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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던 文, 김진욱엔 말 아꼈다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ㆍ추미애 법무부장관, 그리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문재인 대통령이 제1 공약인 ‘적폐청산’,그리고 검찰개혁의 주역으로 임명한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임명식 때마다 당부의 메시지를 직접 공개했다. 그런데 21일 김 처장의 임명식은 조금 달랐다.

 

◇‘공개 발언’ 없이 출범한 공수처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1층 총무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 처장은 임명식 시작 30분전에 배우자와 함께 도착했다. 10여분 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했다. 문 대통령은 단상 위로 이동해 김 처장과 배우자에게 임명장과 함께 꽃다발을 증정했다. 언론에 공개된 임명식에서는 공개 발언이 없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3시간 30분이 지난 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전해졌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엄중한 시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아주 부담스러운 직책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신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중립성과 독립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로부터의 중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지금 잘못된 수사 관행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조인으로서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최선을 다할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도 했다.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추가 메시지는 없었다. 검찰개혁의 최대 성과물이라는 공수처는 이렇게 조용히 출범했다. 
 

◇“우리 사모님, 우리 윤 총장…살아있는 권력도”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식. 검찰 개혁을 주도했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윤 총장 내외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예정된 임명식 10분 전 입장해 윤 총장 내외와 대화를 나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운데)와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운데)와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청와대는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던 환담 발언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아 주셨다. ‘우리 사모님’께도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런 뒤 “국민들 사이에 검찰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그만큼 ‘우리 신임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고 말했다.
 
윤 총장에게는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내 미소를 보였다.
 
윤 총장은 “국민들을 잘 받들고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우리가 고쳐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권한행사를 해야 되는지 헌법정신에 비춰서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송구하지만…”

 
한달여 뒤인 같은해 9월 9일.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등 7명의 장관급 인사에 대한 임명식장에서 무거운 표정이었다. 과거와 달리 박수와 환호, 꽃다발도 없는 임명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엔 “국민들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부터 꺼냈다. 당시 임명된 7명 중 국회의 청문동의서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임명식 전 과정은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받고 있던 조 장관에 대해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간다면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끝에 조 장관은 임명 35일만에 사퇴했다.
 

◇“우리 장관, 우리 정부”

 
2020년 1월 2일. 추미애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임명하면서도 환담 내용을 이번에도 언론에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법무행정이 검찰 중심에서 벗어나 민생과 인권 중심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이 점은 ‘우리 장관’께서도 강조를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출범 이후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 조금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검찰 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과도 호흡을 잘 맞춰달라”고 당부했지만, 곧바로 ‘추ㆍ윤 갈등’이 시작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논란 등 극단적 대립 끝에 공수처가 출범했다.  
 
이번 공수처장 임명식에서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눈에 띄게 줄었고, 육성 메시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포용'을 제시한 배경은 정치적·소모적 갈등을 끝내고 정책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상황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것 외에 굳이 갈등이 될만한 공개 언급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선 다른 주장이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이 수사하라는 말이 훗날 논란을 낳았던 윤 총장 임명식의 기억 때문에 말을 아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야당은 "대통령 말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윤 총장이 탄압을 받는다"고 주장해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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