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미군, 피난민 사격 명령" 中 시청률 1위 드라마 '6·25 공정'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을 미화한 드라마 ‘압록강 건너’의 한 장면. [CC-TV 캡처]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을 미화한 드라마 ‘압록강 건너’의 한 장면. [CC-TV 캡처]

한국전쟁을 다룬 중국의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跨過鴨綠江·이하 압록강)’이 24일 종영됐다. 

6·25 중국군 미화劇 ‘압록강 건너’ 시청률 1위 종영
평점 8.7 “역사 존중”이라며 한국전쟁관 왜곡 주입
공산당 창당 100주년 맞아 黨찬양 작품 100편 대기
국내 中 주장 번역 사이트도…“중국 시정 요구해야”

드라마는 철저히 '항미원조'(抗美援朝·북한을 도와 미국에 맞섰다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제국주의 미국'을 부각하고 이에 맞서는 중국군의 '영웅적 활약'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1·4 후퇴를 다룬 지난 12일 방영된 21부에서 미군 사령관이 주요 도로를 끊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피난민에 사격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이어 중국의 개입과 1·4 후퇴로 한국민이 당한 고통은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드라마 내내 북한군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항의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얘기다. 한국군은 무력한 적군으로 그려진다.
 
대신 중국군을 돕는 북한 주민과 한국어는 곳곳에 등장한다. 12일 방영된 20부에는 한복 차림의 아주머니의 “지원군 동무 떡 먹고 가요”라는 한국어 대사가 그대로 방영됐다. 중국군 역시 “어머니, 전쟁에 이기고 돌아와 다시 먹을게요”라고 대답한다. 냉전 시기 작품 “영웅아녀(1964)” “상감령(1956)”의 판박이다.
 
드라마에 대한 중국 내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북경청년보’는 15일 “시청률 조사기관 CSM 전국망에 따르면 ‘압록강’의 평균 시청 점유율은 5.29%, 최고 시청률은 6.78%”이라고 보도했다. 25일 영화 평판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네티즌 평점은 8.7을 기록했다. 신문은 “전체 이야기 구성이 사실에 가깝다”면서 “역사를 존중하고, 상대도 존중하며, 진실의 충격이 다큐멘터리에 못지않다”고 극찬했다. 관영 신화사는 19일 “주선율(主旋律) 영화의 경지를 끌어올려, 역사가 미래를 비추게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주선율 영화란 체제를 선전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더우반에 올라온 중국 네티즌 평가도 마찬가지다. 아이디 이사오탕(一勺湯)은 압록강을 “미·중 항쟁의 문화책략”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당시 미국의 ‘오폭’과 지금의 미친 시도를 볼 때 역사는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중국 선전 당국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압록강’에 거국적인 물량을 투입했다. 제작 총괄을 선하이슝(愼海雄·54) 중앙라디오TV본부(中央廣播電視總臺) 사장이 맡았다. 지난해 8월 15일 크랭크인에 들어가 4개월 만에 40부 촬영을 마쳤다. 전투기 4대, 탱크 9대, 총기 1000여 정을 특별 제작했고, 출연 배우 375명, 총탄 8만여 발이 투입됐다. 
 
중국의 한국전쟁 왜곡은 지난 2010년 시진핑(習近平·68) 당시 국가부주석의 ‘항미원조  60주년’ 연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시 주석은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은 '내전'이었는데, 미국이 제국주의적 개입을 시도해 중국이 이를 막아냈다는 논리다. 지난해 10월 23일 열린 70주년 대회에서는 “중·조 군대가 미군의 불패 신화를 때려 부쉈다”며 “안하무인의 침략자를 정전협정문에 서명할 수밖에 없도록 몰고 갔다”며 승전을 주장했다.
 
중국의 항미원조 띄우기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서다.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선전부장 회의에서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은 “모든 전선의 힘을 쏟아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경축하는 선전 교육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선전부는 창당 100년을 기념하는 드라마 100여 편이 방영될 예정이라고 최근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압록강’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같은 '한국전쟁 공정'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한국인까지 중국의 주장을 아무 비판 없이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6·25는 통일 전쟁’을 주장했던 강정구(76) 전 동국대 교수는 통일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 지난해 중국 환구시보에 실린 “항미원조 정신으로 분발과 진취를”, “조선 전쟁과 항미원조 전쟁 무엇이 다른가”를 그대로 번역 소개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차재복 연구위원은 “중국은 인민일보 SNS 매체가 북한의 6·25 남침을 인정했으면서도 북·중, 미·중 관계 친소에 따라 계속해서 역사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침묵하지 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