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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세균, 與에 전화 해 "손실보상, 당장 지급 아니다"

손실보상제 도입 문제가 당과 정·청 간의 갈등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소급적용은 물론 당장 지급도 아니다”라는 정부와 “4월 선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당초 손실보상제 문제는 전체 여권과 기획재정부의 대립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도 도입에 대한 총대를 메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받아치면서 갈등으로 비화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사실상 지난 1년여 기간의 소급 적용을 전제한 100조원 재정 투입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여권은 24일 밤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봉합을 시도했다. 홍 부총리는 감기몸살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회의에서 ‘무조건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 부각되면 당ㆍ정이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프레임에 걸려버릴 수밖에 없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당에서는 선거 전에 4차 재난지원금이 됐든 손실보상금이 됐든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당ㆍ정ㆍ청 사이엔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되 소급 적용 없이 순수히 미래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한 것으로 하자’는 컨센서스가 겨우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5일 아침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라디오 방송 출연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손실보상금과 관련 “3월 내에는,늦어도 4월 초에는 (손실보상금)지급이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회의에서 논의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부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부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의장의 발언 이후 ‘속전속결로 입법을 마무리하고 손실보상금을 선거 전에 지급한다’는 것이 전체 여권의 통일된 입장인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자 정 총리는 당일 오전 홍 의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홍 의장의 발언은 4차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손실보상금까지 마련해 지금까지 1년치 손실을 모두 소급 보상해 준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으니 적절하게 수정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부측에서도 다양한 채널로 “홍 의장의 발언을 번복해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그러나 여당은 이후에도 홍 의장의 발언을 번복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3월 정액 지원’ 등 ‘현금 살포’를 예고하는 주장들이 증폭돼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25일 오후 복지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와 당ㆍ정이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재정’과 ‘중기부’라는 말이 여당을 향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었다고 한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중앙일보에 “재정 건전성을 전제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소급 불가 원칙을 밝힌 것”이라며 “주무를 중기부로 특정한 것 역시 당에서 거론되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이 아닌 소상공인법 개정을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은 당초 감염병 예방법에 손실보상금의 근거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코로나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문 대통령이 지목한 중기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기부가 주무가 된 배경은 손실보상제가 코로나뿐 아니라 향후 다른 이유로 소상공인의 영업활동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해 정확한 손실액 산정 기준을 미리 마련하자는 뜻”이라며 “당장의 코로나로 인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한다는 결론이 이미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선거에 도움이 될 수단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손실보상제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과정까지 선거용으로 활용했다가 실제 지급이 불가능해질 경우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정 총리와의 협의회에서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생각을 확인한 홍남기 부총리는 27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손실보상 문제는 오늘 방안을 마련하고 내일 입법한 후 모레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며 “국민께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추측 보도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선거전 지급’ 목소리를 내는 여당에 대한 경고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런 분위기속에서 여당내 분위기도 27일 “소급적용논란은 여기서 마쳤으면 좋겠다”(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로 물러서는 분위기다. 박 대변인은 3월에 손실보상급을 지급한다는 홍 의장의 발언의 진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상반기에는 (돈을) 지급해야 현실적이고,(돈이 지급돼야)마중물 역할로 선순환 구조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추측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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