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투자·고용 등)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국민과 약속한 투자와 고용 창출 등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등 세 명의 삼성전자 대표이사 명의로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한 글을 통해서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상고 기한인 25일 이 부회장 측과 특별검사팀 모두 재상고를 하지 않아 이 형량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약 1년간 복역해 앞으로 1년6개월가량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구속됐지만 “투자·고용 유지” 강조
이 부회장은 삼성 안팎에서 술렁이는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의 경영방침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그래 주셨듯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삼성이) 한마음이 돼 주길 바란다”며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 기업의 사명에 충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계획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삼성 임직원에 대한 사과와 자숙 의지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너무 송구하고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더욱 자숙하면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앞서 수감 사흘째인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며 “위원장과 위원들께서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으로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위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국정농단 사건 재발 방지책으로 제안해 지난해 2월 발족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위의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준법위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자, 다시 한 번 준법위 활동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 부회장은) 두 차례 준법위를 방문하고 모임 정례화를 약속하는 등 준법위 운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른 한편으론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재판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준법위-삼성 CEO 첫 만남 “준법경영 앞장”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등 준법위에 참여하는 7개 계열사 사장이 모두 참석했다. 삼성 준법위와 삼성 사장단 7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hspark97@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