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빌딩에 있는 진화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근식(63) 진실·화해를위한광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위원장은 27일 진화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질문에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화위는 지난해 12월 10일 재출범했으며 정 위원장은 이날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 위원장이 이끌게 된 진화위는 ‘시즌 2’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1기가 만들어졌고, 이번에 2기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노무현 정부의 배턴을 이어받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진화위 1기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해 2010년 말 활동기한이 만료돼 해산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진화위 위원이 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정 위원장은 “1기는 수십년간 지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한다”면서 “1기 때는 정치적 이념에 따른 공권력 피해가 중심이었다면 2기 때는 여성·아동 등 인권 문제에 무게들 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이 커졌다는 방증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진화위 부활은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된 데 따른 일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과거사 피해 구제’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927일간 천막 농성을 벌인 게 도화선이 됐다. 이달 26일 기준 1347건(신청인 2178명)이 신청됐다.
그러나, 진화위는 사실상 미가동 상태다. 위원장과 8명의 위원(여야 추천 각 4명씩)으로 꾸려지는데, 최근 야당 추천 위원 한 명이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했다. 진화위가 한시적으로 운영(3+1년)되고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인 배·보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빌딩에 있는 진화위 대회의실에서 출범 5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어떤 사건이 가장 많은가.
- 지난 26일까지 접수된 총 1347건 중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 103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인권침해·조작 의혹사건(125건), 적대세력 관련 사건(111건)이 뒤를 이었다. 접수 건의 60% 정도가 시·군·구를 통해 들어왔다. 전남(211건), 경남(140건), 전북(132건) 순으로 강원도 접수가 저조한 편이다. 2월부턴 지자체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 직접 방문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
- 민간인학살 사건이 많은 이유는.
- 한국전쟁 피해가 컸지만, 지난 70년간 진실 규명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현상으로 본다. ‘진화위에 신청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회의적 생각을 갖고 있다가 1기 진화위를 통해 배·보상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한국전쟁 상처를 제도적으로 치유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된 것으로 판단한다.
-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제1호 사건으로 접수된 지 2달 가까이 흘렀는데.
- 진화위 법령에 따르면 규명 신청이 들어오면 90일 내 검토를 해서 조사를 개시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원회가 아직 결성되지 못했다.
- 위원들의 전력과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 위원 추천은 국회의 몫이고 대통령 임명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위원들 간 입장차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건가.
- 제가 이를 통제하겠다는 뚜렷한 생각은 없다. 위원회 활동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따라 위원들이 판단할 것이라 걱정하지 않는다.
- 조사 개시는 언제쯤 하나.
- 정부 파견 직원뿐 아니라 민간인 전문가도 공채로 뽑아 조사단을 구성한다. 공고를 내고 2달 정도 채용 과정을 거쳐 3월 말이나 4월 초쯤 정상적으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 1기와 2기의 차이점은.
- 1기는 진화위가 수십년간 지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한다. 1기 때는 정치적 이념에 따른 공권력 피해가 중심이었다면 2기 때는 여성·아동 등 인권 문제에 무게가 쏠린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이 커졌다는 방증 아닐까.
-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은.
- 여야 합의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독립적 기구로 입법·사법·행정부에 속하지 않는다. 역사적 진실 앞에 여야가 있을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위원장으로서 엄중하게 관리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