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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성범죄대응 새 매뉴얼 ‘장혜영’

 
 

정의당 대표 성추행 충격..피해자 장혜영 의원의 '입장문' 주목
'피해자다움' 거부선언..미투 3년만에 달라진 피해자 대응방식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민심전달 캠페인'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민심전달 캠페인'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
2021년 1월 25일은 한국 미투(MeToo)운동의 한 획을 긋는 날이 될 듯합니다.  
두 가지 뉴스가 동시에 터졌습니다.  
 
첫째.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국회의원을 성추행했다는 뉴스는 자체로 쇼킹합니다.  
둘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인권위원회가 마침내‘성희롱에 해당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특별히 더 고통받는 이유는‘성범죄 편견(Rape Myth)’때문입니다.
 
미투 운동의 출발점이 된 미국 영화제작자 와인스타인 재판과정이 시사적입니다.
와인스타인은 배우지망생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뉴욕법원에서 2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과정은 미국의 성범죄 편견을 잘 보여줍니다.  
 
3.
와인스타인 변호사들은 ‘(적어도 묵시적으로) 합의된 성 관계’임을 강조합니다.  
 
피해여성이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인신공격합니다. 성폭행 이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고, 심지어 가해자에게‘보고싶다’는 이메일을 보냈음을 강조합니다.  
피해자가 성폭행 이후‘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기에 성폭행이 아니라는 추론입니다.  
 
4.
이런 변호인의 전략은 성폭행 전문가의 등장으로 박살났습니다.
검찰은 배심원들의 편견을 깨기위해 전문가를 증인으로 채택해 ‘성폭행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패턴’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첫째. 성폭행은 85%가 평소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피해자의 충격은 더 크며, 주변의 비난을 두려워한다.
둘째. 피해자는 폭행 자체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맘속으로 부인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 애쓴다.
셋째. 그래서 성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되풀이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극심해진다.
넷째. 사건이 드러날 경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기에 피해여성은 2차 3차 가해를 당한다.
 
5.
전문가의 분석은 박원순 사건 피해자가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의 과정을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장혜영 의원은 이와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사건발생과 동시에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사과를 받았습니다. 당에 정식보고하고 조사를 거쳐 징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피해자임을 밝히는..범상찮은 용기를 보였습니다.
 
6.
그렇다고 장혜영이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을 건너뛴 건 아닙니다.
 
‘문제제기 과정에서 다른 여러 공포와 불안을 마주해야 했습니다..부당한 2차 가해가 두렵습니다..마치 아무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입장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혜영은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고 성평등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은 저의 정치적 소명’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피해사실을 공표했습니다.  
 
7.
장혜영의 결론은 ‘피해자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평소처럼 행동했다고 해서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죠.  
피해자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가해자보다 더 죄의식에 시달리며 손가락질 받아야할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존엄한 인권으로 당당히 의사를 밝히고, 그 의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8.
미투 3년만에 큰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장혜영의 방식은 성범죄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매뉴얼’로 활용될 듯합니다.  
 
와인스타인은 재판부를 향해 ‘미투 페미니스트들에 굴복한 겁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분명 좋은 방향으로..
 
〈칼럼니트스〉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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