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요양병원 갔으면 벌써 숨졌다" 뇌출혈 남편 14년 돌본 아내

지난달 31일 서울 한 요양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한 요양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 오지도 않던 사람들이 부모를 걱정하면서 난리를 쳤어요. 이들의 항의 전화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 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숨진 환자의 유품을 안 가져가려는 보호자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최다 사망 요양병원, 현대판 고려장? 사회적 효?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요양병원에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40~50명의 환자가 아직 남아있다. 코로나19 미감염자이다. 이 병원 의사는 "산소 치료 등이 필요하거나 집으로 가도 돌봐줄 사람이 마땅하지 않거나 자가격리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노인은 왜 요양병원에 입원했을까. 2016년 5월 동서간호학연구지에 실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노인의 건강상태, 사회적 지지 및 거주만족도' 논문(윤동원 한걸음병원 간호사)에 따르면 3곳의 요양병원 입원 노인 71명 중 41명이 입원한 이유가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했지만 16명(24.3%)은 자녀의 지지 부족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적지 않은 노인이 자녀가 돌보지 않으려고 해서 입원한 것이다. 
 부모 돌봄 때문에 자녀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예사다. 80대 중반의 B씨는 3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2년이 넘었다. 자녀와 같이 살다가 치매 증세가 생겼고, 자녀들이 누가 모실지를 두고 다퉜다.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자녀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비대면 면회가 가능할 때도 자녀를 보지 못했고, 치매 증세가 악화했다고 한다. 노인들은 '이제 완전히 버려졌다'는 절망감이 심해지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50대 한 직장인은 "어머니 면회가 끊긴 후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했고 이내 임종도 못 한 채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 이영춘(56·광주성심재가복지센터장)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거의 와상 상태인 남편(63)을 아들(34)과 함께 14년째 집에서 돌본다. 요양보호사가 하루 4시간 와서 도와준다. 그랬더니 인슐린 주사를 놓지 않게 됐고,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요양병원에 보냈다면 남편이 벌써 하늘나라로 갔을 거다. 관심과 사랑만한 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양병원에 석 달 입원한 80대 할머니가 팔다리가 굳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았는데, 집으로 퇴원한 후 딸이 돌봤더니 콧줄을 뗐고 팔다리를 움직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 자녀들이 편해진다. 돈만 내면 된다. 정말 집에서 돌보기 힘든 경우가 있지만, 으레 모시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30일 서울한 요양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병실을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한 요양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병실을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3월 현재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1년 넘은 사람이 17%에 달한다. 이 중 3년 넘은 사람만 9.6%이다. 지난해 중순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80대 노인의 목에서 피가 계속 났다. 호흡기에 이상 증세가 생긴 것이다. 병원 측이 자식에게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이다. 출혈 때문에 자칫 생명에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연락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는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뭐냐"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는 3년째 2000만~3000만원의 병원비를 연체하는 환자가 있다. 보호자가 한 번도 안 오고 연락도 없다고 한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마다 이런 환자가 다 있다. 억지로 내보낼 수가 없어서 병원이 떠안는다"며 "자녀들이 처음에는 자주 오다가 점점 뜸해진다"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정 돌봄-요양원-요양병원 순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 동서간호학연구지 논문에 따르면 5점 척도로 쟀을 때 요양원은 3.97점, 요양병원은 3.53점이었다. 80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이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집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 지난달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실린 '일개 특수 요양병원 환자 특성 및 사망 위험요인' 논문에 따르면 보훈병원 계열의 한 요양병원에서 2017년 퇴원한 850명 중 집으로 간 사람이 21.4%였다. 보훈병원 입원 44.6%, 급성병원 입원 3.3%, 요양원 24.1%, 사망이 6.6%였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집에서 돌볼 수 있게 방문 의료, 재활 등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집과 요양병원 중간 정도 기능을 하는 주거시설도 거의 전무하다. 대전에 사는 정모(70)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74)을 25년간 집에서 돌봤다. 한쪽 마비 때문에 혼자 일상생활이 힘든 상태였다. 정씨는 어떡하든 집에서 돌보려 했지만, 본인도 나이 들면서 점점 힘이 부쳤다. 지난해 1월 '몇달이라도 의탁해보자'며 결국 요양병원을 택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중앙정부·지자체 등이 각자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가정 돌봄은 나 몰라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을 수술 직후 관리, 회복기 재활, 호스피스 등으로 전문화하고, 그렇게 안 되는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해 의료와 돌봄 필요도가 낮은 환자의 입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덕현 회장은 "집에서 환자를 모시기 어렵다. 요양병원이 없다면 아마 대란이 일어날 거다. 자녀의 간병 퇴직이 늘고 심지어 '간병 살인'이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가정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 비용이 크게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어르신은 2~3개의 만성병을 갖고 있다. 치료와 돌봄 두 가지 수요를 요양병원이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이 나름 '사회적 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채혜선 기자 sssh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