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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출범 5년에 '부채의 덫'…중국판 세계은행 꿈 흔들린다

“의지만 있다면 일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 2016년 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IB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2016년 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IB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신화=연합뉴스]

2016년 1월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외국 사절들 앞에서 이날 개소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드러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5년

AIIB는 중국이 처음으로 주도해 만든 국제금융기구다. '중국판 세계은행(WB)'을 꿈꾸며 개발도상국의 기초시설(인프라)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설립을 처음 제안한 뒤 미국의 견제에도 57개 회원국으로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 질서에 도전장을 낸 AIIB가 출범 5년을 맞았다.
 

덩치는 커졌지만…'빛 좋은 개살구' 

중국 베이징에 있는 AIIB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있는 AIIB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덩치는 커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AIIB에 가입한 나라는 103개국이다. 출범 당시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쟁 상대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회원국(68개국) 수를 넘어섰다. 5년 동안 투자한 프로젝트 수는 108개다. 투자액도 2016년 16억9000만 달러(약 1조8700억원)에서 지난해 99억8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란 평가가 나온다. 회원국 수는 ADB를 앞질렀지만, 기금과 대출 규모로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된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AIIB의 전체 기금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07억8000만 달러다. ADB(2500억 달러)와 8배 차이가 난다. 세계은행(6000억 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다. 
주요 국제 금융기구 대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국제 금융기구 대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으로 인해 대출이 급증했지만, 국제금융기구 대출에서 AIIB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에 불과하다”며 “AIIB 출범 당시 세계은행과 ADB의 도전자로 묘사됐지만 5년 뒤 현실은 당시 과대광고와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패권을 약화하기 위한 중국의 대외 경제전략의 한 축이다. 2014년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액을 미 국채 대신 인프라에 투자하는 한편 중국 내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인프라 건설을 활용하겠다는 포석을 뒀다. 이를 위한 것이 '중국판 마셜 플랜'으로 불리는 '이다이루(一帶一路 : 육상·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다이루 프로젝트에 드는 재원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구축한 창구가 AIIB다. 자금이 필요한 아시아 개도국에 돈줄이 되면서 다자 투자를 통해 수익성은 낮고 위험은 큰 개도국의 인프라 투자에 중국이 단독으로 투자할 때 져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위안화 국제화에 기여하는 한편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여겨졌다.
 

'부채의 덫' 비판 속…부실 대출 부메랑도

늘어나는 AIIB 대출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늘어나는 AIIB 대출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다이루 프로젝트와 AIIB를 앞세운 중국의 거대한 포부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다이루 프로젝트가 '부채의 덫'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이다이루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는 AIIB와 중국 국유은행 등에서 빌린 자금으로 도로와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나섰지만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해당 시설의 이용권을 중국에 넘겨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등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기도 했다. '신제국주의' 논란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19년 "세계은행과 IMF는 (이다이루 사업 관련) 대출에 대해 규모와 조건, 만기 등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려고 공동작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채의 덫'은 AIIB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닛케이는 “대출 상환 문제는 장기적으로 AIIB의 자산 건전성과 신용등급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AIIB의 지난해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1억9000만 달러로 2019년 상반기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대손충당금은 채무자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할 발생할 손실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돈이다. AIIB 순이익이 전년도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다. 
늘어나는 AIIB 대손충당금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늘어나는 AIIB 대손충당금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보복·홍콩 시위 무력진압…"회원국에 인심 잃어"

다자기구인 AIIB 내에서 회원국과의 관계도 삐걱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만류에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등으로 인해 AIIB에 합류했던 국가들이다. AIIB에서 중국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인도는 지난해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인 뒤, 중국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반중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거론한 호주에 대해서는 중국이 철광석·석탄 수입 금지 조치로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영국도 홍콩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중국의 무력 진압 등을 이유로 중국에 등을 돌렸다. WSJ은 "중국은 AIIB 주요 회원국의 인심을 잃었다"며 “이는 AIIB를 다자 금융기구로 천명한 중국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진리췬 AIIB 총재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진리췬 AIIB 총재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반전 노려…"대출로 백신구입 지원"

상황이 여의치 않자 AIIB는 코로나19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기금을 조성해 2억5000만 달러를 대출받은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가 수혜를 봤다. 현재까지 70억 달러 이상을 썼다.
 
코로나19 백신도 또 다른 카드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지난 13일 “2021년 대출 규모를 130억 달러로 정하고 백신 구입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 구입 비용도 개도국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다. 역시 '부채의 덫'에 빠질 수 있다. 
 
CSIS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게 AIIB의 설립 목적" 이라며 "백신 구입 지원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있고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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