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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일본, 죽을 곳 찾지 못하는 ‘임종 난민’에 골머리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7)

2019년 일본의 출생자 수는 90만명이 깨졌다. 반면 연간 사망자는 약 140만명까지 늘어났다. 사망자는 20년 전보다 5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2025년에 모든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고,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일본 인구의 거의 6분의 1인 2000만명에 도달한다. 단카이세대는 이후 차근차근 사망하면서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다사(多死)사회’를 맞이한다. 2035년 전후 절정기에는 연간 사망자가 1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이 사망하는 장소는 의료산업과 사회의 변화에 함께 바뀌어 왔다. 1951년에 사망한 사람의 80% 이상은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런 현상은 완전히 역전돼 이제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80%, 나머지는 자택과 간병시설 등에서 임종기를 맞이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은 다른 선진국(프랑스 60%, 미국 40%, 네덜란드 30%)에 비해 특히 높다.

 
매년 급증하는 사망자로 인해 국가의 의료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계속 팽창하는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병상을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병원에서 지역으로’, 또는 ‘시설에서 재택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병원 사망을 줄이고 재택사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엔 지역의 중소병원과 관련 시설의 입원환자를 자택 또는 노인홈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으로 돌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병원의 병상 수가 늘어날 전망이 없고, 의료시설의 입원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해 현재 20% 정도인 자택간호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소망대로 재택사를 하지 못하고, 사망할 장소조차도 잃어버릴 수 있다. [사진 pixabay]

어떻게 죽고 싶은지 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소망대로 재택사를 하지 못하고, 사망할 장소조차도 잃어버릴 수 있다. [사진 pixabay]

 
병원에서 사망하려고 해도 병상이 부족해 여의치 않아졌다. 사망 전에 간호를 받거나 사망 장소를 찾지 못하는 ‘임종 난민’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사사회의 피크 시점인 2035년에 잠재적인 임종 난민은 약 49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적어도 이 중에 20만명은 도시에서 사망을 맞이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임종기를 맞이해야 할까? 사망하고 싶은 장소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과반수는 자택이라 대답했고, 병원 등 의료시설을 희망하는 사람은 약 30%였다. 환자 중에는 배우자와 자녀 세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택에서 사망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진정 자택에서 사망하고 싶은데도 그 생각을 가슴에 숨기고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자택에서 사망하려면 종말기에 지원이 필요하고, 가족은 의료 케어의 부담을 져야 한다. 환자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은 큰 불안을 느낀다. 더구나 의료 케어에는 휴식도 없다. 24시간 쉬지 못하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고통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큰 부담이자 비극이다. 장기간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고통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실정을 모른다. 그래서 환자는 가족이 걱정돼 가능한 병원에서 사망하고 싶어하는 경향도 있다.

 
지금은 지역의 사회복지인력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있고, 이웃의 신고로 구급병원으로 가는 행운이 있다. 이렇게 구급차로 운송되는 환자 중 약 60%는 고령자다. 돌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간호 보험과 생활 보장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원하는 가족이 있어도 건강 상태가 악화할 때 황급히 구급차를 부른다. 이전에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택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거나 때로는 의사가 왕진했다. 그러나 이송된 병원이 이미 만석으로 입원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입원하면 필요한 상황에 따라 병원에서 바로 연명 치료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바로 큰 병원으로 가거나 주치의에게 소개를 받아 큰 병원으로 간다. 주치의가 있다고 해도 그 의사가 간호까지 책임지고 돌봐주지 않는다.

 
그런 행운도 없이 주변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홀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찰이 감찰의에 연락하고, 감찰의는 사체 검안서를 제출한다. 가족이 없어 사체를 인수할 사람이 없으면 행정기관에서 처리한다. 재택에서 사망하고, 의사를 부를 수 없는 경우 사망진단서가 없으면 사망 불명으로 취급되거나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경찰은 유체를 해부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자택에서 품위 있게 사망하는 재택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택사는 고사하고 사망할 장소조차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미리 결정해두고, 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소망대로 재택사를 하지 못하고, 사망할 장소조차도 잃어버린다.

 
재택사의 경우 예금 동결로 인한 금전적 문제도 발생한다. 가족도 후견인도 없이 혼자 산 환자 중 의료인, 방문 간호사, 재택 케어를 지원한 사람에겐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재택 환자가 살고 있던 집 주인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미납 임대료를 받을 수 없고, 집주인이 직접 유품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방을 정리할 때 현금이 있다면 미납 임대료와 방 정리 비용으로 쓸 수 있지만, 그런 현상은 극히 드물다.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추구하는 홈호스피스 사상은 '다사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 pixabay]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추구하는 홈호스피스 사상은 '다사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 pixabay]

 
임종 난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본 정부는 임종 난민이 고립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의 의료기관과 연계해 돌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 사회에서 고령자의 의료 간병을 완결한다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추진하고, 재택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령 세대와 독신 세대를 대상으로 365일 24시간 재택 의료 체제를 실현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다. 지원할 인력이 절대 부족한 ‘살기 익숙한 지역’에서 고령 환자의 재택사를 어떻게 지원할지 새로운 발상과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홈호스피스협회는 홈호스피스 운영기준을 만들고, 그 케어 이념을 공유하고 실천하려는 단체와 제휴해 전국으로 홈호스피스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43개 법인이 58채의 주택에서 홈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다사사회에서 늘어나는 죽음은 국가 최대의 공공문제가 될 것이다. 재택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죽음을 포용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재택사가 사회에 퍼지면 오랫동안 죽음을 잊거나 멀리한 지역사회와 가족이 다시 탄생하는 전기를 맞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추구하는 홈호스피스 사상은 다사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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