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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법정 참석 막은 홍콩 법원···'176년 기본권'이 무너졌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배심원들은 법정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홍콩 법무장관이 국가기밀 보호나 배심원의 안전을 위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보안법 조항(46조)을 발동하면서다.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처음 기소된 통잉킷(24)은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경찰에 돌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처음 기소된 통잉킷(24)은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경찰에 돌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테레사 쳉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초 ‘배심원 및 가족의 신변안전’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배심원단을 참석시키지 않겠다고 통잉킷(24)의 변호인단에 전달했다.  
 
그는 지난 7월 1일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 구호가 적힌 깃발을 건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향해 돌진했다가 보안법 시행 이후 최초로 기소됐다. 이후 수차례 보석 신청을 했지만 기각돼 지난해 7월부터 구금된 상태다. 
 
기존 홍콩법에선 살인 피의자를 제외한 모든 피의자는 보석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도 검찰이 피고인의 합법적인 구금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대체로 석방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통잉킷에겐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중단한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없을 때 보석을 거부할 수 있다’는 홍콩보안법 제42조가 적용됐다.
 
이번 홍콩보안법 제46조의 발동을 두고 현지 외신들은 법 제정 당시부터 “우려해왔던 기본권 침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통상 홍콩법원은 중대 범죄에 배심재판을 주로 활용해왔다. 판사와 함께 7~9명의 배심원이 참석해 재판에 공정을 기하고 밀실 재판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재판엔 국가안보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임명된 3명의 판사만 참석해 비공개 재판을 진행한다. 이를 두고 SCMP는 “유죄판결로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되더라도 배심원은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지난해 5월 27일 홍콩에서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지난해 5월 27일 홍콩에서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싱가포르 야후 등 외신에서도 “배심원에 의한 재판은 176년 동안 홍콩의 관습법 제도에 의해 유지돼 왔으며, 홍콩 사법부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며 “이미 홍콩의 변호사협회 등이 우려를 제기해왔던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통잉킷 외에도 지난 7개월간 보안법 위반으로 기소가 진행된 사례는 7건이다. 앞서 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97명을 체포했으며, 6500만 홍콩달러(약 94억원)를 동결했다. 또 홍콩보안법 위반 관련 익명 신고라인을 통해 들어온 신고는 4만여건으로 나타났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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