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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뉴스+] 인공임신중절, 의료보험 안 되나요…캐나다·뉴질랜드·일본의 '낙태',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구스뉴스]'낙태죄 폐지 그 후…피임·임신중지도 국가 지원?' 취재 후기

[왜 시작부터 심각한 얘기를?]



낙태, 그러니까 인공 임신중단을 제 〈구스 뉴스〉의 첫 기사로 선정한 이유는 '막막함'과 '궁금증'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정부가 낙태죄 개정 입법을 내놓은 뒤 산부인과 취재를 한 적 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참 씁쓸했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병원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비용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저야 실제가 아니니 취재를 접으면 이 상황은 끝이 나지만, 당사자라면 눈앞이 캄캄할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저보다 어리고, 정보력ㆍ경제력이 부족하다면 더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할까, 궁금했습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 캐나다와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

 
캐나다 BC주 정부가 운영하는 성적 건강 홈페이지(Option for sexual health). 임신과 피임, 성병, 낙태 등 성적 건강과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출처: Option for sexual health캐나다 BC주 정부가 운영하는 성적 건강 홈페이지(Option for sexual health). 임신과 피임, 성병, 낙태 등 성적 건강과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출처: Option for sexual health


198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낙태죄가 폐지된 캐나다는 인공 임신 중단도 의료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성적건강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피임부터 성병, 낙태까지 성적 건강과 연관된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 정보가 공유되어 있습니다. 핫라인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재생산ㆍ성적건강 클리닉 위치나 운영 시간도 자세히 안내되어있습니다. 1월 철야 근무 날 새벽 2시까지 기다려 국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하지만 길고 이상한 해외 번호가 떠서인지 10통 넘게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캐나다에 사는 친구 강에게 몇 가지 질문지를 전달해 전화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내 재생산 및 성적건강 클리닉 상담원 통화 내용. 출처: JTBC 구스뉴스캐나다 토론토 내 재생산 및 성적건강 클리닉 상담원 통화 내용. 출처: JTBC 구스뉴스


토론토의 한 클리닉에 근무하는 상담원 캐롤에게 강은 "친구가 임신 14주차인데 아직 낳을지 말지 결정을 못 했다"고 말합니다. 상담원은 먼저 "빠르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수술을 결정한다면 14주는 산모의 몸에 부담이 갈 수 있으며, 낳는다 해도 아이의 건강을 위해 빠르게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친구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캐나다에서 낙태는 합법이고, 건강 보험(Health card)이 있으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알려줍니다.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의 의지다. 파트너와 충분히 상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질랜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의사의 신념에 따라 수술 거부가 가능하지만, 내원자를 가까운 다른 의료기관을 연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출처: 뉴질랜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뉴질랜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의사의 신념에 따라 수술 거부가 가능하지만, 내원자를 가까운 다른 의료기관을 연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출처: 뉴질랜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지난해 낙태죄를 폐지한 뉴질랜드도 정부가 보건복지부(MINISTRY OF HEALTH)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역별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안내하면서 '이 병원은 몇 주차까지 수술을 진행한다'고 적어놓은 부분이었습니다. 임신 당사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종교적ㆍ양심적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의료진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일부 의료 종사자들이 낙태 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술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의 연락처나 위치를 안내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일본에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사단법인단체 JHI(Japan Healthcare Information)와 나눈 이메일 상담 내용. '임신 14주인데 낳을지 말지 결정을 못 했다'고 설명하자 상담을 거절했다. 출처: JHI, 기자일본에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사단법인단체 JHI(Japan Healthcare Information)와 나눈 이메일 상담 내용. '임신 14주인데 낳을지 말지 결정을 못 했다'고 설명하자 상담을 거절했다. 출처: JHI, 기자


사회ㆍ경제적 이유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요?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일본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적 단체인 JHI(Japan Healthcare Info)라는 단체 홈페이지에 '낙태/임신 중단' 관련 정보가 나와 있었고 메일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메일을 보내봤습니다. 캐나다 취재와 비슷하게 "임신 14주차인데 아직 낳을지 말지 결정을 못 했다. 만약 수술을 결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답변은 무척 간단했습니다. "수술 진행하는 병원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도와줄 수 없다."







[복지 서비스가 되면 낙태가 늘어날까]



"국가가 낙태 정보를 알려준다면, 낙태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요?" 임신중지를 복지의 영역에서 다뤄야 하는지에 관해 물었을 때 한 시민의 의견이었습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처럼 국가가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 보험을 적용한다면 임신중지가 증가할까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늘지 않는다'가 우세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은 감소하고 있으며 대부분 임신 초기에 행해지고 있습니다. 인공임신중절은 연간 10만 건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2016년 이후 9만 건대로 떨어졌습니다. 또 90% 이상이 임신 초기에 행해지며, 임신 20주를 넘는 임신중단은 대부분 태아 기형과 관련된 사유로 전체의 0.75%에 그칩니다. ⑴



오히려 낙태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방치하면 낙태 건수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와 구트마허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법적 제한이 많은 국가(가임 연령 여성 1000명당 32건)가 합법인 국가(가임 연령 여성 1000명당 11건)보다 낙태가 약 3배 더 많습니다. 또 낙태가 합법적인 국가에서는 최근 5년간 낙태 횟수가 약간 감소했지만, 법적 제한이 있는 국가에서는 12%가 증가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반적으로 낙태죄가 있는 나라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정보, 즉 피임 정보에도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성적 건강과 재생산에 대한 정보를 유통할수록 의도하지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도 '재생산ㆍ성적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는 건강 보험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는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의도치 않은 임신을 줄이기 위한 성교육도 포함됩니다.







[낙태죄 폐지 1달…현장은 혼란, 국회는 침묵]



'어느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 낙태에 대한 경험도 다르다는 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면 기분이 묘한 일입니다. '구스뉴스' 인터뷰에 참여했던 이상민(25세ㆍ여) 씨는 캐나다처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은 타격을 입을 거라는 겁니다. 이 씨는 "서울 사는 30대 전문직이라면 임신중지를 복지에 포함하든 안 하든 별 상관없겠지만, 지방에 살고 경제력 없는 대학생이라면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또 다른 대학생들은 "공교육 12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피임 교육을 받아본 적 없다"며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또 '의료 기관 정보 제공 및 연계''시술 후 안정 휴가' 같은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바람과는 달리 1달 전 낙태죄가 비범죄화된 우리는 아직 법도 없는 '입법 공백'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적절한 의료 보험을 보장하는 내용의 후속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낙태 허용 기간 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의 건강권, 태아의 생명권에 관한 첨예한 문제인 만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치열하게 토론하고 국회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찬반 논쟁이 뜨겁다 보니 의견을 내기 부담스럽고, 그래서 다른 사안 뒤로 밀리는 양상입니다. 이러는 사이 오늘도 트위터와 오픈 카톡방에는 비전문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 정보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⑴김동식 외,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의 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방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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