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대표는 프로축구 강원을 맡아 또 한 번 신화 작성에 도전한다. 장진영 기자
최연소 프로축구 강원 대표이사
한국축구 수혜자로서 되갚는 일
전용구장 개막경기 토트넘 희망
성적·흥행·수익 모두 붙잡을 것
이 대표는 그 이유로 “해야만 한다”와 “할 때가 됐다”는 두 가지 사명감을 제시했다. 그는 “(박)지성이와 나는 2002년 한국 축구가 남긴 위대한 유산의 수혜자다. 한국 축구의 뜨거운 성원 속에 유럽 최고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고, 많은 걸 경험했다. 행정가의 길을 선택한 건 ‘무엇을 돌려줄까’를 깊이 고민한 결과다. 좋은 선수를 키워내는 것만큼, 해외에서 경험한 시스템을 한국 축구에 이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직접 부딪쳐 본 프로축구단 행정은 이 대표가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한 작업이었다. 그는 “팀을 지탱하는 ‘선수단’과 ‘프런트’라는 두 수레바퀴의 모양과 크기를 동일하게 다듬어야 한다. 여러 부서끼리 서로 부딪치는 이해관계를 교통 정리하는 게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김병수(49) 강원 감독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선수 보강을 논의한다. 새 시즌 강원이 선보일 축구 색깔을 디자인하고 마케팅 전략도 짠다. 그는 “(대표이사는) 성적도 내고, 돈도 벌어야 하는 자리다. 내가 좋은 흐름을 만들어야 내 뒤로도 더 많은 경기인 출신 행정가가 나올 수 있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영표 사장’은 선수 시절 몸담았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선수 이적 협상 능력과 선수단 운영 노하우,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의 마케팅 역량에 주목했다. K리그에 도입할 수 있는 요소를 열심히 추리고 있다. 그는 “강원이 1만여 석 규모의 전용구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완공하면 개장 경기로 토트넘을 불러오고 싶다. 물론 손흥민(29)이 꼭 뛰는 조건으로”라며 웃었다.
이 대표는 해설위원이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을 향해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로부터 7년, 이제는 ‘대표이사 이영표’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할 차례다. 무엇보다 성적과 흥행, 수익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는 “해외 여러 구단을 거치며 눈여겨 봐왔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겠다.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돈도 많이 벌어서, K리그 시·도민구단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걸음은 뭐가 될까.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지친 팬과 강원도민을 축구를 통해 활짝 웃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