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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수용자 문 차고 나와..." 그날 동부구치소

 

“죄가 있어서 구치소 들어온 건 맞는데, 그렇다고 코로나에 걸려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이스] 그날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울분

지난해 12월 말 서울 동부구치소 첫 전수검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A씨는 약 한 달의 코로나 악몽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달 중순 출소한 그는 완치판정을 받았는데 아직 미각·후각이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몸무게도 5kg 줄었고 불면증도 호소했다.
 
A씨처럼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동부구치소 수용자는 4일 현재 1176명이다. 동부구치소 전체 인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다. 감염된 수용자들은 약 한 달 동안 구치소에서 ‘적절한 치료와 격리 조치가 없었고, 인권이 무시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에선 이런 불만을 두고 “따듯한 밥 먹으러 구치소 갔나”, “피해자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청송교도소로 이감됐던 A씨는 지난 달 중순 출소한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청송교도소로 이감됐던 A씨는 지난 달 중순 출소한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동부구치소와 청송교도소에서 코로나19를 겪은 A씨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2일 A씨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부구치소는 얼마나 있었나.
지난해 여름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말 경북 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로 옮겼고, 거기서 지난 달 중순에 나왔다.  
 
구치소에서 확진 통보는 어떻게 받았나.
지난해 12월 18일 동부구치소 1차 전수검사 때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식 통보받은 건 아니다. 검사 다음 날 자고 있는데 갑자기 교도관들이 불을 켜고 방에 들어오더니 방을 옮기라고 했다. 불안해진 수용자들이 여기저기서 확진된 건지 알려 달라고 아우성치니 한 교도관이 안타까웠는지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확진자”라고 알려줬다. 일주일 뒤에 구치소 확진자 중 약 350명이 경북 북부 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 마련한 생활치료센터로 갔다. 우리 방 사람들도 다 갔다.
 
당시 동료들 반응은.
다 같은 확진자니까 답답한데, 또 모두 코로나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더 막막했다. 그런데 아무리 몰라도 ‘코로나 확진자들을 이렇게 다 한 방에 몰아놔도 되나’란 생각은 했다.  
 
치료는 어떻게 받았나.
동부구치소에선 치료제도 없었다. 약은 단체로 받아서 먹었다. 같은 방에 있던 30대 중반 친구가 있었는데, 기침하고 가래에서 피가 나서 여러 번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도관들이 모른 체했다.
 
어떤 약 먹었나.
의료진이 아니고 교도관들이 수용자 숫자만큼 약을 한꺼번에 준다. 약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까 뭘 먹는지 몰랐지. “이 약이 뭡니까”라고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았다. 병원 같은 데서 주는 약이랑 달랐다.
 
확진자 격리는 잘 됐나
이 방, 저 방 사람들이 다 뒤섞였다. 우리 방은 2명이 나가고 새로 2명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확진 여부를 안 알려주더라.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섞는지도 몰라서 나중에 교도관한테 물으니 ‘(수형)번호’ 순서라고 했다. 한 마디로 뒤죽박죽이었다.
지난 달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달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불만이 상당했을 텐데  
수용자 중엔 형이 확정이 안 된 미결수가 많다. 그래서 평소엔 교도관들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구치소 제재도 있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데 불만이 쌓이고, 분노가 극에 달하니 욕하고 침 뱉고 먹던 도시락도 던진다. 위에서 그렇게 시킨 것인지 모르지만 교도관들도 당연히 무대응이고. 그러다 12월 21일 오전 1~2시쯤인가. 한밤중에 복도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그리고 갑자기 와장창하고 출입문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보니까 복도에 있는 교도관들은 놀라서 도망가고, 수용자 2명이 방문 밖으로 나온 일도 있었다.
 
방문이 그렇게 허술한가. 가능한 건가.  
대부분이 100%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 문을 발로 차거나 해서 어떻게 열 수 있나 싶은데 그걸 열고 나왔다. 그리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베레모 쓴 구치소 내 폭동진압 하는 CRPT(기동순찰팀) 10명쯤이 전기봉 같은 거 가져와서 제압했다. 수용자 2명은 CRPT가 한 명씩 겨드랑이에 껴서 데려갔다. 그 상황을 본 동료들끼리 “밖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 절대로 하지 말자”고도 했다. "어떻게 구치소 문이 (그렇게 쉽게) 떨어져 나가냐"고 말할 테니. 이 이야기 꺼내봐야 동부구치소도 인정 안 할 거고 기사화되지도 않을 거라고들 했다.
 
거짓말 같은 소리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핸드폰이나 카메라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아마 그 상황을 본 누구나 똑같은 이야기 할 거다. 내가 이런 이야기 지어내서 꺼낼 이유가 없지 않나.
 
청송에 내려가선 어떻게 지냈나  
동부구치소에선 저녁 배식이 끝나면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교도관들이 수용자 방 쪽으로 안 왔다. 당연히 물품도 못 사고, 편지도 주고받지 못하고, 변호사 접견도 안 됐다. 밥은 꽁꽁 얼었다. 따듯한 물이 안나와 찬물로 목욕했다. 동부보다 청송이 더 심했다. 영하 18도쯤 되는 날 밤이었는데 교도관들이 환기한다고 복도 창문을 열어놓고 그냥 들어갔다.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잤다. 창문 닫아 달라고 밤새 소리 질러도 답이 없었다. 악몽 같았다. 핫팩 2개로 버텼다.
 
‘수용자들을 얼마나 더 챙겨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나는 죗값을 당연히 받는다고 생각한다. 범죄 혐의가 짙으니까, 죄를 지었으니까 구치소에 들어온 건 사실이다. 나 말고 구치소에 있는 사람 중엔 재판 결과 따라서 무죄가 될 사람도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무죄 추정 원칙이란 게 있지 않나. 기본적인 인권은 그래도…
 
‘편하고 안전하라고 구치소에 가 있는 게 아니지 않으냐’란 비판을 사람들이 한다.
찬밥 먹고 찬물로 목욕할 수 있다. 미결수지만 구속됐으니까 이런 비판도 당연하다. 그런데 의문인 건 내가 코로나에 걸렸는지를 알거나, 치료를 받을 권리는 있지 않느냐는거다.
 
교도관들은 감염이나 위협을 무릅쓰고 수용자들 돕는 거 아닌가.
교정 공무원들이니까 할 수 있는 최선을 했겠지만, 구치소 윗분들이나 그보다 더 윗사람들은 관심이 다른 곳에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못하지 않았을까. 
 
잘 챙겨준 교도관도 있었나
대부분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뭘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해주고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몇몇 교도관은 말이라도 “조금만 기다리세요. 희망을 갖고 기다리시면 나아질 겁니다” 이런 따듯한 말 한마디 해주기도 한다. 청송에 옮겨왔을 때도 “지금 당장은 위에서 시켜서 청송에 왔지만, 여기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됐습니다”라고 걱정해주기도 했다. 교도관들은 잘해주고 싶어도 인원이 없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월 18일 1차 전수조사 마치고 임시 출소했다. 수용자들 반응은 어땠나.
나중에 뉴스 보고 알았다. 수용자들끼리는 ‘힘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안 걸려도 저렇게 나가는구나’하고 많이 허탈해했다. 울화도 치밀고 답답해한다고 누가 들어주나. 그냥 우리끼리 울분을 토할 뿐이지 
 
집단감염 터지고 정치인들도 뒤늦게 한마디씩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사과문도 봤는데, 당시 내부에선 추 전 장관에 대한 불평불만이 극에 달했다. 추 전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하고 안 싸우고 코로나 신경 좀 썼으면 괜찮았을 텐데. 2~4차 집단감염 벌어져도 전혀 신경도 안 쓰다가 수용자 절반이 확진되니까 그제야 미안하다고. 악어의 눈물보다 못하다. 박범계 장관도 취임하고 동부구치소 먼저 찾았는데, 속으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길 바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26일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서울동부구치소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26일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서울동부구치소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 한 달 넘게 코로나 집단감염 겪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말 코로나 검사받고 며칠 동안 확진됐다는 걸 믿지도 않았다. 구치소에서 아무런 대응을 안 했으니 걸렸다는 생각조차 안 했다. 이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정부기관에서.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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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왔습니다]
「“분노한 수용자 문 차고 나와”…그날 동부구치소」관련 본지는 지난 2월 5일 위 제하의 보도에서 서울 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확진자를 격리조치하지 않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수용자가 수용시설 밖으로 나오자 소속 교도관이 도망쳤다는 수용자의 인터뷰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동부구치소 측은 “교도관들은 도망 간 것이 아니라 수십명의 확진자가 격리된 구역인 점을 고려하여 즉시 지원인력을 요청하는 동시에 수용자들이 격리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수용동 출입문을 봉쇄한 것이고,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수용자 이동을 금지했으며, 코로나 19 검사 결과에 따라 양성·음성·밀접 접촉자 3개 그룹으로 수용자를 분류하여 수용하였고, 전담 의료진으로 치료팀을 구성하여 매일 1회 진료를 실시하고 의료진은 판단에 따라 증상에 상응한 적절한 처지를 하는 등 수용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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