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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속 편집국장 마틴 배런, WP서 은퇴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 배우 리브 슈라이버(왼쪽 두 번째)가 마틴 배런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역할을 연기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 배우 리브 슈라이버(왼쪽 두 번째)가 마틴 배런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역할을 연기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001년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한 유명 가톨릭 신부가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당시 언론사 ‘보스턴글로브’에 부임한 편집국장 마틴 배런(67)은 “뭔가 더 있는 것 같으니 자세히 살펴보라”며 탐사보도팀에 추가 취재를 지시한다. 일명 ‘스포트라이트’팀이었다.

 
끈질긴 취재 결과, 스포트라이트팀은 보스턴에서만 90여 명의 사제가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배런 국장은 보도에 앞서 한 차례 더 지시를 내렸다. “일부 신부의 일탈이 아니라 가톨릭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톨릭 대교구가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자, 결국 보스턴 대교구 추기경이 사임했다. 로마 교황청까지 나서서 해명해야 했다.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실제 취재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취재 기자들에 더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로 주요 국면에서 편집국장 배런의 역할이 크게 빛났다. 그는 외부의 압력과 비난에 굴하지 않고 후배들을 독려해 후속 보도를 이어가게 했다. 이 보도로 스포트라이트팀은 2003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스포트라이트' 속 편집국장의 실제 인물인 바틴 배런이 다음 달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자리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스포트라이트' 속 편집국장의 실제 인물인 바틴 배런이 다음 달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자리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이후 2013년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마틴 배런이 다음 달 언론인으로서 마침표를 찍는다. WP는 27일(현지시간) “그가 직원들에게 ‘다음 달 28일에 은퇴할 것’이라는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1979년 LA타임스에서 첫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뉴욕타임스(NYT)와 마이애미 헤럴드, 보스턴글로브를 거쳐 WP에 입사했다.
 
CNN은 이날 배런의 은퇴 소식을 다루며 “그는 비즈니스 모델의 격동과 정치적 공격, 국제 위기 속에서도 편집권을 유지했다”며 “이 때문에 WP 안팎에서 신임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배런 국장이 부임한 뒤 WP는 특종 보도와 필독 기사로 디지털 구독자 수를 크게 늘렸다. 그의 부임 직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WP를 인수한 뒤 자금을 투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기자 수는 580명이었지만 현재는 1000여 명에 달한다.
 
마크 배런 국장이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앞에 서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마크 배런 국장이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앞에 서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그의 재임 기간 중 WP는 무려 10개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19년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진실을 조작했다는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페이퍼’로 수상했고, 2018년엔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보도해 NYT와 공동으로 상을 받았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자선 공약 부풀리기’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데이비드 파렌트홀드 WP 기자는 취재 당시를 회상하며 “배런이 ‘수년간의 자선 공약을 모두 살펴보라’고 조언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워싱턴포스트를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워싱턴포스트를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다. [AFP=연합뉴스]

 
이 때문인지 WP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부터 보수 세력으로부터 ‘가짜 뉴스’라는 정치 공세를 받았다. 이에 배런은 “우리는 정부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일을 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주인 베이조스는 2017년 배런과 상의해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배런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아직 무엇을 할지 계획이 없다”며 “우선 쉴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드 라이언 WP CEO는 “그의 리더십 하에 WP는 극적인 재기를 경험하고, 새로운 저널리즘의 선두에 올라섰다”며 “그는 취재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영감을 주고, 놀라운 디지털 혁신을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배런의 은퇴는 미국 주요 언론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교체의 일부다. LA타임스의 편집장(executive editor)을 지낸 노먼 펄스틴과 로이터의 편집국장(Editor-in-chief) 스티븐 아들러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NYT의 딘 배켓 편집국장 역시 곧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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