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민 패딩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스페이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다시 멋져보이는 그때 그 패딩
켄달 제너는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에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스케이트 타는 영상을 올렸고, 해당 게시물은 650만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노스페이스가 다시 멋져 보인다’는 댓글이 달렸다. 벨라 하디드,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등 해외 스타들 사이에선 노스페이스 숏패딩에 레깅스, 혹은 저지 팬츠(신축성이 있는 바지)를 입는 것이 팬데믹 시대의 ‘집콕’ 패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켄달 제너가 갈색 노스페이스 패딩을 패셔너블하게 소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핀터레스트
여기에 지난 12월 22일 공개된 구찌와 노스페이스의 협업이 기름을 부었다. 옅은 초록색과 갈색, 겨자색 등의 따뜻한 색을 주로 사용한 복고 콘셉트의 광고 사진은 암울한 팬데믹 시대의 겨울을 위로했다. 밀라노의 한 5층 건물 전체에 그린 패딩 벽화도 화제가 됐다. 다소 낡은 브랜드로 취급받았던 노스페이스가 최신 스트리트 패션으로 부활한 순간이다.

지난달 공개된 구찌와 노스페이스의 협업. 패딩 벽화로 화제몰이를 했다. 사진 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흥미로운 것은 신제품이 아니라 빈티지(중고) 제품이 더 인기라는 점이다.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등 해외 스타들이 즐겨 입는 모델 역시 1992년에 출시된 노스페이스 ‘눕시’라는 모델이다. 주로 ‘눕시 700’으로 통용되는 볼륨 있는 숏패딩 스타일이 가장 인기로, 특히 켄달 제너가 자주 입는 갈색을 구하려는 이들이 많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중고 앱 ‘디팝(Depop)’에서 지난 4개월간 노스페이스 검색량이 500% 증가했다. 중고 사이트인 ‘이베이’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3초마다 노스페이스가 검색됐다. 국내서도 일명 ‘켄달 제너 패딩’으로 입소문이 난 갈색 눕시를 찾는 글이 온라인 카페 등에 올라왔다.

노스페이스도 복고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 겨울 ‘1996 에코 눕시 재킷’을 선보였다. 사진 노스페이스
중고, 패션계 새 성장동력 되나

중고 의류 업체 '스레드업'은 새것 대신 중고품을 구매하면 탄소, 폐기물 및 물 발자국이 82 % 감소한다고 광고한다. 사진 스레드업 홈페이지
국내 중고 시장도 호황기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거래 중에서도 패션 카테고리의 성장이 눈에 띈다. 2020년 4분기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의류와 패션 잡화 거래 건수는 161만건으로 3분기 대비 27%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의류와 잡화를 합치면 45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자사 중고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리바이스도 중고 사이트를 열었다. 사진 리바이스
구찌는 명품 중고 플랫폼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H&M 그룹은 자사 웹사이트에 중고 카테고리를 열고 중고 의류 판매를 하고 있다. 리바이스도 지난해 10월 자체 중고 거래 사이트 ‘리바이스 세컨핸드’를 열었다. 패션이 돌고 돈다는 얘기가 요즘처럼 실감나는 시절이 없다. 옷장 구석에 박힌 옛날 옷이 누군가 애타게 찾고 있는 바로 그 모델일 수도 있다.
유지연기자 yoo.jiyo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