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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SNS 사진으로 혼자 노는 법 익힌 아내

기자
허호 사진 허호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32)  

 
아내가 최근 SNS에 게시한 사진. 나는 나무를 만지고 아내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그릇들이 내 솜씨다. 그것을 찍은 아내의 손맛도 제법이다. [사진 권형민]

아내가 최근 SNS에 게시한 사진. 나는 나무를 만지고 아내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그릇들이 내 솜씨다. 그것을 찍은 아내의 손맛도 제법이다. [사진 권형민]

 
오늘은 아내의 사진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재택근무가 많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갈 일이 없어져 전화로 안부 묻는 일이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아졌습니다. 가만 들어 보니, 형님네나 친척들이나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외출을 못 하는 것에 대해 갑갑해 하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집에서 뭔가 하면서 머무르는 것에 훈련이 안 돼 있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집에 있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집에 있으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야, 원래 손에 익은 목공도 있고, 집안 곳곳 돌봐야 할 일도 있고, 사진 작업도 있지요. 시간 보내는 게 훈련이 되어 있는 편이었습니다. 아내는 원래 여행도 다니고 요란하게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사람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 나갈 수 없는 것에 답답해할 줄 알았는데 뭔가 굉장히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관찰해 보니 이런저런 혼자 노는 법을 익혔는데, 그중 하나가 사진이었습니다.

 
원래 아내의 SNS는 좋은 사진 덕분에 더 풍성해지고 있다. [사진 권형민]

원래 아내의 SNS는 좋은 사진 덕분에 더 풍성해지고 있다. [사진 권형민]

 
아내의 SNS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나는 원래 SNS를 안 하니까 그런 사진을 찍을 일이 별로 없는데, 아내는 주변의 소소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항상 우리 곁 일상의 풍경을 의미화하고 있더라고요. 사진은 결국 프레임이고 프레임 안에 무언가를 담는 작업이잖아요. 실내든, 정원이든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거지만 아내가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들이대지 않으면 의미 없는 모습을 자신의 감성으로 다정하게 말을 걸고 프레임을 갖다 대고 의미를 주고 있더라고요. 그럴 때 메시지로 힘을 갖게 되지요.

 
아내가 찍은 사진을 SNS에서 가끔 보는데,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으로 아내의 시각적 흥미가 매우 다양하고, 내가 놓치고 흘려보내는 것을 섬세하게 잘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주변의 공간에 있는 무의미한 사물이 사진을 통해 유의미해지고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메시지를 주어야 그 사물은 비로소 내 시각의 잔존물이 되는 거니까, 그제야 사진이 가진 시각과 감성의 기호를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거니까 사진을 통해 아내의 시각과 감성의 기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깊은 만남을 제가 평생 걸어왔던 길에서 다시 갖는 셈이죠. 이러니 아내의 SNS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내에게 만들어준 가구 중 하나. 아내의 눈을 통해 일상을 다시 보게 된다. 우리 주변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사진 권형민]

아내에게 만들어준 가구 중 하나. 아내의 눈을 통해 일상을 다시 보게 된다. 우리 주변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사진 권형민]

 
오늘의 먹거리나 반려견 같은 주변의 것을 일상에서 잡아 올려서 사진에 담지만, 그 안에서도 좀 더 정리하고 간결한 사진이 메시지로서 무게감을 가집니다. 같은 사람이 찍었더라도 그중에는 분명 그렇게 와 닿는 사진이 있지요. 감성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그 감성을 정리하면서 찍어낼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해요. 

 
사진에 담기는 소품이 특별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마당에서 나뭇가지 하나 꺾어다 놓은 건데 다르게 느껴지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인 나는 아내가 손수 만들어 창가에 건 커튼과 장식을 종종 봅니다. 동틀 무렵에 창 유리를 투과해 넘어오는 햇살이 제법 마음을 깨우거든요. 아내도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올렸습니다. 마치 동화 같기도 하고, 정적인 느낌의 동양화 같기도 합니다. 유리창에 성애가 낀 건데, 크리스마스트리의 오뉴먼트 같습니다. 일부러 내기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해맑아지는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사진입니다.

 
마치 동화 같기도 하고, 정적인 느낌의 동양화 같기도 하다. 유리창에 낀 성애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오뉴먼트 같다. 일부러 내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사진 권형민]

마치 동화 같기도 하고, 정적인 느낌의 동양화 같기도 하다. 유리창에 낀 성애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오뉴먼트 같다. 일부러 내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사진 권형민]

 
그런데 아내의 이런 사진들, 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겁니다.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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