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4.6%였다. 대출이 늘어난 이유로는 소득 감소로 인한 생계비 충당(75%)이 가장 많았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보여주듯 금융투자 자금 마련(10%)과 부동산 매매 자금(9%) 등이 뒤를 이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등급이 높은 계층은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금융자산 등에 투자해 자산 증가 효과를 누렸지만, 자영업자나 소득 하위 계층은 소득감소와 실업 등으로 생계비를 충당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양극화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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