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뉴스1
사기업에 “많이 벌었으니 내놓으라”는 여당

금융권경영간섭말말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당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을 개정하고, 현재 3550억원인 서민금융 재원을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당내에서 협의 중이다. 현재 서민금융 기금은 복권기금 등 정부출연금(약 1750억원)과 저축은행·상호금융 출연금(약 1800억원)을 합해 약 3550억 규모다.
여당은 정부와 금융권 출자액을 모두 늘려 총액을 5000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이나 쌓여있는 여유 기금을 활용해 일부 출연하되,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당의 안(案)대로면 은행 등 1금융권에서 1100억원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 두번째부터),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 금융지주 회장 등 10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해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금융권 참여방안에 대한 비대면 영상보고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코로나19로 이익을 봤으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저소득층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지원에 정부가 약 80%를 보증하면서 위험도 줄여주면서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공적 의무 있지만 시장 원칙은 지켜야”

소상공인대출만기연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 은행 관계자는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차주가 일으킨 대출이 4조 규모인데, 이는 사실상 부실 대출로 분류해야 한다”며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은행 돈은 결국 주주와 예금주의 돈인데 이 돈을 여당에서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는 것이 맞냐”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은행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공적 기능을 수행할 의무가 있지만, 정치권이 주식회사의 운영 원리와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은행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이자 면제나 원리금 상환 연장, 예대 마진 축소 등을 그때그때 정치 논리에 맞춰 요구한다면 결국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