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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얼룩무늬라 '메이드인 코리아'? 북한군 신형 전투복의 진실

 
얼마 전 ‘북한군이 한국군 군복을 복제했다’는 이슈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한 기사가 발단이었다.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인민군 열병식에서 일부 병사가 한국군 신형 전투복과 동일한 무늬의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철재의 밀담


 
지난해 4월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사격 훈련 지도를 했다며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사격 훈련 지도를 했다며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군 당국에 문의했다. 공식적 답변은 “언론 보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딱 부러진 답을 피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답변이었다.  
 
비공식적으로 들은 내용은 “한국군 전투복을 입수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군이 이를 보고 따라했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였다.

 
2017년 12월 11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참모국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청와대를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2017년 12월 11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참모국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청와대를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군의 한국군 군복 복제설’의 실마리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18일 일본의 한 네티즌이 올린 트윗이 발단이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SNS) 프로필을 보니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취미나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일본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열병식 때 북한군 군복과 한국군 군복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부분적 복사”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디지털 패턴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원본을 보고 베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 네티즌이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북한군이 한국군 전투복을 베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かもっち 트위터 계정 캡처]

일본 네티즌이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북한군이 한국군 전투복을 베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かもっち 트위터 계정 캡처]

 

전문가에게도 물어봤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사살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은 당시 한국군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북한이 한국군 현 전투복을 확보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복제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미로 전 세계의 군복을 수집해 지상군페스티벌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특수ㆍ지상작전연구회(Landsoc-K)의 문형철 상임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정책발전위원으로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 사업과 전투복 개선사업에 자문한 경력도 있다.
  
2017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인민해방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전투복을 입고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AP]

2017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인민해방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전투복을 입고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AP]

 
문형철 연구원은 “북한군이 입은 전투복 원단을 중국에서 가져왔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에서 디지털 픽셀의 전투복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군, 민무늬에서 위장 전투복 갈아 입는 중

세계적인 추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이미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비슷한 무늬의 전투복을 사용하고 있다”며 “열병식 북한군 전투복은 한국군보다는 스페인군 사막 전투복이나 마케도니아군 전투복과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열병식이 끝난 뒤 평양 시민이 북한군을 환영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열병식이 끝난 뒤 평양 시민이 북한군을 환영하고 있다. [뉴스1]

 
마케도니아군 전투복. [이베이]

마케도니아군 전투복. [이베이]

 
스페인군 사막 위장복. [이베이]

스페인군 사막 위장복. [이베이]

 
북한군의 전투복은 민무늬다. 위장용 무늬가 없다. 그러나 특수부대와 전방부대에선 위장용 무늬 전투복을 쓰고 있다. 100만이 넘는 정규군을 다 위장용 무늬 전투복으로 바꿔주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일부 부대만 보급한 것으로 보인다.
 
경보병과 같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위장용 무늬 전투복은 ‘개구리복’이라 불리는 한국군의 옛 얼룩무늬 전투복과 닮았다. 저런 무늬의 정식 명칭은 우드랜드다. 1981년 미군이 제식화한 전투복 BDU의 위장용 무늬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9일 노동신문은 수해복구에 나선 인민군 장병에게 전국 청소년 학생들로부터 위문 편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사진속 부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부대에서도 민무늬와 위장용 무늬 전투복을 혼용해 착용하고 전투복과 전투모 역시 혼용하는 모습이다. [뉴스1]

지난해 10월 19일 노동신문은 수해복구에 나선 인민군 장병에게 전국 청소년 학생들로부터 위문 편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사진속 부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부대에서도 민무늬와 위장용 무늬 전투복을 혼용해 착용하고 전투복과 전투모 역시 혼용하는 모습이다. [뉴스1]

 
북한군에서 비무장지대(DMZ) 일대 전방을 담당하는 민경대대도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었다.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이 맡은 민경대대 5중대장 리정혁 대위가 입은 전투복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배우 현빈(왼쪽 첫번째)과 부대원은 휴전선 초소 경비를 맡는 민경대대 소속이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배우 현빈(왼쪽 첫번째)과 부대원은 휴전선 초소 경비를 맡는 민경대대 소속이다. [tvN]

 
그러다 한국군이 2011년 지금과 같은 디지털 패턴 전투복으로 바꾸자 북한군에서도 곧 비슷한 전투복이 나왔다.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를 담당한 북한군 병력이 입어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배우 현빈, 북한군 전방부대 신형 전투복 입어

017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부터 북한군은 다양한 위장용 무늬 전투복을 입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10일, 지난 14일 열병식에서도 새로운 위장용 무늬 전투복이 나왔다. 물론 기존 민무늬 전투복도 여전히 선보였다.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복제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북한군 전투복의 위장용 무늬가 한국군과 비슷해질 수 있을까. 
 
문형철 연구원은 “북한군이 한국군에게서 베꼈다고 하는 전투복의 위장용 무늬는 디지털 패턴인데 원조는 캐나다군과 미국 해병대”라며 “이후 나온 디지털 패턴은 대개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캐나다군은 2002년 캐나다 혁신 패턴(CADPAT)이라는 위장용 무늬의 전투복을 내놓았다. CADPAT은 컴퓨터로 만든 위장용 무늬 패턴이다. 비슷한 시기 미 혀병대는 해병 패턴(MARPAT)이란 위장용 무늬 패턴을 선보였다.

 
CDAPAT과 MARPAT은 비슷한 색을 사용해 주변 환경에 녹아들게 보이도록 만든다. 또한, 작은 사각형 모양의 픽셀(화소)가 불규직하게 이뤄진 패턴 때문에 사물의 형태를 인식하기가 힘들다.  
 
두 패턴 모두 컴퓨터가 난수로 만든 규칙성이 없는 패턴을 바탕으로 했지만, 가끔 비슷한 모양을 볼 수 있다. 우연의 일치로 동일한 난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사한 곳이 군데군데만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론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북한군 전투복의 위장용 무늬 중 일부가 한국군 전투복과 똑같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캐나다군의 CADPAT(위)과 미국 해병대의 MARPAT(아래)은 서로 다르지만, 군데군데 똑같은 무늬가 있다.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ombat & Military Collectors]

캐나다군의 CADPAT(위)과 미국 해병대의 MARPAT(아래)은 서로 다르지만, 군데군데 똑같은 무늬가 있다.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ombat & Military Collectors]

  
군사잡지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인은 “다른 나라 군대가 디지털 픽셀의 전투복을 디자인할 때 CADPAT과 MARPAT을 많이 참조했다”면서 “일부는 거의 베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원조는 캐나다군·미 해병대, 비슷하게 베껴 사용해 

북한군은 열병식에서 디지털 픽셀 위장용 무늬의 전투복뿐만 아니라 멀티캠 위장용 무늬의 전투복도 공개했다. 멀티캠은 미국의 군복ㆍ군장 제작 업체인 크라이 프리시전에서 개발한 위장용 무늬 패턴이다. 제작사는 멀티캠이 환경ㆍ계절과 상관없는 범용 위장용 패턴이라고 선전한다. 영국군과 미군이 멀티캠 계열을 채택했다.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 공동유해발굴의 사전 작업을 위해 한국군과 북한군이 만났다. [국방부]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 공동유해발굴의 사전 작업을 위해 한국군과 북한군이 만났다. [국방부]



멀티캠은 디지털 픽셀과 비교하면 디지털 픽셀이 사격형의 점으로 이뤄진 패턴이라면, 멀티캠은 그러디에이션(gradationㆍ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단계적으로 바꾸는 기법)을 가미한 줄무늬 위주로 돼 있다. 두 패턴 모두 컴퓨터 덕분에 그릴 수 있는 형태다.
 
북한군은 기존 민무늬에 디지털 픽셀, 멀티캠을 모두 쓰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은 군종별, 부대별로 서로 다른 전투복을 입고 열병식에서 행진했다. 같은 군종과 부대라도 열병식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들은 2018년 가을부터 새 전투복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뉴스1]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들은 2018년 가을부터 새 전투복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뉴스1]

 
홍희범 편집장은 “다양한 전투복은 보급의 지옥”이라며 “북한의 경제력엔 무리수”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에선 저 전투복을 입을지 알 수 없다”며 “이는 북한군 열병식이 내대외를 상대로 한 선전극이라는 증거”라고도 했다.
 
반면, 문형철 의원은 “어쨌든 북한군이 전투복과 군장에 신경을 쓰고,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전투복과 군장 개선에 대한 지도부의 의지는 한국군보다 더 높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공군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들이 강원도 영월 산악지역에서 열린 '전투생환 및 산악구조 훈련'에서 조난당한 조종사를 헬기로 구출하기 위해 엄호하고 있다. [공군]

지난해 5월 공군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들이 강원도 영월 산악지역에서 열린 '전투생환 및 산악구조 훈련'에서 조난당한 조종사를 헬기로 구출하기 위해 엄호하고 있다. [공군]

 
북한군이 한국군 전투복을 복제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패턴의 전투복을 입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군이 새 전투복을 만들어야 할까. 
 
일각에선 2011년 한국군이 디지털 픽셀의 전투복을 개발할 때 북한이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대량으로 입수했기 때문에 신규 전투복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비슷한 전투복을 입으면 피아식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투복, ‘겉모습’보다 중요한 ‘기능성’ 강화하는 추세

당시 국방부 보도자료를 다시 꺼냈다. 국방부는 ‘디지털 무늬의 차세대 신형 전투복’은 ①정말 관측장비 회피와 은폐 효과 증대 ②흡한속건(吸汗速巾ㆍ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하는 기능) 등 기능성 고려 ③인체공학적 설계 등을 목적으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침투한 북한군과의 헷갈릴 위험성에 관련한 부분은 없었다.

 

2011년 국방부가 신형 전투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육군 구형, 육군 신형, 육군 여군 구형, 육군 여군 신형, 해병대 구형, 해병대 신형 [중앙포토]

2011년 국방부가 신형 전투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육군 구형, 육군 신형, 육군 여군 구형, 육군 여군 신형, 해병대 구형, 해병대 신형 [중앙포토]

 
홍희범 편집인은 “복제 가능성도 고려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현대전에서 전투복으로 피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 전투복은 위장성이 뛰어나고, 교전 거리가 긴데다, 전쟁터의 연기ㆍ소음ㆍ섬광이 눈을 가린다. 공포와 긴장감은 판단력을 흐린다. 
 
그는 “개인마다 무전기나 디지털 단말기를 달아주고, 미군과 같은 적외선 피아식별 패치를 붙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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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도 “북한군 전투복이 겉모습은 신형처럼 보이지만, 적외선 탐지를 막는 차폐 성능과 같은 기능성도 갖추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이런 기능성 전투복을 대량 생산해 보급하려면 기술과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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