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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고 거짓말하고…대한민국 대법원장, 그 참담한 수준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할 때 한 취재기자가 다가서며 질문하려 하자 경호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와 지난해 5월 가진 면담에서 사표 수리 및 탄핵 등을 언급한 대화 녹취록이 이날 공개됐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할 때 한 취재기자가 다가서며 질문하려 하자 경호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와 지난해 5월 가진 면담에서 사표 수리 및 탄핵 등을 언급한 대화 녹취록이 이날 공개됐다. [뉴시스]

사법부가 ‘최악의 위기’다. 최악인 이유는 위기가 법원 외부와 내부 모두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입은 치명상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고위 법관이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이 폭로됐다. 이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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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수리하면 국회서 탄핵 못해”
녹취록서 권력 눈치보기 드러나
거짓 해명도 들통난 막장드라마
여당은 임성근 탄핵안 통과시켜

4일 국회는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과반수(179명) 찬성으로 헌법재판소에 넘겼다. 탄핵소추 이유는 임 부장판사가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위상을 더 크게 뒤흔든 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터져나온 ‘김명수 대법원장 녹음파일’이었다. 앞서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논의를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는지를 두고 양측 간에 ‘진실 공방’이 전개됐다. 그러자 4일 오전 임 부장판사가 변호인을 통해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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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자신의 발언이 숨소리까지 공개되고서야 김 대법원장은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자신의 해명이 사실과 다름을 인정했다.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데 대해 송구하다.” 기억력의 문제로 넘길 일인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103조)해야 함을 판사들에게 당부해야 할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 아닌가.
 
녹음파일에 담긴 발언 내용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직후 ‘여러 영향’과 ‘정치적 상황’을 저울질하는 듯한 태도다. 사법부를 책임진 대법원장으로서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린 것 아닌가.
 
그뿐인가. 대법원장은 탄핵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했다.  
 
법 원칙을 고민하기보다 입법부, 특히 여권의 눈치 보기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낮은 차원의 발화(發話)들은 대법원장 자신은 물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밑동부터 흔들고 있다.
 
임성근, 대법원장 대화 녹음하고 본인 탄핵 표결날 공개까지
 
임 부장판사가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 역시 적절하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대법원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내용을 녹음해 두고,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시점에 공개한 것을 법관으로서 정당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낱 종이일 뿐인 법원 판결문이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판가름하는 건 법원과 판사들의 권위 때문이다. 판사들이 저잣거리에서 드잡이를 하는 이들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인다면 어느 누가 판결에 승복하겠는가.
 
그럼에도 이 사태의 한가운데엔 대법원장이 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의 ‘사법농단’, 즉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책임지고 정리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법원 내부에서 1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검찰 수사’라는 거친 손에 전적으로 맡겨야 했다.
 
“31년간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했던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겠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8월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뒤 기자들 앞에서 다짐했다. 지금 국민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참담하게도 30년씩 재판을 했다는 대법원장과 부장판사의 수준이다. 그들이 말하고 공개한 녹음파일을 들은 시민들은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법은 왜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가. 이런 법원을 어떻게 믿고 우리의 생사가 달린 재판을 맡길 수 있는가. 이것이 대법원장과 판사들이 비켜서지 말고 답해야 할 질문이다.
  
권석천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sc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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