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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석해균 선장 구출···아덴만 여명작전 긴박했던 순간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안심하십시오!” 10년 전 아덴만에 울려 퍼졌던 외침이다. 지난 21일은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 10주년이었다.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안전하게 구출했던 작전이다.

 
작전 이후 10년간 중동지역의 위협은 더욱 커졌고, 이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확대됐다. 지난 4일 한국 선박이 이란에 나포된 건 예고된 사건이다. 하지만 영해와 한반도 근해를 넘어선 해양교통로 보호 방안을 두고선 군 안팎에선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 1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이 아덴만 여명작전 2주기를 앞두고 실시한 훈련에서 줄사리를 이용해 피랍된 선박에 진입한 후 경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 1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이 아덴만 여명작전 2주기를 앞두고 실시한 훈련에서 줄사리를 이용해 피랍된 선박에 진입한 후 경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10년 전 해적의 한국 선박 나포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그해 1월 15일 스리랑카로 항해하던 그때 해적선이 출몰했다. 해적 모선에서 내린 소형 모터보트 두 척이 바짝 다가왔다. 해적 13명은 사다리를 걸고 6m 높이 선박을 순식간에 올라탔다.

 
“해적이 탔다. 즉시 피난실로 대피하라.” 한국인 8명과 외국인 등 선원 21명은 3분 만에 대피했다. 비상통신기와 간단한 음식을 챙겨 들어가 철제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해적은 대형 망치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 AK 소총과 칼로 선원을 위협했다.

 
2009년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한국 선박 보호 임무를 맡았던 청해부대가 현장으로 급파됐다. 다국적 대해적 작전을 지휘하는 연합해군사령부(CMF)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회하고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통상,김관진 국방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맹형규 행안부 장관, 원세훈 국정원장 등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회하고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통상,김관진 국방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맹형규 행안부 장관, 원세훈 국정원장 등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국내에서도 대책 논의가 시작됐다. 청와대와 국방부를 비롯해 외교부 등 전 부처가 머리를 싸맸다. 군사 작전을 꺼내자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칫 실패할 경우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 있어서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로 불리는 미국 해군 특전단(SEAL)도 2005년 6월 인질 구출에 실패한 적이 있다. 대원 16명을 태운 특수전 헬기 1대가 탈레반 RPG 로켓 공격에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미군 특수부대는 2010년 탈레반에 납치된 자선단체 활동가 구출에도 투입됐지만, 인질 모두가 사망하며 실패했다.

 

“우리가 더 셉니다” 미군도 실패한 작전 도전

 
“해군 특전단 요원도 육군 특전사 707 대테러 특임대 정도로 강한가?”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육군 출신으로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실력을 잘 알지 못했다. 해군에 솔직하게 물어봤다. “우리가 더 셉니다.” 해군의 답은 단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작전을 승인했다.

 
청해부대가 2009년 3월 13일 출항한 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퇴치, 선박호송, 안전항해 지원 등의 임무를 완수했다. 2019년 3월 파병 10주년을 맞아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 해군 제공]

청해부대가 2009년 3월 13일 출항한 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퇴치, 선박호송, 안전항해 지원 등의 임무를 완수했다. 2019년 3월 파병 10주년을 맞아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 해군 제공]

 
아덴만에 여명이 밝아 오는 새벽(현지시간 오전 6시)에 작전을 단행하기로 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작전명을 붙인 배경이다. 구출 작전은 4시간 58분 동안 긴박하게 진행됐다.

 
▶4시 43분, “청해부대 전투배치 완료.”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작전 준비 보고가 도착했다. 고속단정(RIB)은 피랍 선박 우현(右舷)과 좌현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이때 전자공격으로 선박의 레이더를 마비시켜 해적의 눈을 가렸다. 최영함에서 해상작전 헬기가 출격하면서 본격적인 작전 준비를 마쳤다.

 
▶5시 38분, 위협 사격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 작전 개시 10분을 앞두고 국제상선공통망으로 “공격이 임박했으니 안전지대로 대피하고 외부로 나오지 마라”는 한국어 안내 방송을 보냈다.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에 오른 뒤 소말리아 해적 진압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해군]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에 오른 뒤 소말리아 해적 진압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해군]

 
▶6시 15분, 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사살했다. 주변에 있던 해적은 혼비백산하며 선실로 숨어들었다. 특전단 대원 15명은 줄사다리를 타고 안전하게 승선했다. 
 
배를 움직이는 선교 장악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선교에 인질과 해적이 몰려있는게 관측됐다. 선교를 향해 움직임을 시작할때 갑자기 나타난 해적 1명을 사살했다. 선교를 장악한 뒤 수색에 나서 해적 소탕에 나섰다. 선장실 주변에서 해적 두목을 사살했다.

 

움직이는 헬기에서 해적 저격, 두목 발견해 사살

 
청해부대 29진(대조영함) 검문검색대원이 훈련 중 이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며 선박 수색에 나섰다. [영상캡처=강대석 PD]

청해부대 29진(대조영함) 검문검색대원이 훈련 중 이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며 선박 수색에 나섰다. [영상캡처=강대석 PD]

 
▶6시 45분,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해군이 장악했습니다. 안심하시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숨어있던 선원들이 나왔다. 특전단 대원은 선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격실 57개를 하나하나 수색하며 빨간색 스프레이로 ‘×’표시를 했다. 잔적 소탕은 쉽지 않았다. 남겨진 해적은 끝까지 저항하면서 치열한 총격전이 이어졌다.
 
▶9시 56분, 격실 수색이 끝나면서 모든 작전이 종료됐다. 선박을 납치한 해적 13명 가운데 8명은 사살했고, 5명은 생포했다. 한국인 8명과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등 선원 21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 
 
2011년 1월 30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청해부대에 의해 생포된 해적 5명이 부산으로 압송됐다. 항공편으로 도착한 해적들은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해양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1월 30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청해부대에 의해 생포된 해적 5명이 부산으로 압송됐다. 항공편으로 도착한 해적들은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해양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석해균 선장은 해적이 쏜 총에 다쳤지만 긴급하게 후송해 목숨을 건졌다. 저항하던 해적이 쏜 총탄이 선실 내부를 튕겨 석 선장을 맞췄다. 다행히 작전에 투입된 대원도 모두 피해가 없었다. 앞서 18일에 실패했던 1차 작전에선 3명이 다쳤다. 
 
‘대한민국 국민과 재산을 공격하면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는 경고를 해적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준 계기가 됐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는 대해적 작전 다국적군에서 한국군의 위상이 높아졌다. 작전 성공 이후 북방한계선(NLL) 부근 북한군 활동도 줄어들기도 했다.
 

북한군도 해적 소통에 깜짝 놀라 바다에 안 나와

 
작전에 성공했던 건 해군 특전단 대원들이 강한 훈련으로 체력과 사격 및 각종 전술 훈련을 숙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수전 전문가 중 최고로 꼽힌다. 때마침 부산항에 삼호주얼리호와 구조가 비슷한 선박이 있어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훈련도 했다. 

 
 
해군 특전단 대원들이 차가운 겨울 바람을 가르며 부대 내 도로를 맨몸으로 달리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군 특전단 대원들이 차가운 겨울 바람을 가르며 부대 내 도로를 맨몸으로 달리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에 돌아와 사살된 해적 사체를 본 부검의는 특전단 대원이 쏜 총탄이 모두 해적의 급소만 정확하게 명중한 걸 보고 놀라기도 했다. 한국의 군 지휘부는 대원들이 착용한 카메라가 보낸 영상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 파악했다.

 
숨겨진 공헌도 있다. 연합해군사령부는 피랍 현장에 파키스탄 해군 함정과 미군 P-3C 초계기를 투입해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에 나섰다. 외상전문가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현지로 날아가 석 선장을 살폈고 한국으로 후송한 뒤 수술에 성공해 생명을 구했다.

 
석해균 선장을 수술했던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는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 수술도 맡아 목숨을 구했다. 수술 직후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석해균 선장을 수술했던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는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 수술도 맡아 목숨을 구했다. 수술 직후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아덴만 여명작전’성공했던 최영함 6번째 파병

 
청해부대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KDX-Ⅱ급) 1척, 해상작전헬기 링스 1대, 고속단정 3척으로 꾸려진다. 병력은 300여 명 수준으로 연합해군사령부 및 유럽연합(EU)의 해양안보 작전에 참여해 대해적 작전에 나선다.
 
현재 파견된 33진 최영함은 10년 전 6진으로 파견돼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번까지 6번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항공대장 백창훈 소령(해사 60기), 검문검색대 장원진 원사(부사관 178기), 박상준 상사(부사관 214기) 등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 3명도 승선해 있다.
 
청해부대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청해부대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이 이란에 나포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양위협에 대비하는 해군력의 필요성이 또 한 번 부각됐다.

 
항모가 있어야 원해에서 발생하는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해상에서 항공 지원을 받지 못하면 먼 거리의 바다를 탐색하는 게 불가능하고, 함정을 공격하는 적 전투기 기습에도 무방비로 노출된다.

 
청해부대 작전 범위

청해부대 작전 범위

 

위협 수준 높아져, 수출입 99.7% 바닷길 위태로워 

 
이런 위협은 중동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중국의 해양력 팽창 정책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긴장이 높아진다.

 
중국은 항모 6척 건조 목표로 올해 3번째 항모를 진수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해 6월 경항모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항모에서 이ㆍ착륙하는 F-35B 42대도 도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수에즈 운하로 진입하는 홍해 길목에 위치한 지부티 수도 지부티에 자위대 거점 기지를 마련했다. P-3C 초계기 2대를 배치해 언제든 중동지역 해역으로 출격시킨다. 중국도 맞은편 지부티 해안 오복에 보급 기지를 마련했다.
 
2017년 중국 항모 전단의 훈련 [사진 STR= AFP=연합뉴스]

2017년 중국 항모 전단의 훈련 [사진 STR= AFP=연합뉴스]

  
이순신 장군이 당포해전 승전 후 올린 장계는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거북선을 미리 만들었기 때문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군사력 건설은 미래 위협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위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은 해외 거점 기지가 없다. 김영삼 정부에서 도입 논의를 시작한 항모는 빨라야 2030년대 초반에나 건조가 가능하다. 이처럼 갈길 바쁜 상황인데, 군 안팎에서 의견 일치르 보지 못해 사업 추진을 두고 논쟁만 커진다.

 
청해부대 33진 최영함 승조원이 신년을 맞아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청해부대 33진 최영함 승조원이 신년을 맞아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항모는 통합 작전의 상징이다. 해전과 상륙전뿐 아니라 지상 작전 지원과 공중전력을 통합해 운용하는 복합적인 군사력이다. 기득권이나 기존 개념에 익숙한 입장에선 개념을 바꾸는 과정이 불편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한반도에서 조금만 멀리 나가도 공중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작전 구역도 제한된다. 바닷길이 끊어지면 원유를 비롯한 수출입 물동량 99.7%를 담당하는 해상교통로가 막힌다.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해양 위협의 다각화, 고도화로 인해 새로운 억지 전략과 수단이 필요하다”며 “항모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영상=이경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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