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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성금이 정부 쌈짓돈?…‘정부 간섭’ 재해구호법 개정안에 민간단체 반발

 재해구호법 개정안 논란 

지난해 태풍 '하이선'으로 부서진 부산 기장군 월전마을 해안도로 송봉근 기자

지난해 태풍 '하이선'으로 부서진 부산 기장군 월전마을 해안도로 송봉근 기자

태풍과 호우 등 자연재해 때 이재민 등을 돕는 민간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의 ‘국민 성금’(의연금)이 또 논란에 휩싸였다. 한정애(56)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재해구호법 개정안’ 때문이다. 
 
국민 성금을 배분하는 협회 '배분위원회' 위원의 절반까지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명할 수 있고, 성금 운영 계획을 행안부 장관 승인을 받게 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협회 측이 “또다시 국민 성금을 ‘정부 쌈짓돈’처럼 만들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 장관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4일 국회 행정 안전위원회로 넘어갔다. 시행되려면 행안위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 
 
한 장관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배분위원회가 전국재해구호협회로 단일화돼 있어 의연금을 모집한 모집기관조차 배제되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없는 독점적 구조”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는 “법 개정을 핑계로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민간 구호단체를 정부 아래로 두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60년 민간 구호단체, 세 번째 휩싸인 논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내 대표적인 구호단체는 총 3곳이다. 대한적십자사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그리고 전국재해구호협회다. 이 가운데 재해구호협회는 민간단체로 태풍·홍수·가뭄 같은 자연재난 발생 시 구호 키트를 전달하고, 이재민을 돕는 역할을 한다. 민간 구호활동이 척박하던 1961년 언론사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수해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설립됐다. 직원은 41명. 2019년 강원도 산불 때 330억원, 지난해 호우피해 때 276억원을 모아 이재민 등에게 지급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단체가 성금을 함께 모아 재해협회로 넘기면 재해협회의 배분위원회가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액을 산정해 이재민 계좌로 지원금을 입금하는 식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씨앗은 '배분'이다. 배분위원회가 자연재난 때마다 국민 성금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2007년과 2018년 재해협회를 공공기관으로 만들거나 배분위원회 위원 절반가량을 행안부 장관이 임명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가의 국민 성금 장악’이란 반발에 부딪혀 잇따라 무산됐다.
 

협회 “배분 지역편중, 소외 지역 없어야”

 
이번 한 장관의 발의내용에 대해 당시 의원실 관계자는 “배분위원회가 재해구호협회의 이사회로 구성돼 있어 같이 모금하는 구호단체들이 배분위원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해협회 측은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이미 이사회에 대한적십자사가 들어와 있고 배분위원회에도 참가할 수 있지만 이사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사회에 다양한 구호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부자의 의도를 100% 따르면 재난 성금을 주로 기탁하는 수많은 기업의 성금이 특정 지역으로 몰려 소외지역은 더 소외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부자의 의도보다 동일 자연 재난에 균등하게 피해자를 돕는 것이 '재해구호법'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한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안은 배분위원회 위원의 절반까지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도록 하는 등 최대 95%를 외부 인사로 채울 수 있게 했다”며 “언뜻 보면 협회 건전성을 강화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국민 성금을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해 7~8월 호우피해 당시 “조기 지급하라”는 행안부의 종용에 따라 협회는 이재민 1만1253세대에 설립 이래 최초로 정부 재난지원금보다 빨리 성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피해조사를 담당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료가 부정확해 650여 세대에는 잘못 지급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협회를 압박해 국민 성금을 정부 재난지원금에 앞서 지원하게 했지만, 결국 조사가 미흡해 문제가 생겼다. 배분위원을 정부가 임명하면 성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정부 "피해조사에 집중해야”

 
이에 대해 이창길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배분위원회 위원을 정부가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는 재난에 따른 피해조사를 신속하게 하고, 적정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영역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 피해 수준, 상권 분석 등을 통해 지원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될 수 있게 민간에 제안하고 재난 특성에 맞는 표준 지원 매뉴얼을 비롯해 공적 부분이 제공하지 못하는 구호활동을 민간이 할 수 있게 협력체계를 갖추는 쪽으로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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