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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퇴장과 文 한마디, 이 두개가 윤석열 지지율 떨어뜨렸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별의 일생은 정치인의 삶과 닮았다. 별이 태어나려면 우주 공간의 성운이 중력에 의해 모아져야 한다. 정치인이 되려면 흩어져 있는 사람을 끌어모을 정치력이 있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별이 어두운 갈색왜성으로 그칠지, 아니면 반짝반짝 빛나는 거성이 될지는 별의 질량에 달려있다. 그저 그런 정치인과 거물급 정치인의 차이가 정치적 무게감에 좌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했던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란 말이 화제를 낳았다. 이렇게 '야권의 별'로 떠올랐던 윤 총장의 기세가 최근 조금 주춤한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5일 발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26.2%, 윤석열 총장은 14.6%,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2.8%포인트 오른 반면 윤 총장과 이 대표는 각각 0.4%포인트, 2.3%포인트 떨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21일 공동 발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윤 총장의 하락폭이 더 컸다. 이 지사, 이 대표, 윤 총장은 각각 27%, 13%, 10%를 얻었는데 2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3%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대표와 윤 총장은 각각 2%포인트, 6%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이 본래 변화무쌍한 데다가 조사의 오차를 고려하면 큰 변화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상승곡선을 그리던 ‘흐름’에 변화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윤 총장이 최극점을 달릴 때보다 수치가 조금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지지 강도가 엷어지고 있는 추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① 추미애의 퇴장

 
윤 총장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추 장관이 밀어내려 할 때마다 윤 총장은 ‘핍박받는 순교자’ 이미지가 강해졌다. 민주당에서조차 “추 장관이 때릴수록 윤 총장 인기가 커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다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박범계 의원이 지명되면서 추 장관은 사실상 무대 뒤로 퇴장했다. 그의 퇴장은 동시에 ‘추·윤 갈등’이라는 언론 기사도 퇴장시켰다. 많은 전문가들은 “추 장관이 물러나면서 윤 총장의 언론 노출 빈도가 줄었고, 그게 여론조사에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② 문재인의 끌어안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갈등을 빚는 동안 한 발짝 물러나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 법무부 장관을 교체한 데 이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윤 총장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의 ‘안티테제(antithese·반대)’로서 상징적 역할을 하던 인물인데, 문 대통령이 ‘여권 사람’으로 규정하자 상징성이 모호해졌다는 분석이다.
 

③ 회색지대

 
범야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 총장이지만 야권에선 윤 총장에 비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국회의원도 상당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게 윤 총장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살이를 하게 하고, 보수가 고생하게 된 게 결국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주도 아래 이뤄진 일”이란 주장이다.

 

④ 긴가민가

 
윤 총장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국회에 나와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물론 정치권에선 이 발언을 ‘정치할 뜻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애매한 상황 때문에 국민들은 그의 정치 입문 여부에 대해 긴가민가하게 보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6~1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걸로 본다는 답은 33.9%,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답은 45.9%였다. 이제까지 제3지대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인사들이 결국 대선 문턱에서 꿈을 접었던 기억이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① 박범계의 역할

 
윤 총장을 띄우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 추미애 장관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향후 지지율은 상당 부분 박범계 후보자의 역할에 달렸다는 의견이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총장 지지율은 추 장관이 때려서 올라갔다”며 “(박 후보자가) 안 때리면 안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도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박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검찰 인사는 윤 총장과 협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총장이 실재하는 이상 당연히 인사를 함에 있어서 총장의 의사를 들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② 정치 지형의 변화

 
또 다른 중요 변수는 정치 지형이다. 지금처럼 범야권에 마땅한 유력 대선 주자가 없다면 윤 총장에 대한 구애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만일 4·7 재·보궐선거가 야권의 승리로 끝나면 ‘멀리 있는’ 윤 총장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이강윤 소장은 “윤 총장 입으로 명확히 ‘정치를 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의 지지율에는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래서 윤 총장 지지자는 충성도가 낮고,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옮아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③ 권력 의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수는 본인의 권력 의지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 총장이 앞으로 발광체가 될 건지, 반사체로 끝날 건지는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며 “대선 후보가 되려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올해 7월에 끝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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