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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제’는 한은 돈 찍고, ‘이익공유제’는 기업 돈 빼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두고 재원ㆍ형평성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ㆍ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 제정은 최대 100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방안 중 하나로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이를 매입하는 방식(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 거론되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돈 얼마나 드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강훈식·민병덕 의원실, 기획재정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돈 얼마나 드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강훈식·민병덕 의원실, 기획재정부]

 
이는 정부가 재원 확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이 국채를 직접 인수(직매입)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돈이 정부 ‘금고’로 이동하는 구조다.
 

재정-통화정책 분리 원칙에 위배

이에 대해 ‘정부 부채의 화폐화’라는 비난이 크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분리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 국채 가격 급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아예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부채를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채권시장이 성숙하기 전인 1994~95년을 마지막으로 25년간 국채 직매입을 하지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적자 국채를 한은이 인수하면 유동성이 늘어나는데 지금도 과잉 유동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런 방식보다는 다른 분야 예산을 절약해 쓰는 등의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여야 발의 법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 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여야 발의 법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가 낸 세금으로 왜 자영업자 지원하나?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영업자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닌데 자영업 손실만 보상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일감이 끊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근무하는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줄어든 급여생활자도 많기 때문이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줘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컨대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자영업과 연관된 영세기업 등 일반 기업의 피해를 무시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사회 전체를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익공유제는 큰 틀에서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일부 출연하고, 나머지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이 기금에 돈을 내면 일정 수준만큼 세금을 깎아준다.
 

이익공유제, '자발'이라 쓰고 '강제'로 읽힌다

하지만 재계는 사실상 기업 ‘팔 비틀기’라는 우려가 크다. 자발적 동참이라지만 강제성이 다분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지목된 금융ㆍ정보기술(IT) 업계의 반발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증권ㆍ채권시장안정펀드, 녹색 금융, 뉴딜 펀드 등에 동원됐고 자영업자ㆍ중소기업 원리금 상환 유예까지 한 상황”이라며 “특히 이익공유제는 경영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넷플릭스ㆍ유튜브 등 외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였는데, 이들이 이익공유제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익공유제를 추진할 경우, 국내기업에 한정된 준조세처럼 작용해 외국 기업과 다른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미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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