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산업부 공개한 '북원추' 원본…'대북 제재' 흔적조차 없었다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북한 원전 관련 문건과 관련 "해당 문건은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해명했다. [뉴스1]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북한 원전 관련 문건과 관련 "해당 문건은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해명했다. [뉴스1]

‘대북 제재’란 단어조차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에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각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없는 핵심적 제약 사항을 꼽으며 정작 법적 제한이 될 수 있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고민한 흔적조차 없었다. 북한 원전 건설 아이디어를 구상한 산업부 담당 실무자가 대북 제재 자체에 대해 무지(無知)했거나, 원전 건설과 관련한 대북 제재 관련 사항을 무시해도 되는 상황에서 문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예상마저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 '북 원전 건설' 문건 공개
'신포 경수로' 활용방안에 무게
탈원전 배치되는 송전 방안 부정 평가

이날 공개된 문건은 총 6페이지 분량으로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고려사항·추진방안·검토의견 등의 주제로 나뉘어 작성됐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으로는 ▲북한 신포 경수로 부지 활용 ▲비무장지대(DMZ)에 신규 원전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 송전 등 3가지 방법론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의 장단점을 각각 분석했다. 단점으로는 국제 제재나 비확산 체제에 대한 언급 없이 주로 경제성과 정치적 요인이 거론됐다. 이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구상으로 보고서는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원전을 짓는 방안을 꼽았다. 문건에는 “지질조사와 부지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기구축된 북한내 송전망 활용 가능”이라는 평가가 담겼다. 또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 방안 마련 필요”라고 언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 [연합뉴스]

신포시 금호지구 부지는 한국·미국·일본 등이 참여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 2기를 지으려다 2006년 공사를 중단한 곳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1000MW짜리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는데,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한다는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면서 무산됐다.
 
두 번째 방안인 DMZ 내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질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북한으로 신규 송전망 구축 필요”라는 언급과 함께 “공기지연, 사업비 증가 등 리스크 우려”를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세 번째 방안인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한 송전 방안에 대해선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정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건설 장비와 부품 공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로 대부분 막혀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시나리오별 단점으로 대북 제재로 인한 현실적 한계를 꼽는 대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관련한 국내 여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특히 문건 작성 당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이다. 이 시점에 북한을 위한 원전 건설 시나리오를 짜면서 대북 제재는 아예 전제로 삼지 않은 데 대해 대미 소식통은 "문건을 작성한 산업부 실무자가 제재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면 제반 요인에 구애받지 말고 본격적 협력이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신포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에서 보고서는 "신한울 3·4호기용으로 제작 중이던 원자로, 터빈 발전기 활용 가능"이라고 했는데, 이는 모두 대북 반입 금지 물품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원전을 건설해주는 방안은 북한에 핵연료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보고서 작성 시점과 목적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부가 이날 공개한 문건의 성격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해당 문건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된 상태인데 산업부는 이날 ‘원본’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또 산업부는 수정 이전인 ‘버전 1.1’ 문건만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해당 문건은 2018년 5월 14일에 처음 작성된 ‘버전 1.1’과 이튿날 수정된 ‘버전 1.2’가 존재한다.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험이 있는 인사는 "양식은 청와대에 보고하는 양식이 맞는데, 문서 생성 날짜나 생성한 사람 이름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문건의 제목과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의 제목도 미묘하게 다르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문건의 제목은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이었다. 제목에 달린 숫자는 2018년 5월 14일에 작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업부가 원본이라며 공개한 문건엔 ‘180514’라는 숫자가 삭제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 담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원전 관련 내용이 있는지가 핵심인데, 산업부 검토 보고서 공개만으로 정부가 사태를 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