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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 없앤 시멘트 공장…그 시멘트로 지은 집 괜찮나

경북 의성군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돼 있다. 처리 전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돼 있다. 처리 전의 모습. [연합뉴스]

2년 전 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
 

폐플라스틱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
소성로 대체연료로 年200만톤 사용
늘어난 폐기물 처리 대안으로 부상

대기오염·염소더스트 처리는 숙제
시멘트등급제·이익공유제 요구도

20만 톤에 이르는 엄청난 쓰레기는 최근 거의 다 치워진 상태다.
의성군이 국비 지원을 받아 행정대집행에 나선 덕분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쓰레기를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고, 타는 것 중에서 열효율이 높은 것은 시멘트 공장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중간에 다리를 놓았고, 산을 이뤘던 쓰레기의 70% 정도가 강원도의 한 시멘트 공장으로 옮겨졌다.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이 있었던 부지. 최근 쓰레기 대부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경북 의성군]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이 있었던 부지. 최근 쓰레기 대부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경북 의성군]

처리 비용으로 톤당 7만5000원을 지원받은 시멘트 공장에서는 소성로에 이 쓰레기를 집어넣고 태울 예정이다.

유연탄 대신 플라스틱·비닐·폐타이어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中수입금지와 코로나에 폐플라스틱 쌓여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쌓여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쌓여있다. 뉴스1

최근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의성군 쓰레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 처리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18년부터 중국으로 폐기물 수출이 중단됐고,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택배와 배달음식이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기존 폐기물 소각시설은 포화 상태이고, 민원으로 인해 신규 시설을 설치하기도 어렵다.
고형폐기물 연료(SRF) 사용시설의 경우 준공된 것도 민원으로 인해 가동을 못하고 있다.
 
한국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각 시멘트 업체에서 부원료와 연료 등으로 활용하는 각종 폐기물의 양은 2017년 699만7000톤에서 2018년 743만5000톤, 2019년 809만3000톤으로 늘었다.
폐합성수지만 따져도 2018년 90만톤에서 최근에는 연간 200만톤 이상 활용되고 있다.
 
화석 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쌍용양회 동해공장. 연합뉴스

쌍용양회 동해공장. 연합뉴스

업계 1위 쌍용양회가 강원도 영월·동해 공장에 1000억 원을 투자, 폐합성수지 활용 시설 규모를 연간 15만톤에서 70만톤 규모로 대폭 확장하는 등 시멘트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과거에는 폐기물을 돈 주고 사 왔지만, 이제는 톤당 6만원 안팎의 처리비까지 받으면서 연료비도 아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업계 연구개발에 31억원 지원

환경부의 연구 개발비 지원을 받은 폐플라스틱 고온연소시스템의 개념도. 석탄 대신 폐플라스틱들 연료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의 연구 개발비 지원을 받은 폐플라스틱 고온연소시스템의 개념도. 석탄 대신 폐플라스틱들 연료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자료 환경부]

불법 방치 폐기물로 골치를 썩이던 환경부도 시멘트 업계의 도움으로 해결책을 찾으면서, 알게 모르게 시멘트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모 업체의 폐플라스틱 연료 활용 기술(플라스마 소각 장치) 개발 사업에 7억원을 지원했다.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되는 폐플라스틱. 자료:환경부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되는 폐플라스틱. 자료:환경부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 폐플라스틱을 투입, 연소시키는 장면. 자료: 환경부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 폐플라스틱을 투입, 연소시키는 장면. 자료: 환경부

폐플라스틱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플라스마 토치. 자료:환경부

폐플라스틱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플라스마 토치. 자료:환경부

환경부는 또 2020~2021년에도 같은 업체에 오염방지와 폐플라스틱 소각 후 남는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25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업체 측도 10억 원 이상의 자체 연구비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로써는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30억 원이 넘는 환경부의 지원 규모를 고려하면 환경부가 전국 39개 시멘트 소성로를 폐플라스틱 처리 시설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이동훈 교수는 "폐플라스틱이 처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멘트 소성로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는 소각시설이 1100곳이어서 폐플라스틱 중 소성로에 활용하는 비율이 15%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15년 전 제기된 오염 논란 여전

시멘트 공장 소성로의 모습. 중앙포토

시멘트 공장 소성로의 모습. 중앙포토

그동안에도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적지 않게 태워왔는데, 관련 연구가 지금껏 이어진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소성로 폐기물 소각과 오염 우려는 2006년 처음 제기됐고, 환경부도 2008년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 계획"을 발표했지만, 오염 논란은 여전하다.
 
환경운동가로서 시멘트 문제를 오래 다뤄온 최병성 목사는 "소성로에 폐기물을 사용할 경우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시멘트 자체 품질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물질 배출하는 게 눈으로 확인되는데도 공장 굴뚝 TMS(원격측정감시시스템) 오염 수치는 정상으로 기록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폴리염화 비닐(PVC)이 섞인 폐플라스틱을 소성로에서 태울 경우 염소가스(염화수소)가 발생하고, 이를 오염방지 시설에서 걸러낼 때 염소가 다량 함유된 유해 먼지, 즉 '염소 더스트(dust)'가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염소 더스트를 매립하는 데는 톤당 17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환경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독일 등에서도 폐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폐기물의 선별과 오염 수준, 시멘트 공장 배기 가스의 오염 허용기준과 감시 등에서 한국이 독일 수준에 이르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멘트 속 중금속 오염 우려도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대기 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모습. 사진: 최병성 목사

시멘트 공장에서 오염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대기 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모습. 사진: 최병성 목사

최 목사는 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달 발표하는 검사 결과를 보면, 시멘트 중금속 함량을 보면 폐기물을 태우는 업체와 태우지 않는 업체 제품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중금속 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등 주민 건강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일반 소각시설 800도보다 훨씬 높은 2000도 고온에서 태우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며 "염소 더스트에서 염소만 뽑아내 염화칼슘을 생산하는 기술도 활용하는 등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속에 중금속 성분이 들어있더라도 콘크리트에 들어가 굳게 되면 기준 이상으로 용출되지 않는다는 게 시멘트협회 측의 설명이다.
 
최 목사는 "시멘트 중금속은 물에 녹아 나오는 게 아니라 콘크리트 가루가 날리면서 시민들이 노출되는 게 문제"이라며 "시멘트에 품질 등급을 매기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한 시멘트는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목공사용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민 부담 늘어날 수도

폐기물 고형 연료(SRF) 제조를 위해 쌓인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원료. 중앙포토

폐기물 고형 연료(SRF) 제조를 위해 쌓인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원료. 중앙포토

시멘트 소성로로 폐플라스틱이 몰리면서 시민들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폐자원에너지협동조합 이장근 이사장은 "폐기물을 선별해 고형연료(SRF)를 만들어 보급하는 경우 시민들이 비용 부담할 필요가 없는데, 시멘트 소성로에서 처리하면 결국 시민들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고 말했다.
 
발생 지역 내에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SRF는 민원이 발생해 시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작 시멘트 업계는 이 원칙 적용을 받지 않아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16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나주 열병합발전소 반대 대책위가 차량 220대를 동원 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700억 원이 투입돼 2017년 12월 준공한 나주 고형연료(SRF) 열병합 시설은 지역주민의 반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나주 열병합발전소 반대 대책위가 차량 220대를 동원 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700억 원이 투입돼 2017년 12월 준공한 나주 고형연료(SRF) 열병합 시설은 지역주민의 반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시멘트 업계에서 폐플라스틱 사용 시설에 투자한 만큼 앞으로도 처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시설에 투자한 것만큼 오염 방지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하고, 처리 비용을 받는 만큼 지역 주민과의 이익 공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멘트협회 측은 지난 2016년 90억 원이던 주민지원금이 지난해 29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점을 강조했다.
 
환경부 홍동곤 자원순환정책관은 "환경부가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폐플라스틱 처리를 확대한다는 것은 오해이고, 현 수준에서 더 확대할 계획은 없다"라며 "오염 방지와 지역 주민 건강 피해 예방 등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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