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백악관 요직 29명중 14명 여성
원주민·히스패닉 등 최초 기록 양산
비서실장·국무·정보·재무·법무 유대계
국가안보팀은 백인 없이 전원 소수계
가톨릭 8명, 유대계 5명 과다반영
인구 67% 백인, 43% 개신교 과소반영
인구 14% 복음주의 백인 전혀 없어
같은 편만 모아…통합과 거리 지적
새로운 정치적 분열 불씨 만들 우려
바이든 며느리·사위·손주 유대계
해리스 부통령 남편도 유대계 변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일 백악관 다이닝 룸에서 자신이 지명한 각료 등과 온라인으로 서약을 받고 회의를 열고 있다. [AP=연핮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4/216b1dbb-1f82-4f30-8fe5-b61266e37a45.jp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일 백악관 다이닝 룸에서 자신이 지명한 각료 등과 온라인으로 서약을 받고 회의를 열고 있다. [AP=연핮뉴스]
바이든, 가톨릭·유대계 과대 대표

바이든 행정부 첫 내각 구성. 김영옥 기자
“미국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내각”
바이든이 지명한 내각 구성원은 한마디로 ‘최초 기록 제조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BBC 방송에 따르면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내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뎁 할랜드는 미국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에브릴 헤인스는 첫 여성 국가안보 수장을 맡게 된다. 로이드 오스틴는 첫 아프리카계 국방부 장관에 오르게 된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는 첫 히스패닉(라틴계) 국토안보부 수장을 맡게 된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이번에 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피트 부티지지는 동성애자로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국 역사상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중 첫 입각하게 된다. 교육부 장관에 지명된 미겔 카도나는 상원 인준을 받으면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 중 첫 각료가 된다.
![쟤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신의 금융과 재정 분야 거물이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4/2b0141e1-43a6-4904-9675-36a303400222.jpg)
쟤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신의 금융과 재정 분야 거물이다. [AP=연합뉴스]
요직 29개 중 14개를 여성이 차지
여성의 연방정부 고위직 진출도 역대 최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부통령과 15개 부서의 수장, 그리고 13개의 백악관 요직을 포함한 29명의 내각 구성원의 절반 가까운 14명이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15개의 장관 중에는 재무·내무·상무·주택 및 도시개발·에너지 등 5명만 여성이지만 13명의 백악관 요직은 8명이 여성이다.

뉴질랜드의 아신다 아던 총리(가운데)가 지난 2009년 3월 총격 사고가 발생해 51명에 사망한 모스크를 방문한 모습. 다양성을 존중해 무슬림 풍습에 맞춰 히잡을 쓰고 있다. 그는 각료로 마오리족과 여성이 다수 기용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캐나다·영국 다양성 반영 노력

뉴질랜드의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부 장관. 턱에 마오리족 전통 문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4차 내각에서 여성 각료의 비율은 별 변화가 없었다. 모두 33자리 중 8자리를 여성이 차지해 24%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1979년 들어섰던 마거릿 대처 내각의 여성 비율은 5%에 불과했는데 그 5%는 바로 대처 총리 자신이 차지했다. 그 뒤 1992년 존 메이지 총리 내각이 8%, 1997년 토니 블레어 내각이 21%, 2007년 고든 브라운 내각이 30%를 거쳐 개각하면서 37.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0년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과 자유당의 닉 클레그 연립내각은 17%까지 떨어졌으며 2015년 캐머런의 단독 내각에서 29%로 다시 올랐다. 2016년 데리사 메이 총리 시절 30%까지 상승했으며 개각을 하면서 한때 34, 5%에 이르렀다. 존슨 내각에서는 이보다 약간 줄었다.

1월 20일 워싱턴 연방의사당 서측 계단에서 가족 성경에 손은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왠쪽). 부인 질과 딸 애슐리, 차남 헌터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애슐리와 헌터의 배우자는 유대계다. AP=연합뉴스
다양성 확보로 국민 단합 도모
CNN은 23명의 각료급 인사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바이든은 1명도 인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와 인준까지 평균 20일이 걸리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완전히 가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9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 베테랑 외교관으로 유대계다. AP=연합뉴스
소수계가 과다대표, 백인은 과소대표

미국 국토안전부 장관 지명자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가 19일 상원 국토안전 및 정부 문제 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톨릭·유대계가 요직 장악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 중 가톨릭 신자는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 하비에르 바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톰 빌색 농무부 장관, 지나 러만도 상무부 장관, 마티 웰시 노동부 장관,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등이 있다. 히스패닉이나 아일랜드계다. 아프리카계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도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밝혔다.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전 국무장관·상원의원)를 가톨릭 신자로 여기기도 한다. 그의 조부모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미국에 이민 와 유대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부친도 돈독한 신앙생활을 했다. 어머니는 성공회 신자인데 가톨릭과 성공회는 전례 등에서 서로 상당히 ‘호환’이 된다. 케리는 어려서 가톨릭 교회에서 복사로 봉사하기도 했다. 그를 포함하면 가톨릭 신자는 9명이 된다. ‘전국 선거 풀’의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는 개신교 43%, 가톨릭 25%, 유대교 2%, 기타 8%다. 가톨릭과 유대교를 합쳐도 27% 수준이다. 종교적으로 바이든 내각은 미국 인구 구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에브린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1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원 인준을 받으면 미국의 첫 여성 정보 수장이 된다. AFP=연합뉴스
인구 14% 백인복음주의자는 전혀 없어
WP는 바이든이 백인 복음주의자들에게도 공을 들였던 버락 오바마와 달리 이들을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백인 복음주의 대형교회인 새들백의 릭 워렌 목사를 취임식에 초청하고 올랜도 대형 교회의 조엘 헌터 목사를 자신의 영적인 조언자로 모셨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심이 깊고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석하는 바이든은 이번에 이런 확장 노력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각 인사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WP는 메시아대의 존 피아 미국사 교수를 인용해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는 공화당 편”이라고 전했다. 백인 복음주의자는 대부분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여서 바이든이 이들 중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상원 인문을 받으면 미국의 첫 아프리카계 국방부 장관이 된다. 가톨릭 신자다. EPA=연합뉴스
유대계,비서실장·국무·재무·정보·법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부터)가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참석을 위해 워싱턴 연방의사당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취임식장에는 1000명 남짓한 사람만 모였으며 대신 그 앞인 내셔널 몰에 약 20만 개의 성조기가 게양됐다. 바이든이 취임 선서를 하면서 46대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해리스의 남편은 유대계 변호사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4/a7c909de-b891-407d-a1b9-95ff537e4039.jpg)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부터)가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참석을 위해 워싱턴 연방의사당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취임식장에는 1000명 남짓한 사람만 모였으며 대신 그 앞인 내셔널 몰에 약 20만 개의 성조기가 게양됐다. 바이든이 취임 선서를 하면서 46대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해리스의 남편은 유대계 변호사다. [AP=연합뉴스]
바이든 가족 중 6명, 해리스 남편 유대계
차남 헌터는 첫 부인과 사이에 세 딸을 뒀지만 2015년 별거했다가 2017년 이혼했다. 형이 숨진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형수인 할리와 사귀다가 2019년 관계를 끝냈다. 2018년엔 혼외로 딸 하나를 얻었다. 201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유대계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재혼해 아들을 얻었다. 지난해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안고 나왔던 바로 그 아기다. 유대 풍습에 따르면 바이든의 손자 2남 5녀 중 어머니가 유대계인 2남 1녀는 유대계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 명의 유대계 손자를 포함해 며느리·사위 등 6명의 유대계 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도 유대계 변호사다. 해리스 부부는 지난해 12월 유대계 전통 명절인 하누카를 함께 쇠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 행사를 일부 마치고 부인과 손주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 백악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실하 가톨릭 신자지만 가족 중 며느리 둥과 사위, 그리고 손주 셋이 유대계다. 미국의 다양한 인구 구성을 반영한다. AP=연합뉴스
국가안보팀, WASP 없이 전원 소수계
바이든 대통령이 겉으로는 다양성에 입각한 각료 인선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미국 인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친트럼프일 수 있는 복음주의자들이나 개신교 백인들을 상당히 배제했다. 보듬기보다 등을 돌리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비가 적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외쳤던 통합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할 전망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