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정윤석(39) 작가는 리얼돌을 정면으로 다뤘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리얼돌 공장 현장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올해 작가상’ 후보
정윤석 감독의 ‘내일’ 놓고 갑론을박
“소재·후보선정 모두 거대한 여혐”
“예술적 재현, 작품철회 주장 심해”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정윤석(39) 작가는 리얼돌을 정면으로 다뤘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리얼돌 공장 현장 모습.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지난해 12월 4일 개막한 전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한달 여 중단됐다가 지난 19일부터 관람객을 다시 만나고 있다. ‘2020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작가는 김민애(39), 이슬기(48), 정윤석(39), 정희승(46) 등 네 명. 정 작가는 영화 한 편과 사진 및 영상 설치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중 ‘내일’은 중국의 한 섹스돌 공장의 노동 현장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일본에서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 센지,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을 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물 마츠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정윤석(39) 작가는 리얼돌을 정면으로 다뤘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작품 속 리얼돌 이미지.
전시 관람객 중 일부는 SNS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 등에 글을 올려 “작가가 섹스돌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이 작가를 공공기관이 ‘올해의작가상’ 후보로 삼은 것 자체가 거대한 여성혐오”라고 주장한다. 또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인 한국에서 물체가 된 여성 신체를 두고 남성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혐오”라며 “전시를 당장 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선 ‘#올해의작가상_정윤석_후보박탈하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정윤석(39) 작가는 리얼돌을 정면으로 다뤘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작품 속 리얼돌 이미지.
이에 대해 미술계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작가가 리얼돌을 소재로 삼고 이를 예술적 재현한 방법에 대해 불쾌하게 여길 수 있지만, ‘여혐’으로 단정을 내리고 작품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 큐레이터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현의 영역에서 많은 사람이 불쾌하게 여기거나 치부라고 여기는 것들을 다룰 수 있는 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또 최열 미술평론가는 “작품이 직접 혹은 직설적으로 윤리적인 기준을 넘어선 것이 아닌 한 그것을 특정한 관점으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하고 합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생각만이 예술과 사회에 대한 절대적으로 옳다는 식의 주장은 자칫 폭력적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토론하고 예술적인 성찰을 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정 작가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사건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을 해왔다. 2014년 지존파의 검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를 발표했고, 2016년 국가보안법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 불바다’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4일까지.
글·사진=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