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채널A 수사팀, 전자결재 올려 흔적 남겼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론 흔적을 명확히 남기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보통 전자결재는 대면 보고가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형사 사건 등만 올리는데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안에 대해 전자결재를 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수사팀 전원은 최근 이 지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검사장실을 찾아 직접 채널A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수사팀 검사들은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하는 이유와 더는 결재를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까지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보고를 들은 이 지검장은 그 자리에서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결재를 미뤄왔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전자결재를 올린 지난 22일에도 연차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최 차장도 수사팀이 작성한 130여쪽의 무혐의 이유보고서를 검토한 뒤 "수사팀 결론이 옳다"는 취지의 의견을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원칙대로면 수사팀이 올린 전자결재에 대해 최 차장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 지검장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줘 최 차장 입장에선 이 지검장에게 결재를 올릴 공산이 크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지난해 7월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검사장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며 수사팀장인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전자결재까지 거부하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중앙지검 관계자는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처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검토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취재진은 이 지검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 지검장은 전화와 문자에 대응하지 않았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채널A 사건 등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연이어 뭉개고 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 지검장의 입지는 현재 매우 좁아진 상태다. 유 이사장은 한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검찰의 재단 계좌 열람 의혹'에 대해 지난 22일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사과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