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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선고받은 나발니 "푸틴은 독살자로 역사에 남을 것"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구사일생 끝에 회복해 귀국했다가 곧바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뒤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는 즉각 “법치와 인권을 저버렸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나발니, 집유 위반 혐의로 실형 선고
미·독·프 등 서방 사회 일제히 러 비판
러 "내정간섭 말고 자국 일에나 신경쓰라"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법원은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나발니는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가택연금 상태에서 보낸 기간을 제외하고 약 2년 8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이날 러시아 법원은 앞서 선고된 집행유예에 따라붙는 의무사항을 나발니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2014년 나발니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초 2019년 12월 종료될 예정이던 집행유예는 지난해 말까지 연기됐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나발니가 수사기관 출두 등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했다.
 
나발니 변호인은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이후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를 계속했다”며 집행유예 의무 사항을 지킬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푸틴 등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이후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법정에 출두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내가 체포된 이유는 푸틴의 두려움과 증오 때문”이라며 “내가 독살 시도에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푸틴이 매우 불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마치 자신이 매우 큰 정치인이자 세계 지도자인 척 굴지만, 결국 독살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가 지난 2일(현지시간) 나발니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가 지난 2일(현지시간) 나발니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나발니는 “이 사법 절차의 목적은 수많은 사람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자를 향해 “모든 사람을 다 가둘 수 없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부인 율리아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다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실형 선고 직후 자신의 부인인 율리아를 향해 두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날 나발니는 푸틴을 향해 "독살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실형 선고 직후 자신의 부인인 율리아를 향해 두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날 나발니는 푸틴을 향해 "독살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시위대 1000명 체포

 
AP통신 등에 따르면 법원 판결이 나온 이 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OVD-인포는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대 약 1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과 31일 시위에서도 9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OVD인포는 2일(현지시간)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약 1000명이 러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OVD인포는 2일(현지시간)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약 1000명이 러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나발니 지지 단체는 이날 시위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대하는 사람을 죽이고 가두는 정부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도심 거리로 돌아올 것이다”고 밝혔다.
 

◇서방 ”법치·인권 저버려” 

 
나발니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는 러시아를 비판하며 나발니 석방을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은 나발니에게 징역을 선고한 러시아 당국의 결정에 깊이 우려한다”며 “모든 러시아인처럼 나발니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몇 주 동안 부당하게 구금된 수백 명의 러시아 시민와 나발니를 무조건 즉시 석방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자국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들,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공조하겠다"고 밝혀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나발니에 대한 이번 판결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인권과 자유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대변인 트위터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발니에 대한 판결은 어떤 종류의 법치와도 동떨어져 있다”며 “평화로운 시위자를 향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주권국의 내정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자국 내부 문제에나 대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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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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