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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공개안된 김종철 성추행…法은 머리카락도 허용안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의원. 오종택 기자.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의원. 오종택 기자.

“저는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밝히며 언급한 사실관계다. 정의당 측은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당 차원에서 형사 조처를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26일 한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며 사건은 수사와 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번 성추행 사건이 기존 사건과 달랐던 점은 성추행 사실은 공개됐지만, 구체적인 가해 행위는 함께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의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고 개인의 통념에 기반해 성추행에 대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반응은 피해 사실을 알린 많은 성추행 피해자들이 부딪혀온 반응이기도 하다.
 

부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사건이 법정으로 온다면 법원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법원은 강제추행이나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타인에 대한 신체 접촉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신체 부위’ 등 행위의 경중이 유ㆍ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한 해군 참모가 여성 부하의 손등을 양 엄지손가락으로 10초간 문지른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한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아닌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추가적인 성적 언동이나 행동을 해야만 강제 추행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관계, 신체를 접촉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손등’이라는 부위가 일반적으로 성적인 부위가 아니라고 해도 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직장에서 여자 후배의 머리카락 끝부분을 손으로 잡고 비비며 “느낌이 오냐”라고 물은 상사나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헤드록’을 건 상사에게 추행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을 줄줄이 파기했다.
 

“타인 신체 만질 수 있는 사람은 타인 자신뿐”

책『어떤 양형 이유』를 쓴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한 교수가 학생들의 어깨와 팔꿈치 사이 부분 등을 만져 강제 추행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하며 법원이 강제추행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판결문에 담았다. 당시 교수 측은 “성적 의미가 아니라 격려 차원이었고, 접촉 부위가 객관적인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추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에서 “대법원이 강제추행죄에 있어 추행의 개념을 점점 더 유연하게 해석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에 있고, 확립된 법리에 의하면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타인의 몸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타인뿐이다”라는 말로 성범죄에 대해 시민들이 가져야 할 인식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피해자다움’은 없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오종택 기자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오종택 기자

이번 정의당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피해자다움’을 언급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건 법정에서 피해자다움은 피고인들의 무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편의점 성추행 사건도 그랬다. 편의점 본사 직원이 편의점 주인을 강제 추행한 사건에서 2심은 추행 며칠 뒤 폐쇄회로(CC)TV에 잡힌 피해자의 모습을 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2심 판단에 대해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2019년 한 강간사건 판결문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슬픔과 수치심에 일상생활을 전혀 영위할 수 없고 타인과의 교류를 단절하는 것이 당연하거나 자연스럽다고 볼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거하는 피해자, 순응하고 포기하는 피해자, 평정심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피해자 각자의 대응은 너무나도 다를 수 있음을 인정했다.

 
장 의원 역시 사건 발생 이후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피해 이후 일상으로 회복하는 과정에도 피해자다움이 요구되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장 의원은 "처벌을 마치 피해자의 의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다움의 강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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